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글귀들 03
여러분은 일하면서 언제 즐겁고 기쁘신 가요? 또 일하는 사람의 즐거움과 기쁨, 행복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내가 잘 쓰이고 있구나’ ‘내가 구상한 방법이 통하는구나’ ‘내 생각대로 하니까 되네’라는 걸 확인하는 순간에 기쁨을 느낍니다. 제가 ‘쓰인다’는 말을 좋아하고 고집하는 건 이 말이 어떤 가치와 연결되는 것 같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단순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성취감을 맛보는 것을 넘어선 지점에 다다르는 것 같은 거예요. 제 노력의 결과로 저의 즐거움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크든 작든 제가 몸담은 곳을 조금은 나아지게 하는 느낌,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느낌 말입니다. 최인아 –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나는 일등석 클래스에 배정받는 경우가 많다. 코로나 팬데믹이 끝나고 정상적으로 비행이 운항되자 비즈니스 좌석은 물론 일등석까지 손님들이 다 차기 시작했다. 일등석은 전 좌석중 8석이 넘지 않을 만큼 소수로 운영되고 비싼 운임요 만큼이나 승무원들이 수행해야 할 서비스도 복잡하고 많다. 탑승하시는 손님들도 대다수 VIP이거나 유명인사들이 많아 출근 전부터 긴장감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다른 클래스에 근무하면 굳이 받지 않아도 될 긴장감을 나만 자주 받는 거 같아 억울했다. 같은 비행기에 타서 똑같이 근무하는데 누구는 맘 편히 일하는 거 같고 누구는 맘까지 졸이며 일하는 거 같았기 때문이다. 지금 생각해도 속 좁은 심사였지만 비행시간이 많아 이착륙이 잦을 때는 넓은 아량 따윈 생기지 않았다.
나같이 하루 하루 주어진 일들에 치여 불만을 가졌음에도 본인이 처한 업무환경을 개선해 나가지 못한 분들이 있을 것이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한다는 말은 책임져야 할 가족이나 신용카드 할부가 없을 때나 가능한 말이지, 다음달 월급이 마려운 나 같은 직장인에게는 통용되지 않았다. 그때 절을 떠날 수 없어 책을 집어 든 내게 ‘도끼’같이 꽂힌 최인아 저자의 글귀가 있다. ‘태도가 경쟁력이다’ 쓰여서 억울한 게 아니라 쓰이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수준 높은 태도라니. 노력의 결과를 인정 받으면서도 몸담은 곳을 나아지게 하고 있다는 자부심까지 챙기라는 저자의 말에 수긍했다.
‘나는 어떻게 쓰이고 싶은가?’ 어느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든 이 질문에 자신만의 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 커리어를 쌓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 때론 그 일을 스스로 택하지 않았더라도 멈추지 않고 뭉근하게 지속시켜 나감으로써 업력에 대한 긍지가 생겨날 것이다. 그건 거저 얹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업종 불문하고 십 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신 모든 분들을 존경(리스펙)한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온 그들에게 드라마 <대장금> 한상궁 마마님이 하시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네 능력은 뛰어난 것에 있는 게 아니다. 쉬지 않고 가는 데 있어. 그러니 얼마나 힘이 들겠어”
https://www.nadio.co.kr/series/535/episod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