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을 가지지 말자구요
현대 사회는 참 살기 힘들다.
2021년 말에 부동산 값이 갑자기 폭등했다. 그것도 전국적으로 오른 이례적인 폭등이었다. 월세도 전세도 미친 듯이 뛰었고 집 없는 사람들은, 집을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던 사람들은 난리가 났다. 반대로 무리해서 집을 사둔 사람들은 대박이 났다.
30대가 되어 보니 남자의 경제력이 결혼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
나는 오랜 해외 생활로 한국의 분위기를 잘 몰랐는데 들어와서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집을 사기 전까지는 결혼 생각이 없단다. 집이 없으면 결혼을 못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남자의 경제력, 참 중요하다.
살아가기 힘든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2030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오고 있는데 서울의 집값은 평균 10억이 넘는다. 이건 보통의 2030은 살 수 없는 금액이라고 본다. 10억짜리 집이면 적어도 3억은 있어야 대출이라도 할 수 있다. 2030 중에 3억을 모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지 않더라도 부모님이 도와준다고 하면 다행이다. 그러나 부모님이 도와줄수 없는 상황이라면?
뭐든 시작이 참 중요한데 결혼의 시작에 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다를 것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20대 후반에 결혼하여 수도권에 집을 샀다. 부모님이 조금 도와주고 대출을 내어 2억대에 집을 샀다. 그리고 대출을 다 갚았는데 2021년에 부동산 값이 폭등하면서 그 집이 6억대가 되었다. 이런 걸 보면 일찍 결혼한 사람이 승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은 수도권에 2억대의 집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렇다면 본인이 모은 돈이 집을 살 정도의 억대가 되지 않고 부모님이 도와주기 힘든 상황이라 월세나 전세로 시작해야 하는 사람들은 결혼을 못 하는 것인가. 바로 이런 점이 지금 2030 세대들이 결혼을 꺼려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남자들은 말이다.
나는 집 없이 시작했다.
아내는 나와 자신의 본가에 있는 자신의 방보다 작은 10평짜리 원룸에서 시작했다. 장인, 장모님이 와보시더니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의 어머니도 오셨는데 이런 데서 사냐며 놀랄 정도였다. 그러나 우리는 행복했다. 그 집을 떠나는 날 아내는 눈물을 보였다. 우리의 돌아오지 않을 신혼생활을 함께 한 곳이기에 아쉬운 마음이 컸나 보다.
장인, 장모님은 결혼 전에 내가 얼마나 모아뒀는지 묻지도 않으셨다. 심지어 결혼 직전에 나의 연봉을 물어보셨다. 내가 얼마나 버는지 얼마나 모아뒀는지 어떤지도 전혀 모르시고 큰 딸의 결혼을 허락하셨다. 참 감사한 일이다.
어떤 이들은 내가 복 받은 거라고 이야기할 것이다.
맞다. 나는 복 받았다. 그런데 당신도 복 받은 사람일 수 있다. 2030 남자들은 우선 집이 없다는 압박감에 감히 결혼에 대해 생각을 못 하고 있다. 내 지인들과 열 살 어린 아내의 남자 지인들 모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여자들의 눈이 높네 어쩌네 해서 결혼을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그건 니 생각이고.
연애는 하고 있나? 사람을 만날 시도는 해보았는가? 결혼하자고 이야기는 해보았는가? 해보지도 않고 지레 겁부터 먹고 있다.
나는 시도해본 사람이다.
연애를 해보려고 소개팅도 아홉번이나 했다. 그러다 우연히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 사람이다'라는 감정을 느껴 미친 듯이 쫓아다녔고 서른 중반에 집도 차도 없는데 그녀의 부모님께 결혼하고 싶다고 허락을 받으러 갔다. 그래서 나는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다. 시도도 안 해보고 여자들의 눈이 높다는 이야기를 하는 건 당신이 가진 선입견 일 뿐이다.
주변에 서른 중반이 넘었음에도 결혼하지 않은 지인들이 꽤 있다. 정말 괜찮은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참 사람 만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이런 좋은 이들을 서로 만날 수 있도록 소개팅을 주선하여 두 커플을(결혼) 탄생시키기도 했다. 남자 쪽에서 적극적이면 소개팅을 주선하기가 참 좋은데 자신은 일해야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소개팅을 피하는 이들도 있다. 그들에게 어쩌면 연애는 귀찮은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결혼은 하고 싶다고 하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집 없다고 결혼 못하는 게 아니라 본인이 적극적이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가 정말 바빠서이든 자신이 가진 선입견 때문이든. 사람마다 생각이 다 다르다. 집 없이 시작 못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함께 모은 돈으로 집을 사자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지금은 없겠지만 열심히 벌어서 나중에 꼭 사자고 하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도 있다. 그런데 지레 겁을 먹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이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쟁취한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지금은 내가 가진 게 없어도 정확한 목표와 비전을 가지고 있는 남자라면 여자 입장에서는 이 사람과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겠구나 하는 확신이 들것이다.
이런 이야기의 사례라고 한다면 야구선수 추신수 부부가 떠오른다.
추신수는 겨우 스무 살 때 자신의 아내를 처음 만났다. 둘은 첫눈에 반해 불같은 사랑을 했고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던 시절이었음에도 그녀의 아버지를 찾아가 당당히 미국에 데리고 가겠다고 이야기하여 허락을 받았다. 그들의 신혼생활은 정말 힘들었다고 한다. 추신수가 버는 월급이 고작 몇백 달러였고 그것도 시즌이 끝나면 못 받는지라 6개월의 월급으로 1년을 살아야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말 행복했다고 한다. 결국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했고 후에 몇천억의 계약을 따냈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룸 셰어를 하며 살던 부부는 수영장이 딸린 궁궐 같은 집을 지어 살고 있다. 추신수는 자신의 성공을 항상 가족, 특히 아내의 몫으로 돌린다.
만약 여자 쪽에서 집이 꼭 있어야 된다고 한다면 본인이 할 수 있는데 까지 노력해보고 안되면 헤어지면 된다. 그 사람은 나와 인연이 아닌 것이다. 아닌 인연을 붙잡고 있어 봐야 결혼하면 더 고생이다.
결혼해보니 물질적인 게 전부가 아니다. 일부다.
물론 그 물질적인 것이 너무 없어도 삶이 힘들지만 어느 정도 갖추고만 있다면 두 사람 관계의 문제지 경제력이나 능력이 문제는 아니다. 여기저기서 들은 이야기로 돈 잘 버는 의사와 결혼했는데 바람을 피우는 경우라던가 건물주의 아들과 결혼했는데 경제적으로는 풍족하나 베짱이처럼 집에서 놀고먹기만 하는 사람 등 결혼 전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어 결혼했지만 결혼생활이 전혀 행복하지 않아 이혼까지 생각하는 사람도 수두룩 했다.
결혼은 비즈니스가 아니다.
결혼은 제2의 인생이며 내가 행복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물질적인 것을 너무 따지다 보면 정작 나의 행복을 잃는다. 지금 돈 없다고 나중에 돈 없는 것 아니며 지금 돈 있다고 끝까지 다 돈이 있는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