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방일지 4화
"난 털 달리고 네 발 달린 건 다 싫어!" 대한민국 천만 애견인이 들으면 돌 맞을 소리를 내가 불과 1년 전에 했었다. 하나 지금은 가지, 향이, 백억이 등 무려 3마리나 되는 강아지들의 집사 신세다. 동생이 몇 년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한 걸 난 귓등으로도 안 들었었다. 양육비도 그렇지만 아파트라는 주거 환경도 의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빠가 항암치료를 시작하면서 병원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해야 했고, 처음으로 다가구주택에 함께 살게 되었다. 하나 관리 잘 되어있는 아파트에 살다가 비좁은 공간에서 부대끼다 보니 가족들끼리 서로 다투는 일이 많아졌다. 상황 변화만을 탓하기보다는 뭔가 차선책을 강구해야 했다. 그 무렵, 때마침 동생이 강아지를 키우자고 다시 제안했다. 이땐 나도 앞뒤 재지 않고 편안한 맘으로 수긍했다. “한번 사는 인생 좋아하는 거 하고 살아야지, 참지도 미루지도 말고 강아지 당장 키워보자!”
그렇게 호기롭게 말했지만, 그때 당시엔 정말 몰랐었다. 강아지 한 마리 키우는 게 거의 아기 한 명 돌보는 거랑 똑같다는 사실을. 제 때 제 때 밥 먹이고 대소변 치워주고 또 씻기고를 반복해야 한다는 당연한 사실을 말이다. 정말 신경 쓰고 살뜰히 봐줘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하지만 이 모든 번거로움을 넘어서는 아주 큰 이점도 있었다. 바로 가족들끼리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다 같이 밥을 먹을 때조차 각자의 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우린, 강아지들을 키우면서 달라졌다. 아이들의 애교에 빵 터지기도 하고, 각자 산책시키면서 겪었던 일들로 웃다 보니 집안 분위기가 훨씬 좋아졌다. 아빠도 처음엔 그~렇게 반대하시더니 지금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아이들 산책을 도맡아 하신다. 나 또한 서비스인으로서 지친 심신을 이 녀석들로부터 위로받을 때가 아주 많다.
김연아 선수의 말처럼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닌 게 세상엔 참으로 많다’ 강아지 세 마리를 어떻게 키울까 걱정했지만, 양육의 수고보다 이들이 가족에게 주는 행복이 훨씬 더 크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리고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게 막상 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그 안에 더 큰 값진 것들이 숨겨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2022.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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