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자식에게 끼치는 영향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내를 만나 결혼할 당시, 부모와 자식의 인생은 돌고 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사라고 해야 할까? 특히 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살아온 인생, 그런 것들이 자식에게도 이어진다는 느낌이랄까. 그중에서도 첫째가 그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다.
그런 걸 흔히들 '인연'이라고 한다.
나는 결혼을 하면서 그 '인연'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일들이 있었다.
아내를 처음 본 순간, 반했다기보다는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을 받았다는 게 더 정확한 것 같다. 그리고 1년이 안되어 결혼식을 올렸다. 나의 부모님도 그랬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처음 본 순간 결혼해야겠다고 마음먹은 듯하다. 어머니에 말에 의하면 아버지는 어머니를 처음 만난 이후로 매일 자신의 집에 찾아와 외할아버지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더니 한 달 반 만에 결혼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나도 비슷하게 결혼을 하게 되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양가집 첫째다. 아내와 나도 양가집 첫째다.
아내와 어머니는 닮은 부분이 많다. 키도 비슷하고 성격도 비슷하다. 성격이 비슷한 건 어머니와 아내, 두 사람도 인정한다. 서로 닮은 점이 많아 둘이 만나면 죽이 참 잘 맞다. 가정적인 부분, 과소비가 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원래 나는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이야기를 많이 해보고 만나는데 처음 본 아내에게 '이 사람이다'를 느꼈음에도 알고 보니 어머니와 너무 비슷한 점이 많은 것은 어머니와 나, 아내와 나의 그런 인연이 아닐까 싶다.
아들은 어머니 같은 여자를, 딸은 아버지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을 둘러보았을 때 그 현상은 첫째에게서 많이 나타남을 알게 되었다. 나와 내 동생만 봐도 연애했던 상대의 모습이, 즉 좋아하는 스타일과 성격의 여자가 조금 다르다. 나는 어머니와 비슷한 사람을 만나왔지만 동생은 좀 달랐다. 나와 장인어른은 성격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행동들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 심지어 외모도 닮았다고들 한다. 아내는 항상 아빠 같은 사람과 결혼해야지 했는데 나에게서 아빠와는 다르지만 아빠 같은 모습들이 보인다고 한다. 특히 두 사람의 생각이 비슷하다고 한다.
나와 아내는 10살 차이다.
우리 집안에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은 사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런 인연이 생겼나 생각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장인어른의 부모님, 즉 아내의 친할아버지와 친할머니의 나이 차가 10살 차이라고 한다.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이처럼 부모와 자식 혹은 가족의 '인연'은 계속 돌고 돈다.
우리 아이도 나와 비슷한 부분이 너무 많다. 내 아이라서 비슷한 점이 많겠지만 뭔가 또 다른, 즉 이 아이의 인생이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좋은 면도, 나쁜 면도 있으리라. 나는 내가 했던 시행착오를 아이가 겪지 않도록 잘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크다.
나의 부모님은 이혼했다.
이 또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님의 이혼을 겪은 나와 행복한 가정에서 자란 아내. 우리 아이도 우리 두 사람의 어떠한 인연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그건 우리 부부가 하기 나름일 것이다. 나는 부모님의 이혼 속에 많은 상처를 받았다. 그러면서 배운 것도 많기에 성숙한 부분도 있다. 부모님의 이혼에 대해 많이 분석해 보았다. 거기서 도출해 낸 문제점들을 내가 하지 않도록 노력 중이다.
결혼은 내가 선택해서 한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켜야 하는 내 가정이다. 배우자는 내가 평생 함께 살아야 할 동반자, 자식보다 더 오래 함께할 평생 친구다. 장인, 장모님의 마인드가 그러하기에 아내는 그런 마인드가 이미 어릴 때부터 강했다. 나는 이혼 가정에서 자랐기에 장인, 장모님의 이야기를 아내에게서 들었을 때 놀라운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특히 같은 남자인 장인어른은 참 모범적인 남편이자 아버지이기에 배울 점이 많다. 나는 그런 장인어른을 존경한다.
생각해보면 아버지도 외할아버지를 존경했다.
카리스마 있는 외할아버지의 모습을 아버지는 굉장히 좋아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외할아버지를 존경하는 것과 내가 장인어른을 존경하는 것, 이 또한 인연이다. 장인어른은 나의 아버지, 그리고 나의 외할아버지와 전혀 다른 성격이지만 정말 내가 닮고 싶은 부분이 많다. 그렇게 하라고 한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으며 그런 '인연'이 만나 지지 않으면 그렇게 하지도 못하는데 희한하게도 인연은 돌고 도는 것 같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자식은 부모에게서 알게 모르게 보고 듣고 배우는 것이 자신의 인생이 되어버리는 듯하다.
부모님의 이혼을 막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