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
기후변화가 부른 '난기류 비상' 대한항공 대응 역량 강화
전노선 라면서비스 중단, 난기류 관련 사고 우려 속에 안전확보 우선
승객 위험 요인 최소화하려 기내 서비스 개편
기후 변화로 인해 난기류 발생이 급증하면서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이 난기류 대응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난기류를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한편, 승객의 편의와 안전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도록 기내 서비스를 개편하고 있다. 또한 대한항공은 난기류에 의한 승객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고자 기내 간식 서비스도 개편했다. 지난달 15일부터 장거리 노선에서 제공하던 일반석 컵라면 서비스를 중단하는 대신 핫도그, 피자, 핫포켓(파이 껍질에 속을 채운 음식) 등 새로운 기내 간식을 제공하고 있다. 또 뜨거운 물을 사용하는 음식의 경우 제공되는 온수 온도를 기존보다 낮춰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10년 전, 워싱턴 착륙 한 시간을 남겨두고 한 손님을 응대중이었다. 기내화장실 앞에서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갑자기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몸이 둥실 떠올랐다. 놀란 나는 바로 옆에 있던 손님을 잡았다. 손님도 나를 잡았다. 성인 두사람의 무게가 합쳐지면서 떠오른 높이에 비해 빨리 내려올 수 있었다. 그 손님이 아니었다면 구두를 신고 있었던 난 균형을 잡지 못해 발목이나 허리를 다쳤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짐정리를 하고 있던 손님들과 착륙준비를 위해 기내설비를 정리하고 있었던 선배님들이 부상을 입었다.
"손님, 지금 비행기가 많이 흔들려서 화장실 사용하시기에 위험합니다"
직접 경험해보지 않으면 난기류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모르니깐 승무원들이 제지하여도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다. 인간의 생리적 본능을 막기엔 역부족이긴 하지만 승무원으로서 손님이 다칠수 있는 위험에 대해 반드시 안내 해야만 한다. 비행기를 운항하는 기장님들조차 난기류의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한다. 요즘같이 기류변화가 심할 때는 몇 시간 동안 안전벨트 사인을 켜두시기까지 한다. 그런 상황에선 손님을 직접 응대해야 하는 우리 승무원들은 난처하기 그지 없다. 다급한 손님의 입장도 이해가 가고, 안전 메뉴얼을 지키고자 하는 동료의 마음도 이해하면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는 손님들을 애써 모른척 한다. 정말 10년 전에 비해 비행기 터뷸런스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그만큼 우리 지구환경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본다. 앞으로의 10년 뒤는 어떨까? 그땐 정말 비행을 안전하게 할 수 있을까? 그 전에 서비스 하다가 내 허리가 먼저 나가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우스갯소리로, 승무원들끼리 이런 말을 주고 받곤 한다. "미쳐가는 날씨에 맞춰 기내서비스 또한 개선되어져야 손님도 우리도 안전할 수 있다고" 뜨거운 라면 국물이 예상지 못한 난기류를 만나 공중부양 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화상을 입겠는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일년에 한 두번 여행 가기 위해 비행기를 타는 이들은 난기류의 공포를 모를 수도 있다. 기내에서 라면을 먹고 싶은 욕구가 더 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느것도 비행기 안에서 안전을 앞지를 순 없다. 무조건 최우선이 손님과 승무원의 안전이다. 식상하고 고루한 표현일지 모르지만 'Safety is first'라 외치고 싶다.
지금까지, 현직 승무원의 애타는 하소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