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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Dec 04. 2017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

#사적인 영화 10:  안생과 칠월 함께 쓴 여자의 일생 

어디까지나 개인적이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12/7일 개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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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작품과의 만남도 운명이다. "<첨밀밀>의 진가신 감독에게서 연락이 왔다. 당신이 좋아할 만한 작품이 있다며 안니 바오베이의 소설 <칠월과 안생>을 나에게 추천했다." 증국상 감독은 원작을 접하게 된 계기를 인터뷰에서 밝혔다. 20쪽가량의 단편 소설을 단숨에 읽고 자신이 오래도록 찾았던 이야기임을 직감했다고 한다. 소꿉친구인 안생과 칠월의 이야기를 내밀하게 그려낸 영화 <안녕, 소울메이트>는 두 여성의 우정을 파란만장한 연대기로 펼쳐냈다. "언제나 여성이 중심인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힌 감독은 서로에 대한 미움과 사랑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여성만의 예민한 결을 그토록 잘 담아낼 수 있었던 이유는 어린 시절 옆에서 보고 들었던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그 친구들이 모여 벌였던 술과 마작 때문이었다.  






칠월(마사순)은 웹소설 작가이다. 소설의 시작은 안생(주동우)과 자신이 만났던 13세의 계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둘 만의 비밀장소처럼 자작나무로 뒤덮인 숲이 배경처럼 펼쳐진다. 그 둘은 마치 쌍둥이처럼 붙어 다니며 서로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사랑한다. 목욕탕에 함께 들어가 서로의 가슴을 보여주기도 하며 칠월의 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가족처럼 지낸다. 얼굴도 다른 만큼 성격도 다른 둘은 중고등학교를 진학하면서 다른 방향으로 인생이 진행된다. 한편, 칠월은 짝사랑한 남학생 가명(이정빈)과 연인이 되지만 안생과 그의 미묘한 관계를 여럼풋이 눈치채게 된다. 그러나 안생은 자유로운 영혼처럼 세상 곳곳을 여행하며 거리 위를 전전하게 되고 칠월은 은행에 취직을 하며 안정된 인생을 꾸려 나간다. 거울을 보는 것처럼 정반대의 삶을 겪어 나가는 그 둘은 그럼에도 서로를 향한 그리움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오랜 방황으로 지친 안생이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그들의 우정에도 서서히 균열이 발생하게 된다. 


 




짧은 단편이 원작이지만, 네 명의 여성 작가가 협업한 각본은 캐릭터를 탁월하게 살려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토론하면서 스토리의 방향을 잡아가고 각자의 인생에 초점을 맞춰 스토리를 진행시켰다. 여기에 두 여주인공의 연기력도 리얼하고 입체적이다. 서로 다른 외모의 성격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른 두 여성이 실감 나게 다가온다. 실제 모습도 영화 속 이미지와 가깝다. 비하인드는 평소 두 배우는 영화와 다른 연기 톤을 펼쳐냈다고 한다. 홍콩금마장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최초 공동 수상한 이 두 배우의 열연이 눈부시다.  특히, 두 친구의 미묘한 감정싸움이 인상적이었다. 인간의 내면은 숨기고 싶은 모순으로 가득하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으므로 각자의 약점과 단점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다. 그래서 그들이 주고받는 말은 거침없고 예리하다. 불처럼 화를 내기보다는 감정을 최대한 절제한 상황 속에서 얼음송곳처럼 정곡을 찌르는 대사들은 가슴 아프다. 


이 영화는 여성의 삶에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 칠월의 어머니는 여자란 한계가 많고, 어디를 가도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순응한다. 칠월은 어머니의 가르침대로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삶에 안착하고자 노력한다. 반대로 안생은 자유롭게 떠돌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살고 싶은 영혼이다. 안생과 칠월은 우리 내면의 양극단의 지점에 서 있는 인물들이다. 어떤 지점에서는 안생처럼, 어떤 부분에서는 칠월에 가깝다. 두 여성은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욕망하는지를 서로에게 혹은 자신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고향을 떠난 적 없는 칠월이 결혼이 깨지자마자 넓은 세상을 향해 떠난다. 안생이 걸었던 그 길을 찾아, 안생처럼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서로의 옷을 바꿔 입은 것처럼 각자의 인생도 바꿔서 사는 모습이 역설적이다. 


영화는 남자로 인해 두 여성의 우정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두 여성의 애틋한 사랑과 우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가 약하고 역할도 분명하지 않다. 단지 서사의 갈등을 촉발시키는 요소로만 머무르고 있어 아쉽다. 서사의 진행도 후반으로 갈수록 늘어지고 반전의 반전이 거듭되는 진행이 억짓럽고 지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섬세한 연출은 끝내 눈물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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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차분하게, 감정의 과잉 없이 마음을 건드리는 드라마는 오랜만이다. 예전에는 국내 영화도 좋은 드라마가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은 보기 힘들다.  탑배우에 기대거나 폭력과 액션이 난무한 영화가 주가 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아쉽다. 곧 다시 이런 영화를 국내에서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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