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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Dec 23. 2017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

#사적인 영화 12: 한국적인 스토리텔링의 가족 서사

*어디까지나 개인적이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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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신과 함께>의 팬이라면 원작과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혹은 본인처럼 원작을 모르더라도 배우와 감독으로 웬만한 기대를 형성할 수 있다. 오랜만에 김동욱 배우를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어 반가웠고, 주조연 불문하고 곳곳에 숨어 있는 배우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목소리만 듣고 혹시 했던 배우가 맞아서 놀랍기도 했다. 단, 이정재 배우가 염라대왕을 연기할 때는 반가우면서도 개인적으로 자주 실소했다. 동시에 도경수 배우의 관심사병 연기는 실제 같아 놀라웠다.


'새로운 한국형 판타지의 세계를 열었다'라는 평가가 올바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익숙하면서도 낯선 지옥에 대한 상상과 설득력 있는 설정은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며 빠져들게 만든다. 결국 판타지보다 스토리의 힘으로 움직이는 이 영화는 끝내 가족 서사를 끌어들여 눈물샘을 자극한다. 우리 모두 부모님 앞에서는 죄인인 자식들이며, 부모님은 그 자식을 용서하고 품어주는 존재로 그려냈으니 이것이야말로 한국적인 스토리텔링의 가족 서사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이 죽은 뒤에 그 혼이 사는 세상을 저승이라 한다. 생명이 끊어진 사람을 망인이라 부르며, 죄를 짓고 죽은 사람들이 구원을 받지 못하여 끝없이 벌을 받는 곳이 지옥이다. 저승 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 하며,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이라는 7개의 지옥을 무사히 통과한 자만이 환생할 수 있다. 김자홍(차태현)은 소방관으로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여자아이를 구하는 대신 죽음을 맞이한다. 그 앞에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과 덕춘(김향기)이 나타나고 저승의 입구 초군문에서 또 한 명의 차사 강림(하정우)을 만난다. 이들은 7개의 지옥 재판을 자홍 대신 맡아 변호해주며, 천년 동안 49명의 망자를 환생시켜야 자신들도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는 업보를 지녔다. 자홍은 48번째 망자이며 19년 만에 나타난 의로운 귀인으로 치켜세우지만 자홍 본인만 부정한다. 지옥을 통과할 때마다 자홍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주변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크고 작은 잘못과 실수들이 밝혀진다. 그리고 마지막의 2 관문, 폭력과 천륜에 관한 재판을 통해 가족사의 비밀이 드러나고 유죄가 판명되려는 순간, 반전이 벌어진다.




배우들의 연기는 각 캐릭터의 성격에 맞게 자연스럽다. 하정우가 연기한 강림은 냉철한듯하면서도 자홍의 동생 수홍(김동욱)이 군대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이하여 원귀가 되자 소멸이 아닌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모습은 인간적이다. 주지훈이 연기한 해원맥은 단순 무식하면서도 위기 상황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츤데레같은 면모를 지녔다. 덕춘은 이 중에서 가장 순수하고 때 묻지 않은 차사이다. 과거의 기억을 즐겁게 추억하는 자홍을 보며 부러워한다. 그들은 모두 과거의 기억이 지워졌으며, 환생을 위해 천 년을 기다려왔다. 과연, 영화 2부를 통해 이 삼차사의 지워진 과거가 펼쳐질지 자못 궁금해진다. 1부는 자홍과 삼차사의 이야기라면 2부는 동생 수홍의 여정이 예고되어 있다.


7개의 관문을 통과해가는 모습은 실제 만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무엇보다 그 누구도 가보지 못한 상상의 세계, 지옥을 구현해 내고자 한 각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각 지옥마다 불, 물, 철, 얼음, 거울, 중력, 모래 등의 자연의 물성을 차용하여 연결 지었으며 자칫하면 축소되어 보일 수 있는 세계관을 압도적인 풍광으로 확대시켜 나갔다. 또한, 동생 수홍이 억울하게 원귀가 되어 저승이 한바탕 아수라장이 되어 위험해질 때 강림과 해원맥의 거침없는 액션을 펼쳐낸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 판타지의 기술력은 갈길이 멀어 보인다.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싸우는 장면의 CG는 얼핏 화려해 보이지만 얼기설기 얽혀 놓은 것처럼 조잡하고 매끄럽지 못하며 인물 구분이 어려워 눈만 어지럽다.


아직은 할리우드의 기술과 자본을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지만 동시에 그럼에도 과감하게 시도했다는 도전정신은 높이 산다. 장르의 다양화와 소재의 신선함은 한국 영화계에서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 의미에서 준비 기간만 5년, 촬영 기간 10개월, 장장 6년의 시간을 쏟아부은 <신과 함께- 죄와 벌>이 어느 정도 한국 관객들의 사랑을 받을지 내심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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