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들의 이야기
연애는 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결혼은 남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아내와 연애도 전에, 아내의 마음을 얻기 위해 부단히 유튜브로 연애 공부를 하고 있을 때, 한 결혼정보회사 유튜버가 했던 말이다. 그때 나는 아내를(당시엔 여자 친구도 아니었다) 한창 쫓아다닐 때라 이 말의 뜻이 무슨 말인가... 의아하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다.
내가 결혼 이야기를 너무 꺼내니, 연애를 하고 나서도 아내는 나에게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했었기에 나는 이 말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남자의 동의는 무슨...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왜 그런지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결혼 이야기를 꺼내지 말라는 아내의 말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결혼 이야기를 은근슬쩍 꺼냈고 심지어 결혼박람회 까지 혼자 다녀오고 아내가 결혼하고 싶어 했던 웨딩홀을 주말에 혼자 찾아가 결혼하는 모습들도 동영상과 사진으로 찍어 보내니 아내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는지 나와 함께 결혼박람회를 함께 가고 웨딩홀 투어를 함께 했다. 그 당시엔 장인, 장모님께 인사도 드리기 전이었기에 아내가 결혼할 확고한 마음이 없다면 그렇게 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내가 적극적으로 했던 행동들이 아내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켰으리라.
남자 친구와 결혼할 생각을 한 적이 없었던, 아직 결혼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했던 지인도 남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프로포즈에 결혼을 결심하게 된 사례도 그렇고 내가 소개팅을 시켜준 두 커플 또한 남자 쪽에서 밀어붙여서 결혼한 케이스였다. (이 커플들은 서로 잘 맞아서 결혼을 금방 결정했다.)
그리고 서로 아무 감정 없던 두 사람이 5시간 만에 결혼을 결정한 이야기는 거의 클라이맥스 급이다.
반대로 여자가 결혼을 밀어붙인 케이스를 본다면, 대부분 잘 되지 않았다.
여자 쪽에서 결혼을 밀어붙인다는 말은 남자 쪽에서는 아직 결혼에 대해서는 그다지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고 남자 쪽에서 반응이 미지근하니 결국 헤어졌다. 결혼할 것이 아니기에 헤어지는 것이다.
30대 중반이 되면 남녀 모두 판단이 빨리 되는 것 같다.
이 사람과 결혼할지 말지에 대해. 그리고 본인이 마음을 먹으면 밀어붙이는 것 같다. 특히 남자들은 더 그런것 같다. 그렇게 남자가 밀어붙였지만 안된 케이스도 있었다. 남자 쪽에서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없이 결혼하자고 했던 케이스는 그러했다. 여자 쪽에서는 책임감이 없다고 느꼈다. 그리고는 헤어졌다.
30대의 연애는 잔인하다.
연애의 끝은 결혼 or 이별이라는 것이 30대에는 확연히 드러난다. 특히 30대 중반부터는 그 선택이 빠르다. 상대방과 결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과감하게 헤어진다. 30대 초반에야 아직 결혼 생각이 없더라도 연애를 끌고 갈 수가 있는데 30대 중반이 되면 더 이상 그 결정에 대해 지체할 수가 없으니 맺고 끊음이 확실한 것 같다. 양쪽 다 언제 할지 모르는 결혼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듯하다. 결혼하고 싶은 쪽은 결혼하고 싶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떠나간다. 상대방도 그런 사람을 끝까지 옆에 둘 수 없음을 알고 있다. 참으로 잔인한 30대의 연애다.
그렇다면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남자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여자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내가 남자이고 경험을 해보았기에 조언해 줄 수 있다.
남자의 헌신과 진심이 담긴 행동은 여자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느낀다. 그리고 그런 행동에 감동을 받기도 한다. 나는 아내를 만나면서 남자와 여자의 사고방식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감성적이고 디테일하다. 그러나 남자들은 그런 것을 잘 모른다.(나는 정말 몰랐다) 여자들은 공감을 원한다. 남자들은 그걸 잘 모른다. 이런 부분이 남녀의 큰 차이다. 이런 여자의 심리를 잘 이해하고 대하면 좋을 것 같다.
남녀의 사고방식이 다른 예를 들어 본다면, 남자들이 여자에게 꽃을 선물한다면 남자들은 그 꽃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지만 여자들은 이 사람이 나를 위해 꽃을 사겠다는 마음을 먹고 꽃집에 가서 꽃을 사서 나에게 주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한다고 한다.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던 여자의 심리다.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나의 경험상 남자들이 밀어붙이는 결혼은 대부분 성사되었다.
물론, 결혼이라는 것이 두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첫 번째 관문은 넘은 것이니 다음 관문들도 하나씩 하나씩 헤쳐나가면 좋은 결과가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