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동몬 Sep 01. 2023

중국 대륙도 전세 사기가 있을까?

남의 돈을 떼먹는 나쁜 사람들...

앞선 이야기


최근 한국에서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전재산인데 그걸 노리고 떼먹다니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잘 생각해 보면 이런 전세 제도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전세'라는 개념은 전 세계에서 한국 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 중국도 전세라는 개념이 없다. (중국은 월세 밖에 없다.)


중국은 집주인이 사기를 치기보다는 세입자가 문제가 있는 경우가 꽤 많은데 우선 월세를 내지 않는다던가 전기세나 물세 같은 자신이 사용한 부분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경우다. 거기에 자신도 세를 들어 사는데 다른 이에게 더 높은 돈을 받고 월세를 주는 경우도 있다.


중국에 취직하면서 처음 남의 집에 세를 들어 살았는데 월세 개념 밖에 없는 중국에서 10년간 생활했기 때문에 전세 제도라는 걸 들어는 봤으나 정확히 어떤 개념인지 몰랐다.(부모님 집에 계속 살았으니...) 한국에 들어와서 오피스텔을 잡으려고 하는데 월세로 할 거냐 전세로 할 거냐 묻길래 그때 전세가 어떤 건지 제대로 알았다.


월세에 익숙한 나는 이 전세 제도가 잘 이해되지가 않았다.

남에 집을 빌려서 사는데 집값 정도 되는 억대의 돈을 은행에서 빌려서 낸다..? 왜 그래야 하는 거지..?


만약에 중국에 전세 제도가 있다면 아무도 전세 제도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 같다.

워낙 사람을 못 믿는 중국인지라 그 제도가 있다 해도 그 큰돈을 상대방에게 맡기지는 못 할 거다.


전세 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나에게, 친구는 내가 오히려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월세는 그냥 돈을 땅에 갖다 버리는 건데?


그의 설명은 전세는 은행에서 빌려서 그에 따른 이자만 내면 되기 때문에 월세는 생돈을 그냥 날린다는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대출도 해본 적이 없는 나인지라 그렇게 큰돈을 빌린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월세보다 대출 이자가 실제로 지출되는 돈이 더 적다는 것이었다.



월세 밖에 없는 중국은 대신 특이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집주인이 세를 줄 때 집에 모든 가전과 가구를 다 갖춰둔다.

세입자는 그런 가구나 가전의 상태를 보고 집을 선택하기도 한다. 가전 같은 경우 문제가 생기면 집주인이 모두 바꿔준다. 나는 이런 문화에 익숙해져있다 보니 한국에 오피스텔에 들어왔는데 침대가 없어 침대를 놓아달라고 했는데 다음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고 해주지 않았다. 다음 세입자가 다른 사람이 쓰던 침대를 사용하기 원하지 않을 거라고 했다. 잉? 중국에서 가전 가구가 다 갖춰진 집에서 계속 살았다 보니 그렇게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월세를 올려서 드리겠다고 해도 거부했다. (바닥에 이불 깔고 자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서 결국 매트리스를 샀다ㅠㅠ)


또 특이한 점이라면 한 집을 나눠서 월세를 주는 경우다.

호주나 서양권에서 유학하거나 워킹홀리데이를 한 친구들은 룸셰어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은 알 것이다. 집주인이 집에 살고 있으면서 방 하나를 빌려주면서 화장실은 주로 공용으로 사용하는 개념이다. 중국도 이런 경우가 있기는 한데 집주인이 사는 경우는 거의 없고 아예 처음 집을 분양받거나 살 때 인테리어를 여러 명에게 월세를 준다고 생각하고 집을 쪼갠다.


방 세 개, 화장실 두 개짜리 아파트가 있다면 그 아파트의 집에 현관은 하나인데 그 현관에 들어가서 또 다른 두 개 혹은 세 개의 문이 있기도 한다. 화장실은 원래 두 개였는데 세 개로 만들기도 한다. 결국 한 집을 세 개로 쪼갠다고 보면 된다.


원래 이런 방을 벽을 치고 문을 달아 나눠 버린다


나도 그런 집에 살아봤다.

장단점이 있다. 위치 좋은 곳에 있는 아파트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월세로 살 수 있다. 그리고 룸 쉐어가 아니기 때문에 온전한 나의 공간이기도 하다.(화장실이 있으니!) 그러나 결국 집을 쪼개둔 것이기 때문에 불편함이 있다. 방음이 안된다거나 한 개의 화장실을 두 개로 쪼개 놨기 때문에 너무 좁다는 것. 그리고 가끔 양쪽에서 물을 쓰고 있다 보니 물이 졸졸 나오거나 배수관에 문제가 생겨 내가 물을 쓰지도 않았는데 내가 쓰는 화장실바닥에 물이 차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는 평범한 편이다.

집을 억지로 쪼개서 하나의 집으로 만들다 보니 집 구조가 엉망인 곳도 있었다. 예를 들어  화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주방이 있는 경우인데 문제는 집이 좁다 보니 화장실에 문을 설치할 수 없어 커튼 비슷한 걸로 대충 막아두는 그런 경우다. (주방에서 요리하다 뒤돌아보면 변기가 보이는 끔찍한 상황)



중국은 집을 분양할 때 한국처럼 집 안이 모두 인테리어가 되어 있지 않다.

시멘트로 된 집을 분양받아 구매자가 알아서 인테리어를 하기 때문에 모든 집이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 매매 비용과 인테리어비가 따로 들고 인테리어를 위해 집구조와 디자인을 알아서 짜야 되는데 집을 구매한 중국인 직원들이 인테리어를 위해 업무시간에 인테리어 업자들이랑 어지간히 통화를 해댔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한국은 인테리어가 다 돼서 나오는데
중국은 직접 인테리어 하는 게 불편하지 않아?


그러니 중국인 친구가 답했다.


집 구조가 내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해?


우리는 주어진 인테리어, 주어진 구조 속에 사는 것에 익숙했기에 같은 아파트에 살면 집 안에 가구와 전자제품 말고는 이웃끼리 다 비슷비슷한 집에서 사는데 중국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와... 이건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다.


다음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