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서울책방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유 Apr 14. 2016

술 먹는 서점 : 북바이북 (2)

# 서울책방 학교 2-2강: 콜라보레이션의 힘

동네서점 북바이북의 시작은 여느 소상공인과는 다른 차별점이 있다. 오랜 회사 생활의 노하우와 경험을 통하여, 스타트업처럼 창업한 것. 외부 지역의 경험과 캐주얼하게 책과 술을 접목한 발상, 그들의 강점을 잘 발휘할 수 있는 콘텐츠 기획, 모바일 시대의 다양한 기회와 트렌드가 오픈된 환경, 이 모든 요소들이 꼼꼼하게 맞물리며 오픈의 동력이 되었고, 차곡차곡 모은 정보와 경험들이 시너지 효과를 이루었다. 짧다면 짧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에도 많은 이들이 즐겨 찾는 공간이 되기까지, 북바이북이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 들어보자.



북바이북이라고 이름을 정한 이유는?

북바이북은 영문으로 풀이하면 말 그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과 책의 연결이다. (BOOK BY BOOK) 그 안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 읽기와 책을 만드는 사람과 읽는 사람이 서로 소통하며 만들어 나간다는 공간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바로, 잘 구현된 서비스를 계속해서 만들자는 의지와 함께 오프라인 콘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이 되는 것이 북바이북이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하다.


오프라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 형성 과정에 대하여

북바이북은 온라인과 같은 유사 방식으로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오프라인 구조를 만들기 위한, 온오프 통합 콘텐츠 유통을 제일 큰 목적으로 하고 있다. 제일 먼저 오프라인의 책 콘텐츠와 동네 소식을 가장 잘 알리기 위하여 네이버 블로그 개설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 스토리 등 온라인 상의 모든 계정을 만들었다. 그리고 오픈 3개월 전부터 지역 소식을 비롯하여, 진행 과정을 콘텐츠화하여 꾸준히 알렸고, 지역 사회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간다.

1. UV (Unique Visit)  : 이는 서점 계정을 구독하는 유입자의 수를 나타낸다. 매장 방문 수보다 얼마나 많은 UV를 확보했느냐를 체크한다. 즉, 좋아요 등의 구독 수의 증가세를 파악하고, 성장 곡선을 확인한다. 초반에는 기술과 비용이 상대적으로 이용하기 쉽고, 저렴한 페이스북 광고를 많이 활용했고, 적정 수의 구독자를 확보한 이후로 광고 없이도 유지해 나가고 있다. 상암, 마포, 홍대 등 지역에 포커스를 맞춘 콘텐츠 제작에 주력한다.
2. CPA (Click per Action) : (온라인에서 소식을 접하고) 실제로 서점을 방문했는가. 온라인 구독에서 오프라인으로 직접 오게 하는 원동력, UV와의 갭의 차이를 줄이는데 주력한다.
3. CPS (Click pr Sales) : 매장을 방문하여 책을 직접 구매했는가.
4. 재방문: 온라인에서 보고 오프라인으로 한번 방문 한 뒤, 다시 재방문하였는가.
5. Lock- In :  북바이북의 실제 단골이 되었는가.


북바이북만의 오프라인 콘텐츠 : '구간의 발견', '비밀의 정원'

북바이북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콘텐츠 기획은 가장 필수적이며 중요하다. 온라인 콘텐츠 중에서 '미녀 매니저 일지'가 많은 이들의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늘 마음 속으로 창업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프라인에서도 독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콘텐츠가 시의 적절하게 필요하다.


북바이북의 구간의 발견, 작가와의 만남


신간 혹은 유명 작가의 책은 대형 서점을 중심으로 활발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에 반하여 구간은 시간이 지나면 뇌리에서 사라지기 쉽고,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다시 주목받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구간의 발견'은 색다른 재미가 쏠쏠한 기획 중 하나이다. 가령,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 저자로 유명한 남해의 봄날 대표님을 삼고초려하여 초대한 독자와의 만남이 있었다. 그분 역시 3년 만에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고, 모두가 책을 통해 가깝게 교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뜨거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심야 치유 식당>은 나온지 5년이 지난 책이지만, 순전히 팬심으로 섭외하여 초대하였고, 현재까지도 북바이북만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북바이북만의 기획 행사 '비밀의 정원' 또한, 컬러 세러피 강좌로써 컬러링북을 통한 심리 미술 치료 중 일환으로 참여율도 높지만, 인기 강좌로 자리매김하며 북바이북의 간판 강좌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손글씨, 나 혼자 조금씩' 캘리그래피 강좌


이 밖에도 새로운 작가들을 직접 발굴한 경우도 있다. 손으로 직접 하는 캘리그래피, 자수, 드로잉 등 SNS를 통해 검증된 작가들을 직접 찾아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중에서도 캘리그래피는 1년 넘게 모임을 진행하면서 출판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손글씨 나 혼자 조금씩'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이는 북바이북을 통해 작가로 데뷔한 사례가 되었고, 꾸준히 콘텐츠를 기획하고 개발한 좋은 선례이자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결과물로 나타난 케이스다.


북바이북에 오면 '책꼬리'와 '독서카드'를 작성합니다

북바이북에서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는 책꼬리와 독서카드는 친숙한 아이템이다. '책꼬리'는 책을 직접 읽은 독자가 책에 관한 짧은 단상 혹은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메모하여 직접 꽂는 일종의 책갈피다. 온라인 독자라면 손쉽게 리뷰나 댓글을 보며 책에 관한 평가를 가늠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리뷰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댓글처럼 볼 수 있도록 만든 기획이 책꼬리이다. 자필로 남긴다는 것이 무척 오프라인스럽기도 하고, 책꼬리 중심으로 도서가 배치되면서 좋은 책을 큐레이션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1년에 한 권도 팔리지 않는 책들이 책꼬리가 꽂히면 신기하게도 꾸준히 한 권 두권 판매되는 일이 생겨났다.


독서카드는 자신이 읽었거나 구입한 책들을 카드로 기록하는 형식이다. 북바이북의 단골 독자들은 틈틈이 서점을 방문하여 카드를 작성하고 간다. 옛 도서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서점의 입장에서는 독서카드를 통해 고객들의 취향과 선호도를 파악할 수 있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독자들의 데이터를 어떻게든 활용하고자 하는 북바이북의 보조 데이터인 셈이다.


이 외에도 책을 구입한 독자들에게 아낌없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한다. 가령, 책을 구입하거나, 책꼬리를 남긴 분들에게 커피를 제공하고, 북바이북에서 산 책을 다시 되 팔면 포인트를 적립해주고, 그 포인트로 행사 참여 및 음료를 구입할 수 있게 한다. 이는 서점의 가치를 높이고, 비즈니스 선순환 모델에 기여하고 있으며, 하물며 쌓아둔 포인트를 빨리 사용하라고 강권(?) 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작가 번개, 손으로 하는 클래스, 재즈 공연 등을 통해 독자들과 창작자들이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실천하는 책 읽기를 모토로 작가 번개 역시 꾸준히 유치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은 lean 하게

북바이북의 운영 방식은 lean 하게 이루어진다. 고정되거나 확정된 결과만 보여주는 방식이 아니라 준비하는 과정부터 조금씩 보여줌녀서 주위 반응을 동시에 체크하는 방식이다. 서점의 책장 역시 lean 하게 구성되어 있다. 고정 붙박이가 아닌 이동형 모듈 책장으로 최적의 형태와 디자인, 행동반경을 확보할 수 있다. 서점을 하면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책을 보면서 일을 할 수 있는 여유는 기대하기 어렵다. 계속해서 노트북을 가지고 씨름해야 하고, 빠른 의사결정과 행동이 필수적이다. 생각나는 즉시 연락하고, 컨텐 포인트를 확인하고 진행하며, 빠르게 수정하고 과감하게 취소하는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2016년 목표, 북바이북의 새로운 과제

2016년 북바이북은 또 한 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바로 1호점과 2호점을 통합하여 이전하는 계획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기존의 서점보다 공간이 더 넓어지기 때문에 더 서점스럽고 안락함을 추구할 수 있느냐가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4인 체제 운영에서 통합 이전으로 인한 새로운 인력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북바이북을 지지해주고 이해해주며 함께 이끌어 나갈 수 있고, 함께 기획할 수 있는 인재를 충원할 수 있는가가 올해 북바이북의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현재, 북바이북은 새로운 보금자리로 통합 이전한 상태이다)


 마지막으로 동네 서점을 하고 싶다면,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의 동업을 추천하는 바이다.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서로의 성향을 잘 파악하여 팀을 이룰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통합 이전한 북바이북의 새로운 모습


Q&A :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지 물어보세요

Q1. 수많은 강연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강연료가 무척 저렴하다

-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홍보하고 모집한다. 온라인 공지를 보고 좋아하는 작가와의 만남 때문에 멀리서 찾아오는 독자들도 있다. 온라인이 편한 이유는 출판사와 협업하기 좋고, 동등한 파트너로서 일을 할 수가 있다. 참여 인원은 30~40명이지만, 몇 천명이 공지를 확인하고 빠르게 확산되기 때문에 나의 고객을 온라인 상으로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강연 참여비는 대부분 만원이다. 수익적인 부분보다는 마케팅의 일환이다. 만원이라는 액수가 부담이 없으면서 방문자를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할 수 있다. 강연이 흡족하면, 책도 구입하고, 다음 강연에도 올 수 있는 lock-in 구조가 형성된다. 그리고 만원이 상징하는 바는 크다. 저성장 시대에서 만원을 쓸 때도 많은 고민이 동반된다. 이것으로 무엇을 할까. 어디를 갈 수 있을까 했을 때, 북바이북으로 가자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만원의 가치이자 상징이다.


Q2. 안정적인 직업과 급여에 관한 아쉬움과 후회는 없는가

경력이 높아질수록 직장은 더 이상 안정적인 곳이 될 수가 없다! (웃음) 앞으로의 10년,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하여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다. 업무를 통해 만난 많은 스타트업 벤처 CEO들은 나태해지기 쉬운 직장인들과 다르게 에너지 넘치고 매사 적극적이다. 그런 모습을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고, 직장이 아닌 나의 직업을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다. 앞으로의 10년은 북바이북에 몰입하자는 마음으로 최소 6개월은 버틸 수 있는 자금을 준비했다. 하고자 하는 전략을 금전적인 이유로 포기하거나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3개월 이후 손익분기점을 넘으면서 지금까지는 월별 무리 없는 재정적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책장 옮기는 물리적 체력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점심 도시락은 무조건 김밥이다 (웃음)


Q3. 서울이 아닌 로컬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하였다.

본인이 살고 있고, 머물고 있는 동네도 로컬 비즈니스 안에 포함된다. 로컬 비즈니스는 그 지역을 잘 알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북바이북을 처음 시작할 때, 상암동 폐지 줍는 골목의 다 쓰러지는 기와집이 있는 곳에서 한다고 하자 사람들 모두 의아해하며 말릴 정도였다. 그러나 여기 오래 살았기 때문에 그 골목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부동산업자와도 미리미리 친목을 다져뒀다. 강남, 홍대 등이 아무리 좋은 상권이라고 해도 내가 모르는 곳에 입점하는 것은 반대하고 싶다.


Q4. 책은 출판사와 직접 거래하는가?

책은 직거래와 총판 거래를 50:50으로 진행하고 있다. 총판과 직거래의 밸런스를 맞춰서  진행하면  좋다. 총판을 통해서는 다양한 책을 구비할 수 있고, 고객들이 원하는 책을 주문할 수가 있다. 출판사와의 직거래는 출판 담당자를 통해 파트너십도 구축하고 도서 업계와 관련된 정보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어 좋다.


Q5. 즐겁게 서점을 운영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온오프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최종적인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알고 싶다.  

북바이북이 과연 5년 뒤에도 지금과 같은 모습의 서점 일지는 잘 모르겠다. 갑자기 도서관이 될 수도 있고, 어떤 형태로 발전될지 확신하기 어렵다. 다만, 독자 서비스를 온라인 앱으로 만들 일은 없을 것 같다. 앱을 만들어 많은 이용자들이 사용하게 하는 것도 무척 어렵고, 오프라인과 연결하는 일은 훨씬 더 숙성된 무언가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북바이북 독자들을 열심히 모으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 그것을 계기로 무언가가 이루어질테고, 그걸 위해서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Q6. 서점을 방문하는 연령층이 직장인들이 많은가?

그렇다. 그리고 첫 단계부터 30-40대 직장인을 타깃 대상으로 시작했다. 우리가 직장인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니즈를 잘 알고 있었다. 대신에 엄마들 중심의 브런치족은 예외이다. 서점이 좁기 때문에 유모차가 들어오기도 어렵고, 아이를 돌볼 만한 공간도 부족하다. 그러나 워킹맘을 포함하여 직장인 중심의 도서들은 잘 구비되어 있으며, 그들이 어떤 책들을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아무래도 연차가 있는 회사원들은 퇴사 이후에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할 수 있는 도서들을 더 많이 찾는다.  


Q7. 실제 맥주를 마시는 고객들도 있는가?

물론이다. 낮에도 맥주를 찾는 고객들이 있다. 그러나 술 먹는 서점이기 때문에 맥주로 브랜딩이 되어 있지만, 메인은 늘 책이다. 술만 마시기에도 불편하고, 안주도 없기 때문에 술을 찾는 사람은 결국 술집으로 간다. 다만, 2차 회식 장소로 가볍게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한 권씩 쏘는 회사도 있다. 혹은 공연 중에 커피 대신 술을 마시며 기분 좋게 즐기는 고객들도 있다. 결국 맥주는 옵션이지 메인은 아니다.


매장의 음악도 중요하다. 홍대의 인디밴드 음악이  젊은 분위기를 낼 수 있지만 북바이북은 방문 연령층에 맞게 재즈가 잘 어울린다. 남성 고객끼리 와도 어색하지 않은 이유는 음악을 비롯하여 중성적인 공간 디자인이 한몫했다고 본다. 상암에 거주하는 3040이 무엇을 원하는지, 책방에 오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고려했을 때,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고 수다 떨기보다는 책을 보며 쉬고 싶다는 마음이 큰 것 같다. 퇴근 후의 시간들을 책과 가까이하며, 그 안에서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기를 바라는 것 같다.



*본 강연은 2016년 3월 15일 서울책방학교 강연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이미지 출처: '북바이북' 공식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DMCBYB)



매거진의 이전글 술 먹는 서점, 북바이북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