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아버지와 처음 독대하던 날

Feat. 소주 한잔

by 동동몬

그 전 이야기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뵙던 날, 두 분은 우리의 결혼을 허락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자신의 소중한 딸을 그렇게 쉽게, 한번 보자마자 결혼을 허락하기 어려우셨을 텐데 나는 정말 행운아였다. 처음 뵙고 며칠 뒤 아버님은 나와 함께 술 한잔 하고 싶다며 따로 불러내셨다. 떨렸다. 어릴 때부터 상상만 해왔던, '그녀'의 아버지와의 독대. 나는 '엽기적인 그녀'에서 차태현이 전지현의 집으로 가 그의 아버지를 만나는 장면을 항상 떠올렸었다.

스크린샷 2022-05-21 오후 4.42.40.png 어린 시절 상상 속의 예비 장인어른을 만나는 일은 뭔가 이런 느낌이었다

아버님과 독대하던 날, 처음 뵙던 날과는 달리 나에게 환하게 웃음을 지어주셨다.

자리에 앉아 처음 꺼내신 말씀은


자네에게 했던 그 질문에 대한 대답말야.
딱 내가 원하는 대답이었네.

어떻게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대답을 하는지, 내 마음을 읽었나?
사전에 유출된 것도 아닌데 말이야. 허허허


'자네의 꿈이 뭔가'라고 물어보셨을 때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입니다'라고 했던 나의 대답이, 당신께서 원했던 바로 그 대답이어서 정말 놀라셨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님은 정말로 내가 지금까지 보지 못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계셨다. 나의 꿈인 '행복한 가정'의 롤모델이기도 하다.


만약 내가 30대 중반이 아닌 그전에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돈을 많이 벌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사회적 혹은 경제적인 성공에 대한 꿈을 이야기했을 것 같다. 부모님의 이혼 그리고 가장 친한 친구의 이혼이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고 나는 절대 이혼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뇌리에 깊게 박였으며 그렇게 하기 위해선 내 스스로가 많이 변해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그녀를 만나기 전부터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었고 그 정점일 때 그녀를 만났다.


결혼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선택이라는 걸 어느 순간 깨달았다.

부모도, 형제도, 자식도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배우자만큼은 내가 선택할 수 있고 내 평생을 함께 해야 하기에 얼마나 중요한 결정인지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인생은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지만 내가 어떤 대학을 가고 어떠한 직업을 선택하는 것 보다, 배우자의 선택이 한 사람의 인생에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나는 야구선수 추신수 부부를 참 좋아하는데 추신수는 항상 자신의 성공은 가족, 특히 아내의 공이 크다라고 이야기 한다.


화기애애한 웃음 속에 오가는 소주잔, 그날 아버님은 나에게 두 가지 당부를 하셨다.


부부 중심의 삶을 살길 바란다.


자식보다도 배우자가 먼저고, 다른 그 어떤 것들보다 가족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아내를 처음 보고 "이 사람이다"라고 느꼈지만 만나면 만날수록 그녀가 더 좋았던 건 그녀의 가족관계였다. 나는 부모님이 이혼하셨기에 밖에서 부모님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심지어 친한 친구에게도 하지 않는데 그녀는 항상 나에게 가족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항상 가족이 우선이었고 가족과 함께 시간 가지는 것을 좋아했다.


중학생 이후로 나는 가족과 어디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 그만큼 우리 집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그런데 그녀는 매주 가족과 여행을 갔고 크리스마스를 가족과 함께 보낸다는 말에 처음엔 거짓말인 줄 알았다. 나를 만나기 싫어서 하는 이야기 인 줄 알았는데 크리스마스 당일, 가족과 함께 보내고 있는 사진을 나에게 보내주었다. 정말 화목한 가정이다.


아버님의 두번째 당부,


서로 말을 예쁘게 하길 바란다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인 즉, 말 한마디 잘해서 많은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한데 부부관계에서는 특히 중요하다는 말씀 하셨다. 또, 아버님께서 구체적으로 해주신 당부는 부부끼리 "야, 너" 이런 식의 호칭은 쓰지 말고 "처"라는 말(처먹어)도 하지 않길 당부하셨다.


돌이켜보면 그날 아버님은 나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사위로써 인정하는 마음과 딸을 부탁하는 아버지의 우려와 걱정스런 마음으로 남자 대 남자로 나를 따로 보자고 하신 것 같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파악해보고자 함도 있었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참 감사하고도 가슴 찡한 날이었다.


그날의 아버님 말씀은 지금도 지키며 살아가고 있으며, 더 많은 조언을 얻으려 자주 전화도 드리고 뵈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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