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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지현 Sep 14. 2024

프롤로그

책 출간을 준비하면서




여는 글 – 지난 3년 동안 정리만 했습니다.


암, 코로나, 이사, 이별, 그리고 비움. 지난 내 삶을 반추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다. 대개가 그렇듯, 인생이 다른 국면으로 넘어갈 때는 딱 그만큼의 고통이 생긴다는 말이 떠오른다. 당시엔 두렵고 버거웠던 일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조금씩 적응되어갔다.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았을 때의 슬픔은 옅어진 지 오래고, 코로나 팬데믹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졌다. 이 과정 동안 네 번의 이사를 했는가 하면, 헤어짐과 만남이 한 데 버무려지는 걸 겪으면서 차츰 내 인생에서 불필요한 것들이 빠져나가는 걸 느꼈다. 


생전 겪어보지 못했던 것들이 밀물처럼 한꺼번에 들이닥쳤을 때 난 어떻게 해 볼 방법도 찾지 못한 채 맥없이 넘어졌다. 미리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겐 현실은 그야말로 불행이었다. 풀 옵션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다가 10평대의 주택으로 옮겼을 때이다. 성인 3명과 강아지들이 함께 살다 보니 하루하루가 그야말로 전쟁터였다. 물리적인 생활공간이 좁으니 각자의 동선에서 맞부딪치는 마찰이 잦았고 쉽게 싸움으로 번졌다. 매일 전투적으로 청소를 하고 비워내도 가족들이 물건을 사는 속도가 더 빨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이런 다가구 주택에서의 지리멸렬한 삶은 나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게 했다. 특히 분노와 자책이 뒤섞인 감정은 반강제적으로 나를 차차 다른 삶을 모색하도록 종용했다. 그것은 바로 당면한 현실을 정리해야 할 타이밍이란 깨달음이었다. 그렇게 아주 조금씩 인생을 정리하고 다듬어 가면서 깨달았다. 물건은 간소하게, 관계는 가볍게, 일상은 단순하게 흘러가야 비로소 삶이 평온한 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을. 


그 깨달음을 실천하기 위해 마음의 팔을 걷어붙였다. 10년 넘게 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알뜰살뜰 모은 쇼핑의 흔적들을 지웠고, 그간 불규칙적인 생활로 인해 누적된 몸과 마음의 찌꺼기를 비우기 위해 은둔자가 되어보기도 했다. 점차 나를 둘러싼 물건의 개수가 줄어들수록 내게 꼭 필요한 물건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이 간소해지자 자연스레 마음의 여유가 생겨났다. 나아가 뭔가를 더 소유하고 싶다는 물욕이 점점 사그라들었다. 대신에 좀 더 가볍고 자유롭게 사는 삶이 훨씬 중요한 가치라는 사실을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


‘정리정돈(整理整頓)’의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주변에 흐트러진 것이나 어수선한 것을 한데 모으거나 둘 자리에 가지런히 함. 내가 ‘정리정돈’을 재정의 하자면, 각자의 가치관에 맞게 유무형의 것들을 제자리에 두는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마다 인생에서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제각기 다를 것이다. 무엇을 선택하고 취할 것인가는 본인의 몫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서 시야를 가리는 것들 것 너무 많다는 사실이다. 즉, 삶의 불필요한 것들이 마치 습관처럼 무겁게 깔려 있기 때문에 정작 챙겨야 할 것들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복잡한 고민들부터 해결하려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따른다. 그렇기에 우선 지금 당장 내 손에 잡히는 물건부터 치우고 제자리에 놓아 보기를 권한다. 이 사소한 행동이 불러오는 삶의 기쁨이나 이로움은 정말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클 것이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이 책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다. 손에 잡히고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물건정리와 청소에 관한 이야기부터 인간관계에 관한 정리법, 그리고 돈이나 수많은 정보를 어떻게 분류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까지가 그것이다. 이 책에서 앞으로 풀어낼 나의 소소한 정리법들이 장차 여러분들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작은 훈풍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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