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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Sep 05. 2017

리베카 솔닛 내한 강연 (3부)

한국의 독자들이 질문하고 리베카 솔닛이 답하다.



Q_01 :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에서 2014년은 미국 페미니즘의 분수령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페미니즘은 2015년에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고 할 수 있다. 한 남성 칼럼니스트가 'IS보다 무뇌아적 페미니즘이 더 위험하다'라는 칼럼을 발표함으로써 트위터 상에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라는 해쉬태그 운동이 일어났고, 팟캐스트에서 유명 코미디언들의 여성 혐오 발언이 알려졌으며, 여성 운동에 대한 메갈리안 사이트가 열렸다. 페미니즘은 과거보다 더 대중적인 현상이 되었고,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인 것 같다. 이러한 흐름이 생겨난 것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가.


- 흥미로운 질문 감사하다. 비단 굉장히 끔찍한 일이 일어나서 거기에 대한 반작용으로 페미니즘이 이렇게 생성이 됐다, 라는 이야기를 종종하게 된다. 사실은 이런 끔찍한 사건들은 만연해 있다. 각종 성추행, 성폭행, 여성을 대상으로 한 살인, 여성 폄하 등, 이런 일들은 도처에서 목도할 수 있는 현상이다. 여성들의 깊은 좌절감과 고통은 누적되어 왔고, 그로 인하여 신세대 페미니트스트들이 여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된 것 같다. 새로운 힘을 가지고, 새로운 도구를 가지고, 새로운 전략을 가지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게 됐다. 이런 현상은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터키, 영국, 라틴 아메리카 지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물론 전 세계 모든 곳에서 페미니즘 붐이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페미니즘 운동이 전 글로벌한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으로써 계속 확장, 성장해 가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다시 말하여 새로운 전기를 맞이 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한 페미니즘 운동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나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Q_02: <<남자는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에서 알바리스타 총격 사건을 읽었다. 여자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했던 한 20대 남성이 6명을 죽이고, 14명을 다치게 하고 자신은 자살한 사건이다. 이 남자가 과거에 자신을 보고 웃어주지 않는 여성들을 향해서 카페 라테를 끼얹고 달아난 적이 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한국에서도 지나가는 여성들에게 캡사이신 물총을 쏘거나 날계란을 던지거나 빨간 물감을 끼얹는 등의 범죄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사회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앞으로 더 큰 폭력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신호를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실제로 여성을 무시하거나, 여성이 나를 무시했다는 생각을 하거나, 이런 원인으로 인하여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었다. 하지만 이제까지 우리는 이런 일을 일상으로 여기고 있었음이 문제였다. 정상이라고 생각하거나 당연하다고 간과해버린 측면이 전 사회적으로 있었다. 남성이 여성을 살해하거나 테러리즘을 저지르기 전의 전조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 중 하나가 가정 폭력이다. 이런 위험 사인이 있을 때 간과하고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


남성들이 다른 사람을 해하는 원인을 살펴보면 첫 번째가 증오이며, 그다음으로 특권 의식, 상대방에 대한 우월감, 이런 것들이 원인이 되어 왔다. 여성이 나에게 섹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거나 또는 미소를 지어줄 의무가 있거나 관심을 가져다 줄 의무가 있으며 그것이 마땅한 것이다라는 권리 의식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존재하는 것 같다. 때로는 이상한 생각을 가진 남자들이 여성을 마치 하녀처럼 부리기도 한다. 당연히 나한테 시중을 들 의무가 있다는 식으로 여성에게 이상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동을 보이는 원인을 거슬러 생각해보면 사회의 만연한 포르노그래피처럼, 사회 각계각층에서 남성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주는 요인들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나는 남성들이 청년으로 성장하고 나서 대응하기에는 굉장히 늦다고 생각한다. 아직 아동일 때부터 여성을 증오하지 않도록 교육을 하고 여성을 존중하고 내가 여성보다 우월하지 않다는 것, 즉, 동등하다는 점을 아동기부터 교육해야 한다.




Q_03 : 최근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에게 페미니즘을 가르쳤다고 하여 심각한 인신공격과 민원 폭탄에 시달린 사건이 있었다. 아동 청소년기의 페미니즘 교육이 왜 필요한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지 듣고 싶다.


- 그 질문을 듣게 됐다는 자체가 이 상황이 얼마나 이상한가를 반증하는 것 같다. 이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사실 망가진 것을 고치기 위하여 대두된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아이들에게 우리가 평등하다고 접근할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망가진 것을 고쳐야 하기 때문에 페미니즘 교육은 더욱더 필요하다. 그래서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기존에 가졌던 생각과 달리, 여성은 남성과 평등하다는 관점에서 가르치려고 했던 것 같다. 페미니즘은 그렇게 부서진 것, 망가진 것을 치유하는 사상이라고 생각한다.


Q_04: 한국의 많은 안티 페미니스트들은 서구의 페미니즘은 동등하고 옳은 것이지만, 한국식 페미니즘은 기본적으로 틀린 것이라고 주장한다. 혹은 한국 페미니즘은 한물갔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오랫동안 페미니즘을 말하고 투쟁해 온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  하아 (좌중 폭소) 한국의 페미니즘이 옳다 그르다, 이런 것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평을 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페미니즘이 한물갔다, 현세대에는 의미가 없다 라는 식의 주장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10초에 한번씩 여성이 매를 맞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여성 5명 중에 1명은 강간을 경험한 강간 생존자라고 한다. 이런 잔혹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한 페미니즘은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계속해서 평등을 가르쳐야 한다. 사실 페미니즘은 수천 년 고대로부터 지속되어 온 여성에 대한 혐오를 깨트리고, 그 상황을 다시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려 놓기 위한 운동이다. 수 천 년 지속되어 온 것을 지난 50년 간 고치려고 많은 노력을 해왔다. 시작 선 상에서 봤을 때, 어느 정도 지금의 페미니즘은 잘 해오고 있는 것 같다.



Q_05 :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일련의 여성 혐오 문제들 때문에 밤 길을 걷는 것이 두렵고, 페미니스트로써 신념을 밝혔을 때 부정적인 반응을 얻은 적도 있다. 저자 역시 개인적인 혐박을 받은 적이 있는지, 두려움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궁금하다.  


- 밤에 걷는 두려움은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그런 두려움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내가 페미니스트로써 견해를 밝혔을 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서는 FUCK을 날리겠다. (좌중 폭소) 단, 모든 사람이 나와 같은 견해를 가질 수는 없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라고 한다면, 아마도 여러분들이 나약하거나 그들에게 늘 밟히는 현관문에 까는 도어매트라는 반증일 수도 있다. 나 같은 경우 상대적으로 나이도 많고, 페미니즘 이외의 다양한 주제로 책을 써서 직접적으로 페미니즘 견해에 대해서 특별히 공격 타깃을 받았던 경우는 드문 편이다. 하지만 게이머 게이트(Gamergate)라는 사건을 알지 모르겠지만, 페미니스트인 여성이 신상 공개를 비롯하여 각종 인신공격을 당한 사례가 있었다. 이런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 당할 수 있는 벌(punishiment)은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내 생각을 자신 있게 말하고 그것에 대해 받는 벌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이 두려워서 웅크리고 있다가 괴로워하며 받는 벌이 있다. 그 두 가지 벌 중에서 내가 어느 벌을 인생에서 선택할 것인지는 자신의 몫이다.


Q_06: 게이머 게이트와 관련하여, 한국에서도 최근 몇몇 방송 유튜버들이 자신들의 기분을 거스르게 한 여성 유튜버의 신상을 알아내고, 주소를 알아내서 찾아가 죽이겠다는 발언을 하는 과정을 라이브 방송으로 보여준 적이 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주 어린 남학생들조차 이런 폭력적인 영상을 소비하고 이들의 폭력적인 태도를 모방한다는 점이다. 뉴미디어의 발달을 통해서 혐오를 접하는 여혐 대가 더 낮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일이 다른 외국도 비슷한 상황인지, 우리가 이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다.


- 유튜브는 구글의 한 사업 부문이다. 사실 내가 샌프란시스코 시민으로 굉장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유튜브가 내 집에서 25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이제는 사는 곳이 부끄러워질 지경이다. 개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저항하는 운동을 펼치려고 캠페인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서버 보안과 시스템 보안 강화 도움을 요청한 바도 있다.


사실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보면 페미니즘 운동을 위하여 사람을 끌어 모으는 일에 도움도 되지만, 반대로 극우화라든가 여성 혐오에도 사람을 끌어 모으는 일에도 인터넷 공간이 유용한 매체가 되고 있다. 포르노 사이트에 많은 이들이 몰리는 것도 그런 점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여성이 현실 속에서 지위가 상승될수록 이런 좋지 않은 상황들이 점점 범람하고 있다. 여전히 IT 분야에서 여성보다는 남성이 지배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기업에서 이런 부적절한 콘텐츠가 유통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를 들어 살해 위협을 했다면 당연한 조치를 취하거나 그것을 올린 사람에 대해 처벌 조치가 있어야 하지만, 사이트에서 쫓아내지 않고 그대로 방관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살해 위협을 했다 할지라도 내 사업의 수익성에 도움이 된다면 그대로 방관하고 그대로 두는 일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기업들이 방기 하는 지점을 계속해서 지적하고 적발하려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들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과 소년들에게도 얼마나 유해하였는지에 대해서도 끊임없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 이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아주 획기적인 아이디어는 나 역시도 갖고 있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Q_07 : 현재 한국 사회의 젠더 갈등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국 여성들이 침묵을 깨고 말을 하기 시작한 상황이고, 그에 대한 반발도 그만큼 거세다.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최근 2년여의 흐름을 더 큰 변화로 이어갈 수 있을까.   


- 내가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척을 해야 하는 자리인 것 같다. (일부 웃음) 미국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보면 진전된 것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절망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남성들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만연하고 있는 유해한 포르노나 게임 등의 콘텐츠 때문에 젠더 간의 갭이 계속 커지고 있는 측면도 있다. 어쨌거나 이런 암흑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젊은 여성들은 계속해서  페미니즘 운동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이 어려운 과정이 있기 때문이라도, 과거처럼 남자에게 잘 보이려 하거나 만족시키려는 일을 감수하는 시대로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이런 노력이 계속된다면 오히려 남성들이 소외되는 젠더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그들도 이 흥겨운 파티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여성들은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 전진해 나갈 것이다. 페미니스트적 관점을 지닌 남성과 여성들이 함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성의 평등, 여성을 존엄한 존재로 인정해주는 것이 궁극적으로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어떤 이득이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분명히 남성이 얻을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며 그것에 대해 함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Q_08: 여성뿐 아니라 페미니스트적인 시각을 가진 남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번 책에도 수록된 챕터도 있지만,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 일단 너무 공간을 차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좌중 웃음) 늘 자기들이 뭔가를 주도해야 한다라는 의식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로코 버스 안에서 정신 지체 여성이 강간을 당했고 그 사건을 현장에 있던 남성들이 자랑스럽게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다는 이야기도 했지만, 이런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도대체 어떤 문화인가에 대해서 우리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사람들이 오히려 소외의 대상이 되어야 하고, 이런 끔찍한 일을 저지른 인간은 비난을 받아야 마땅한데 이것을 뭔가 쿨한 행동을 한 것처럼 여기는 문화가 존재한다면, 이것을 바꿔 나가야 하는 일에 남성들도 동참해야 한다.


또한, 자녀 양육의 방식에 있어서도 양육의 부담을 여성과 동등하게 가져야 하며, 일터에서 여성 동료를 평등하게 존중해주는 일이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주도해서 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맨스플레인 용어를 통해서 많이 들은 개념이겠지만, "내가 너희들에게 페미니즘을 설명해줄게"라는 자세로 여성 페미니스트들에게 뭔가 자꾸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너희들을 해방시켜줄게"라는 자세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가져서는 안 될 자세라고 생각한다.  


Q_09: 페미니스트는 외부의 여성 혐오와도 싸우지만 스스로가 가진 여성 혐오와도 싸우게 된다. 이런 경험이 있었는지, 그리고 자기 안에 내재된 여성 혐오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혹은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굉장히 흥미로운 질문이다. 남성 페미니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했지만, 반대로 여성을 혐오하는 여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우리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많은 부분에서 여성들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기 자신 탓으로 돌리거나 다른 여성을 나의 경쟁자로만 바라보는, 이런 경험들을 누구라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나는 나의 욕구를 돌보기보다는 남성의 욕구에 맞추고 남성에게 기대어 맞추는 일에 익숙해지려고 해왔다. 마치 나는 타인보다 중요하지 않다 라는 생각을 계속 해왔다. 우리가 끊임없이 여성 혐오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와 타인은 모두가 다 동등하다, 평등하다 라는 시각을 기를 필요가 있다. 내가 들은 이야기 중에 보수 기독교 문화 권에서 생활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가 있다. 그녀는 매 맞는 여성이었다. 보수 기독교 문화에서는 용서를 굉장히 강조한다. 그녀 역시 때리는 남편을 용서하라는 생각을 강요받았다. 이 여자는 결국 폭력적인 남편을 견디지 못하여 떠났는데, 떠났을 때 주위 다른 여자들은 왜 남편을 용서하지 않느냐며 가정 폭력의 피해자를 비난했다고 한다. 이런 문화 안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잘 돌볼 필요가 있다.


Q_10: 당신은 사회 활동을 하면서 오랫동안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왔다. '우리가 조만간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우리가 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대목에서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 당신이 계속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동력에 대해서 듣고 싶다.


-  내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미래가 아직 정해져 있지 않으며, 불확실성은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해지지 않은 미래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가 승리할지 패배할지, 예정된 바가 없다. 바로 우리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내가 태어났을 무렵으로 돌아가 보면 성차별은 굉장히 극심했고, 그것이 문제시되지 않은 환경이었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의식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각종 전문직에 여성은 종사하지 못했고, 여성은 권력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존재 하지만, 다른 한편 과거를 돌이켜보면 많은 승리들을 우리가 일구어 왔다.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혹은 글을 통해서나 예술을 통해서, 우리가 세계를 생각하는 관점들을 계속 바꿔가면서 승리를 경험해왔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충분히 조직화되면, 그리고 목적의식이 투철하면 이런 변화를 일굴 수 있음을 우리는 목도해왔다. 여기서부터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페미니즘은 그런 측면에서 잘 하고 있다. 내가 살아온 지난 50여 년의 시간 동안 정말 놀라운 수준의 변화가 있었다. 그리고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타파가 되면 성소수자에 대한 권익도, 그들의 삶도 많이 개선될 여지가 생겨날 것이다. 여성이 결혼을 주종관계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면서부터 굉장히 많은 변화가 이루어졌듯이, 우리는 과거에서부터 계속해서 다양한 개선들을 지켜봤다. 이것이 내가 꾸준히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동력이다.     


Q_11: 마지막 질문이다. 한국의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샌프란시스코는 지금 새벽 5시이다. (좌중 웃음) 감사하다.







* 본 내한 강연은 2017년 8월 25일,  독자와의 만남을 재구성했으며, 사전 질의 응답 내용입니다.

* 녹음 상황 및 통역으로 인하여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문 및 수정 사항은 문의 바랍니다.

* special thanks to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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