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그녀와의 첫 만남

(Feat. 외국인 노동자)

by 동동몬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서른다섯 살 나의 생일 다음날이었다.

마치 운명처럼 내 인생 최고의 선물로 나타났다.


나는 약 10여 년을 중국의 한 글로벌 브랜드 회사에서 일했다.


해당 브랜드의 한국 지사(?)에서 R&D센터를 설립하여 6개월간 한국에 잠깐 파견을 나왔다. 중국 회사 소속의 한국인이 한국으로 파견 나온 아이러니한 경우였다. 나는 한국에서 중국 회사를 대표하여 업무를 조율하는 일을 맡았다.


6개월간의 파견이었기에 잠깐 살다 가겠거니 했기에 별다른 짐을 챙겨 오지도 않았다. 그러다 파견 기간 종료를 두 달 앞두고 한국 회사에서 내가 좀 더 머물길 원했다. 내가 있음으로써 일처리가 훨씬 빨리 되어 일하기가 수월하다나. 상무님께서(한국인) 한국에 출장 오셨을 때 한국팀 팀장님 두 분이 상무님께 나의 파견기간을 연장해주십사 말씀드렸고 나의 파견 기간은 6개월 더 연장되었다. 그리고 두 번째 파견 기간을 종료를 두 달 앞둔 시점인 나의 생일 다음날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내가 파견 온 회사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겨우 3일 왔던 아르바이트생.


중국에 보낼 서류가 있어 인포메이션 데스크(이하 인폼)에 여느 때처럼 서류봉투를 받으러 갔었는데 평소 인폼에 앉아있는 직원은 노랑 머리였는데 그날은 검정 머리였다. '염색을 했나 보구나' 했는데 다른 사람이었다. 그녀는 공시생이었고 경제학을 공부하고 있었다. 나는 별생각 없이 서류봉투를 받아 자리로 돌아갔는데 이상하게 자꾸만 챙겨주고 싶었다. 원래 모르는 사람에게 그러지 않는데 그날은 이상했다. 서류 봉투에 보낼 서류를 넣고 다시 인폼에 가져다줄 때 초콜릿 간식을 몇 개 챙겨다 주었다.


나는 그녀의 연락처를 꼭 알고 싶었다.


태어나서 헌팅도, 번호를 따 본 적도 없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인 나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꼭 그녀의 번호를 받고 싶었다. 어떻게 그녀의 번호를 받을지 곰곰이 생각하다 국제택배 업체가 와서 수령을 하면 나에게 꼭 전화를 해달라며 내 전화번호를 남겼다. 꼭 그녀가 나에게 전화해주길 기다렸다.


그로부터 5시간이 지난 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고 그녀였다

택배 아저씨 오셨어요~~


사실 택배 아저씨는 수령하기 전 나한테 미리 전화가 온다. 그 택배회사는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을 해야 했기에 항상 오기 전에 나에게 전화하여 확인을 한다. (그녀가 전화 오기 바로 직전에 택배 기사님이 전화가 이미 왔었다)


그렇게 그녀의 번호를 알아냈고 나는 카카오 톡으로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답장이 없다.

한 시간, 두 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없다. 밤 9시가 되어서야 오는 카톡.


그녀는 공부하는 시간 동안은 스마트 폰이 아닌 2G 폰을 쓰느라 메시지를 이제야 확인했다고 했다.

그것이 그녀와의 첫 번째 사적인 연락이었다.


이때만 해도 나도, 그녀도 우리가 평생을 함께할 사이가 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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