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저께 같은데 벌써?

by 동동몬

어머니가 자주 했던 말씀이다.


네가 태어난 지가 엊그저께 같은데
애 둘 아빠가 됐네.


엊그저께('바로 며칠 전 같은데'의 사투리)라는 단어를 정말 많이 쓰셨다.


엄마는 맨날 엊그저께래


라고 했었는데 마흔이 된 내가 정말 그렇게 느낀다.


얼마 전 그룹 HOT 다시 뭉쳐 공연을 했다.

1995년에 데뷔한 HOT는 모두 10대였는데,

30년이 지난 지금 모두 50세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영화관에서 처음 본 영화는 '타이타닉'이다.

지금 봐도 여전히 멋진 이 영화는 1998년,

지금으로부터 28년 전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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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이라는 노래를 정말 좋아했다.

이 노래는 2001년에 나온 노래로 25년 전 노래다.

지금 들어도 명곡이다.


이제는 내가 군대를 갔다 왔나? 싶은데

생각해 보면 전역한 지가 20년이 다 되어 간다.


이제 10년 지난 일은 마치 '엊그저께' 일 같고,

20년쯤 지나야 그나마 조금 오래된 일 같다.


부모님 세대가 내 나이 때, 그들이 말하는 20년 전의 일은

너무나 오래전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본 그들의 어린 시절 사진은 모두 흑백이어서

나는 그 시절이 정말 흑백인 줄 알았다.


그들이 말하는 20년 전 영화 또한 흑백이었고

노래는 라디오나 테이프로 들었고

아파트가 없던 시절이었으며

집에 차가 있으면 부자였던 시절이고

집 전화기가 없으면 연락을 못 하던 시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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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의 우리는 20년 전에

스마트폰이 없었을 뿐 슬라이드형 핸드폰이 있었고

MP3가 있었으며, KTX가 있었고

저가 항공사가 막 나왔던 시절이다.


지금의 10대 혹은 나의 아이들은

우리 시대를 어떻게 생각할지, 어떻게 바라볼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세월이 너무나 빠르게 지나가고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월만큼 노화가 오고 있고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작년에 우연한 계기로 술을 끊기로 마음먹은 후

지금까지도 술을 입에 한 방울도 대지 않고 있다.

지인들과 만나도 물만 마신다.(욕도 바가지로 먹는다)


매일 아침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아파트 계단 오르기를 하고 있다.

두 칸씩 맨 끝 층까지 두 번 오른다.


아이들은 커간다.

태어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몇 년 뒤엔 큰 애가 초등학생이다.


둘째는 언제 저렇게 컸나 싶다.

분명히 누워있던 앤 데 어느 순간부터

말을 하고 뛰어다니고 있다.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면 부모랑 놀기보다

친구랑 놀기 바쁘다고 한다.(내가 그랬듯)


그전에 많이 놀아주고

많은 추억을 쌓으려고 한다.


매년 가족사진을 스튜디오에 가서 찍고 있다.


첫 번째 가족사진에는 첫째만 있고,

세 번째 가족사진에는 둘째가 있고,

다섯 번째 가족사진에는 아이들 둘이서 손을 잡고 있다.


나는 그대로인데 아이들은 많이 변했다.


나이의 앞자리 수많은 시간의 속도가 빨리 간다고 했다.

어른들 말씀이 틀린 게 하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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