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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동몬 Aug 30. 2023

탕후루의 인기가 이해되지 않는 중국생활 10년차

요즘 한국에서 엄청 핫하던데??

앞선 이야기


요즘 한국에서는 탕후루라는 간식이 인기가 많다.


특히 10대들이 좋아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탕후루에 대한 기사가 뜬다.


중국에서 10년간 살았던 나로선 참 뜬금없는 일이다.

탕후루(糖葫芦)는 중국 간식이다. 요즘은 중국에서 거의 보이지도 않는 탕후루가 한국에서 인기가 많으니 말이다. 주로 중국 북방지역에서 판매하는 탕후루는 북방지역 이남의 지역에서는 여행객들이 많은 곳에서나 겨우 보일 정도밖에 안 되는 간식거리다.


내가 탕후루를 처음 접한 건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인 2007년이다.(16년 전이라니;;)

베이징에서 대학을 다니던 친구가 학교에 간 사이 할 게 없던 나는 뭘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친구 자전거를 빌려 타고 정처 없이 떠돌았다. 정말 무더운 한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말이다.


베이징에 온 지 겨우 3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중국어도 니하오 정도밖에 못 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휴대폰은 폴더폰이었고 중국어로 타자도 치지 못했던 시절이었음에도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홀리듯 자전거를 타고 갔다. 내비게이션도 없고 지도도 없었음에도 직진해서 내려가면서 '왔던 길 그대로 돌아가면 되지'하는 생각으로 하염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한참을 가다 보니 큰 사거리가 나왔고 나는 그 길을 횡단보도를 통해 건너려고 하는데 교통경찰이 제지했다. 그 당시에는 많은 중국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던 시절이라 나만 자전거를 타고 다녔던 것도 아니었고 내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었다.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몰라 어쨌든 직진은 더 이상 못하게 되었고 계속 직진해서 가다 처음으로 우회전을 하게 되었다.


그곳은 굉장히 큰 쇼핑몰이 있었다.

오... 여긴 어디지?


쇼핑몰이 크다 보니 구경해야겠다 싶어 자전거 주차장에 주차를 해두고 나왔는데 사람들이 많이 북적이는 거리였고 작은 상점들이 줄줄이 보였는데 저 멀리 보이는 간판에


王府井小吃街


앞에 세 글자... 분명 어디서 많이 봤다.

예전에 중국에 대해서 배울 때 그 글자 분명히 알았는데 뭐였지? 뭐라고 읽었지??


왕.... 왕 뭐지??


하는 순간 갑자기 떠오른 단어


왕푸징?!!!


내가 중국어를 공부할 당시 왕푸징은 베이징에서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전갈, 불가사리, 애벌레 꼬치였는데 그걸 보며


으... 중국인들은 이런 걸 먹는다고?


했었다. (그땐 중국을 잘 몰랐다)

나중에 중국에 가게 되면 꼭 저 꼬치들을 보러 가리라 했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그 유명한 왕푸징에 오게 된 것이었다.



왕푸징 거리 초입에 그 유명한 전갈, 불가사리 꼬치가 떡하니 있었다!

오오오오오오!!! 너냐!! 나 네가 엄청 궁금했었다!! 라며 신기방기하게 구경했는데 도저히 먹을 수는 없었다.


그렇고 조금 더 걷다 보니 알록달록 아이스크림도 아닌 것이 과일인가 싶은 것에 투명한 뭔가가 잔뜩 발라져 반짝 거리는 꼬치가(?) 있었다. 오호... 이건 뭔가...? 처음 보는 거였다. 한국에서 중국어를 배울 때도 본적 없는 희한한 것이었다. 이런 건 한번 먹어봐야겠다 싶어 주인에게 물었다.



多少钱?


얼마인지 물어보는 건 배웠기에 실전에서 처음 써먹어보았다. 그러나 숫자를 빨리 이야기하면 못 알아 들었다.


3块


오? 이 정도는 알아듣겠다! 3위안이란다. (당시 환율로 한국돈 400원 정도)

주머니에 있던 1위안짜리 동전 세 개를 꺼내 그에게 건넸다.


처음 먹는 중국 길거리 음식이었다.

자, 한번 먹어볼까?


"화사삭"


설탕이 어마어마하게 발려있던 이 음식은 안에 과일이 들어있는데 사과같이 생겼는데 사과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과가 이렇게 작나...? (검색해 보니 산사나무 열매였다)



와... 너무 달다.

와오... 사과가 아니라 거의 뭐 설탕이다. 그 위에 투명하게 발린 것도 설탕인데 거기에 또 설탕이라니?!


꼬치에 끼워진 건 다섯 개 정도였는데 한 개만 먹고 도저히 못 먹을 것 같아서 버렸다.

원래 음식은 절대 버리지 않는 나였는데 도저히 이건 달아도 너무 달아서 감당이 안될 정도였다. 달아서 머리가 아플 정도였다.


그 뒤로 나는 탕후루를 먹어본 적이 없다.


16년이 지난 지금, 몇 년 전부터 탕후루가 한국에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탕후루가 한국에 판다고?? 망하겠구먼...


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중국에 있을 때 당시 양꼬치, 마라탕, 마라샹궈를 정말 맛있게 먹었는데 한국에 들어왔을 때는 없어서 참 섭섭한 음식들이었다. 훗날 그 음식점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더니 이제는 전국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탕후루는 절대 그럴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예상은 빗나가 버렸다.

탕후루는 예전보다 훨씬 종류가 많아졌다. 내가 베이징에서 보았던 탕후루는 산사나무 열매 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온갖 과일들로 탕후루를 만든다. 탕후루는 빨갛다고만 생각했는데 한국에서 보이는 탕후루는 형형색색의 모습을 하고 있다.


10대들 사이에서 탕후루의 인기가 엄청나다.

길거리에 탕후루를 들고 다니는 아이들이 많이 보이고 그런 만큼 탕후루를 파는 가게들도 정말 많이 늘었다. 중국에서는 탕후루를 가게 안에서 파는 경우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파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았다. 지금은 그런 사람들도 많이 줄었지만 이것이 한국에서 인기가 있는 건 정말 의외고 의아할 따름이다.



이것이 요즘 아이들의 입맛인가 싶다.


다음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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