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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버지가 되어 가장 걱정되는 부분

03. 아버지도 그랬을까

by 동동몬

아이 둘 중 다섯 살 큰 아이는 나를 참 좋아한다.

아빠가 보고 싶다며 출근길에 영상 통화가 오기도 하고 가끔 아빠가 보고 싶다며 울기도 한다. 퇴근하고 집으로 오면 둘 다 "아빠~~"를 외치며 뛰어온다. 서로 경쟁하며 먼저 안기려 한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이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그래서 지금 많이 안아주고 최대한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한다.


나는 절대 주말에 약속을 잡지 않는다.

주말은 온전히 가족을 위한 시간이다. 나와 아내는 늘 주말에 뭘 해야 할지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좀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줄지, 아이와 함께 가기 좋은 장소가 있는지 검색하고 연구한다. 우리 부부에게는 주말 일정을 짜는 것도 하나의 일이라면 일이다.


언젠가 어머니께 내가 우리 아이만 했던 시기에 아버지는 어땠냐고 물어봤다.

아버지가 나를 참 좋아하고 잘 놀아줬고 산이고 바다고 놀러 다녔다고 이야기한다. 생각해 보면 그 시절 나의 사진은 대부분 어린이대공원, 바다, 산 등 항상 놀러 가 있는 사진들이다.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내 나이 7살 정도부터 이다.

그때의 기억은 별로 없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조금씩 기억이 많아진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나에게 나눗셈을 가르쳤는데 수학을 잘 못하다 보니 그 시간이 참 싫었다. 아버지가 수영장에서 수영을 가르쳐준 적도 있는데 아버지는 항상 "한 번만 더해보자"라는 말을 했다. 아버지는 완벽하게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었을 텐데 나는 너무 힘들었다.


아버지와의 좋았던 기억이 하나 있다면 구슬치기였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 나, 동생 셋이서 왼쪽 가슴에 포켓이 있는 잠옷에 구슬을 넣어두고 구슬을 맞추면 그 구슬을 가져가는 놀이였는데 너무 재밌어서 아버지가 구슬치기를 또 해주기를 항상 기다렸다. 그러나 아버지가 바빴는지 어땠는지 그 뒤로 구슬치기를 하지 못했다.


이렇게 아버지와의 기억이 몇 가지 난다.

사실 좋았던 기억이 그리 많지는 않다. 내가 중학생이 되고부터는 아버지와 함께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별로 없다. 아버지도 바쁘고 나 또한 친구들이랑 노느라, 학원에 다니는라 바빴을 거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 또한 아버지가 되었다.

육아를 하는 건 힘들지만 사랑스러운 아이가 커가고 아빠라 부르고 나를 좋아하고 내 옆에 오려고 하는 걸 보면 신기하다. 나는 아버지를 그리 가까이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 또한 어릴 때 아버지에게 내 아이처럼 했을지도 모른다.

나 또한 아버지와 관계가 좋았을지도 모른다.


부모가 된 입장으로써, 아버지로서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이런 부분이다.

나 또한 아버지와의 관계처럼 아이와 지금 이 좋은 관계가 훗날 멀어질까 봐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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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친한 친구의 집에 갔는데 아버지와 스스럼없이 지내는 친구를 보며 너무 부러웠다.

친구는 아버지를 불편해하지 않았다. 아버지랑 농담도 하고 친구의 아버지도 우리에게 유머스럽게 말을 걸어주셨다. 나의 아버지는 나에게 주말에는 친구 집에 가지도 말고 친구를 데리고 오지도 말라고 했었다. 아버지들이 주말에는 쉬어야 된다는 이유였다. 그 후 나는 한 번도 아버지가 계실 때 친구를 데리고 집에 간 적이 없고, 아버지는 내 친구를 아무도 모른다.


당시에 우리를 반겨주시던 친구의 아버지들은 지금도 친구에게 안부도 묻고 뵙게 되면 반갑게 인사도 하고 같이 술도 한잔씩 한다.


친구가 아버지와 가까이 지내는 걸 보며 나 또한 아버지를 무섭게만, 멀게만 대할 것이 아니라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 언젠가 나도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이야기했다.


나도 아빠랑 친구처럼 지내고 싶어요


기대했던 나의 마음에 돌아온 아버지의 대답은 달랐다.


나는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지금 생각하면 그 말이 맞다.

친구 같은 아버지는 될 수 없다. 손흥민 아버지는 친구 같은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직무유기라고 했다. 아버지는 엄연히 아버지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나는 그저 아버지와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 친구 같은 아버지가 아니더라도 가까이 지내고 싶었다.


그 후 아버지가 더 어려워졌다.


나는 아이들과 나이가 들어서도 가까이 지내고 싶다.

적어도 불편한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말 걸기 어려운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가까이하기 어려운 아버지가 되고 싶지 않다.


생각나면 언제든지 전화하고, 고민이 있으면 언제든지 털어놓고, 친구를 데리고 집에 오고, 연애 상담도 하고 사소한 이야기도 언제든 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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