성공적이었던 프로포즈(Feat. 10살 연하)

내 인생에 없을 줄 알았던 프로포즈

by 동동몬

전 이야기


프로포즈를 할 시간이다.


두 번째 편지, 그리고 그에 맞는 음악.

두 번째 곡은 정말 중요한 만큼 신중해야 했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정해져 있었다. 프로포즈 곡으로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나의 결혼식에서 만약에 가능하다면 이 곡을 축가로 하고 싶었다.


K-Ci & JoJo - All my life


노래 제목부터 가사 그리고 분위기까지 프로포즈 곡으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첫 번째 편지를 읽은 뒤 우리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두 번째 편지를 그녀에게 건넸다.

정말 악필 중의 악필인 나는 손 편지 쓰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손편지의 성의는 카톡 메시지와 비할바가 안되는 걸 알기에 못난 글씨더라도 그녀가 알아볼 수 있게 최대한 예쁘게 적으려고 노력했다. 그녀가 편지를 읽기 시작할 무렵 'All my life' 노래를 틀었다.


두 번째 편지이자 프로포즈 편지는 총 세장으로 준비했는데 그녀가 세 번째 장으로 넘기는 순간 나는 반지를 꺼내 프로포즈하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그 마지막 장에는 딱 한마디만 적혀있었다.


이다음 말은 내가 직접 할게.


그녀가 편지를 읽어 내려간다.

처음 쓴 내용보다 좀 더 눈물이 많이 난다. 나는 더 떨린다. 소파에 나란히 앉았있었고 그녀가 두 번째 장 중반 정도를 읽는 다 싶을 때 소파에서 일어났다. 두 번째 장 맨 아래로 그녀의 시선이 내려갔고


나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내가 앉아있던 소파의 자리에 있는 쿠션 뒤로 손을 집어넣어 숨겨둔 반지케이스를 잡았다.

그녀는 편지에 집중하느라 내가 무릎을 꿇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너무 떨린다. 너무 긴장하면 사람이 정신이 살짝 나가는데 좀 그런 느낌이었다.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리고 준비한 걸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반지케이스를 열었을 때 그녀의 반응은 어떨까.

거절한다면 우리의 관계도 어쩌면 이 자리에서 끝이 난다.


그녀가 세 번째 장으로 넘겼다.


반지케이스를 열어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에게 고백의 말을 꺼내야 하는데 갑자기 눈물이 펑하고 터져버렸다. 입술이 떨리고 심장이 떨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말을 해야 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꽤나 길게 느껴졌다. 그녀가 편지를 읽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상황에서 편지 마지막 장에 이다음 말은 직접 하겠다고 했고 옆에 앉아있는 줄 알았던 내가 자신의 눈 아래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있으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하며 눈이 동그래져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에 반지 케이스에 꽂혀있는 반지도 보게 되었다. 나는 덜덜덜 떨리는 입술을 최대한 제어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나랑... 결혼해 줄래?


그녀는 한동안 멍하니 나를 보았다.


2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2초가 2시간 같았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어떤 말이든 해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반지를 받지도 않고


알겠으니까 얼른 안아줘 ㅠㅠ


하며 눈물을 터트렸다.


일단 그녀가 안아달라니 안아줬다.

한동안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눈물은 내가 더 흘리는 것 같았다. (나중에 남자가 프로포즈 하다 울었다며 놀려댔다)


그런데 그녀의 대답이 나의 프로포즈를 받아준다는건지 안 받아준다는 건지 좀 헷갈렸다. 받아준다는 뜻인지 재차 물으니


응! 결혼하자!!


크읏... 성공이다ㅠㅠ

야심 차게 준비한, 소박했지만 진심이 담긴 프로포즈를 성공한 것이다.

나보다 열 살 어린 사람, 첫눈에 '이 사람이다' 느끼게 해 준 사람. 살아가면서 이런 감정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고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무려 6개월이나 걸렸지만 이제 결혼에 대한 동의를 받았다. 성공했다.


그녀는 너무 기뻐했다.


언제 준비했어? 전혀 예상을 못 했어!


그녀는 전혀 예상을 못 했다며 자초지종을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내가 준비한 과정들을 이야기해 줬다. 정말 상상도 못 했다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도 눈치가 꽤 빠른 편인데 정말 몰랐다고 했다. 아까 수영하고 샤워할 때 들킬까 봐 쫄깃했다고 하니 그때도 자신은 몰랐다고 했다. 반지는 또 언제 준비했냐고 물었다. 분명히 그럴 시간이 없었을 텐데 하며 말이다.


우리는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또 나누었고 마지막으로 준비한 편지를 그녀의 카톡으로 보냈다. 우리의 미래에 대한, 앞으로의 이야기였다. 세번째 곡은 그날 하루종일 차 안에서 그녀와 함께 들었던


Jason Mraz - Lucky


이 모든 건 약 두 시간이 걸렸다.

짧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했는데 두 시간이나 지나있었다.


프로포즈는 성공적이었다.

그녀가 원했던 모든 요소인 둘만의 공간에서 소박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프러포즈였다고 했다. 다음날 우리는 요트도 타고 신나게 사진을 찍고 놀았다.


그녀의 마음을 얻은 것, 그리고 프로포즈를 통해 나는 결혼의 50% 정도에 다가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 큰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녀의 가족이었다.


한 번은 그녀가 나에게 물었다.


시험 끝나면 나랑 뭐가 제일 하고 싶어?


부모님을 뵙고 싶어


그랬다.

내가, 그녀가 아무리 결혼이 하고 싶다고 해도 그것은 두 사람만의 의지로 되는 것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결혼은 두 사람 만의 일이 아니다. 그랬기에 나는 그녀의 부모님을 뵙고 허락을 받아내고 싶었다. 결혼에 있어 그녀의 마음을 얻은 것이 50%였다면 나머지 50%는 그녀의 부모님께 달려있었다.


프로포즈를 한 다음날 그녀를 집에 데려다주고 집에 가서 쉬려고 누워있는데 그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생과 함께 치킨 먹으러 왔는데 오지 않겠냐 물었다. 동생은 나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만나본 적은 없었다.


사실 나는 너무 피곤했다. 정말 쉬고 싶었다


아... 오늘은 좀 쉴게. 너무 피곤해서 안 되겠어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동생을 만나서 잘 보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안 좋은 인상을 준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나를 좋게 본다면 나중에 부모님께 좋게 이야기해 주지 않을까 싶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지금 갈게~ 대신 30분만 있다 갈게!


정말 쉬고 싶었기에 가더라도 오래 있지는 않을 생각이었다.

치킨집에 도착했고 사진으로만 많이 보던 그녀의 동생이 앉아있었다


안녕하세요~


언니가 도대체 왜 좋아요?


대뜸 하는 질문에 빵 터졌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또 어색하지 않게 이어나갔다.

30분만 있겠다고 했던 나는 한 시간 반 동안 있게 되었고 다 먹고 계산을 하려고 일어났다.


집에 도착하여 누워있는데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녀는 꽤 상기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동생이 너무 괜찮은 사람 같데!!


그녀가 이렇게까지 기뻐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프로포즈를 할 때는 기쁨 보다는 놀람이었는데 이렇게 까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전화를 끊고 한 시간쯤 뒤에 그녀에게서 또 전화가 왔다. 여전히 상기된 목소리였다. 동생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기쁜 마음에 나한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그녀는 가족에 대한 마음이 남달랐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보낸 적이 없었고 중학교 이후로 가족과 함께 어디 여행을 가본 적 조차 없었는데 그녀의 가족은 세계 곳곳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주말엔 가족끼리 등산을 가기도 했다. 참 행복한 가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행복한 가정이 아니었던 우리집 상황과 참 많이 대비되었다.


그랬기에 그녀가 이렇게 기뻐하는 이유는 자신이 그렇게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이, 특히 자신의 연애사를 아는 동생이 자신이 결혼하려고 하는 남자를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에 뛸 듯 기뻤던 것이다. 적어도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고 결혼하면 가족이 될 이 사람을 첫 번째 관문인(?) 동생에게 기분 좋게 통과했기에 그녀는 너무나 기뻤던 것이다.


그녀의 시험은 다가오고 있었고 시험도 시험이지만 부모님께 어떻게 말씀드려야 되나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녀는 주말에 방 청소를 하다 자신의 방에 내가 선물한 꽃이 있는 걸 그녀의 어머니가 발견했다.


남자냐 여자냐


남자...


거짓말 못하는 그녀는 이실직고했다.


몇 살?


.....

그녀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10살 많아요...


뭐라고???


........


미쳤다.


그녀의 어머니는 청소를 하다 말고 나가버리셨다.


이 내용을 그녀가 나에게 카톡으로 리얼하게 보내주었다.

우울한 이모티콘 여러 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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