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개인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유 Aug 02. 2018

영화 <맘마미아!2>

#사적인 영화25: 다시 돌아온 아바의 노래, 그날의 설렘을 다시 한번

*어디까지나 개인적이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8/8일 개봉 예정) 



2008년 <맘마미아!> 1편이 개봉했을 때 나는 한국에 없었다. 한번 극장에서 놓친 영화는 이상하게 다시 볼 기회가 멀어진다. 이 당시 대다수의 개봉작을 극장에서 놓친 탓에 모두가 아는 영화도 나만 모르는 괴리감이 겪었는데 그중 하나가 <맘마미아!>이다. 대신 영화 말고 음악에 대한 기억은 2004년의 미국 브로드웨이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라이온 킹'을 보고 싶었으나 티켓을 구하지 못한 관계로 '오페라의 유령'을 또 보게 됐으니, 하지만 근처 레코드샵에서만큼 나의 귀를 사로잡았던 것은 '맘마미아'의 '댄싱퀸'(Dancing Queen)이었다. 그리고 그 음악이 ABBA의 노래라는 것을, 20대 초반의 아무것도 몰랐던 내가 그들을 알게 해 준 계기였다. 미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플레이어 앞에서 헤드셋을 귀에 꽂고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그 흥겨운 멜로디에 절로 몸을 흔들었던 감각을 지금도 기억한다. 신나고 즐거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OST 한 장을 사고 친구에게 선물용으로 한 장 더 샀던 기억, 브로드웨이 하면 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보다 '맘마미아' OST가 더 소중했다. 음악이 부리는 마법, 선물, 행복, 음악 없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수도 없이 자문했던 시간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더 확실해진다. 음악은 인생이고 사랑이라는 것을.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가 죽고 난 뒤, 엄마의 모든 것이 담긴 호텔을 재개장하며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소피(아만다 사이프리드), 그녀는 호텔 재오픈 파티 준비로 정신이 없다. 소피는 자신의 세 아빠, 샘, 해리, 빌과 딸처럼 아껴주는 도나의 친구들, 타냐와 로지에게 오픈 파티 초대장을 보낸다. 비록 사랑하는 연인 스카이는 저 멀리 뉴욕에 있어 오지 못하지만 소피는 어떻게든 엄마를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로 가득 차 있다. 한편, 1979년 대학을 막 졸업한 20대의 도나(릴리 제임스)가 어떻게 세 아빠와 만났고, 이 섬에 정착하게 됐는지의 과정이 플래쉬백 되어 현재와 동시에 펼쳐진다.  

  

1편의 오리지널 캐스팅은 물론, 릴리 제임스라는 젊은 도나를 연기하는 새 배우와 각 역할의 젊은 시절까지 보너스로 엿볼 수 있는 2편은 기존 아바 곡은 물론 숨겨진 곡까지 더해 시종 흥겨운 무드로 펼쳐진다. 그리스의 칼로카이리 섬을 배경으로 눈부신 햇살과 푸른 바다는 보기만 해도 청량하고 눈이 시원해진다. 현실의 고민 따윈 무색하게 만드는 자연의 숨 막히는 아름다움까지.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환상의 섬, 사랑과 열정만 있으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 없는 공간에서 모두가 춤과 음악을 즐기며 사랑을 나눈다. 


릴리 제임스가 연기한 젊은 도나는 흥미로운 캐릭터인데 예쁜 척하지 않고 여성스럽게 가꾸지 않고, 있는 그대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여성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복고풍 의상과 곱실거리는 금발, 목젖까지 보일 정도로 큰 미소, 거침없고 솔직한 입담, 원피스보다 청 멜빵바지를 멋지게 소화해내는 여자. 가끔은 과하고 부담스러운 제스처와 액션이 도드라졌지만, 메릴 스트립이 연기한 도나를 기준으로 한 캐릭터 설정인 것 같다. (메릴 스트립은 어떻게 도나를 연기했는지는 1편이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젊은 도나는 유혹에도 약하고 낙관적인 이상향에 도취되어 있다. 아직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풋내기인데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매력으로 가득 차 있다. 특히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확실하게 알고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사람을 끄는 매력적인 도나는 사람을 통해 도움을 받고 힘을 얻는다. 결국 남편 없이 딸 소피를 낳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다. 그녀가 인생에 있어서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노래와 웃음, 친구, 그리고 딸일 것이다. 그리고 도나의 서사는 바로 소피의 서사로도 이어지고 곧 소피의 딸에게도 연결되어 갈 것이다. 맘마미아는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젊음과 늙어감의 과정 속에 우연과 인연으로 이어진 사람들, 모험과 도전과 시련을 거친 거대한 인생을 아바의 음악을 통해 압축적으로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과한 슬로모션으로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야'를 연출할 때는 오글거림을 감출 수 없었고, 한 마음 한 뜻으로 소피를 향해 가는 세 아빠의 모습은 다소 과장되긴 했지만, 그 음악이 주는 흥겨움은 대체 불가한 것 같다. 심지어 북받쳐 오르는 이 감동을 무엇이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ABBA의 음악이 없다면 이 영화의 시작조차 없었을 테니까. 'Dancing Queen'은 물론 'When I kissed The Teacher' 'Waterloo' 'Andante, Andante' 'Knowing Me, Knowing You' 'The Name of The Game' 'Angel Eyes'와 같은 아바의 노래들도 들을 수 있다. 특히, 'My Love, My Life'를 부를 때는 눈물을 감출 수가 없다. 



소피는 계속해서 엄마를 위해, 엄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는 일념으로 영화 내내 발을 동동 거린다. 하지만 말미에 이르러 소피는 도나의 속 깊은 사랑을 깨닫는다. 설령 내가 실패하더라도 엄마는 나를 믿고 지지해줄 단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엄마와 딸로 이어지는 가족 서사는 이상하게 눈물겹고 신비롭다. 확실히 여자들의 연대는 흥과 수다가 뒤따르며 맛있는 음식과 춤은 덤으로 붙는다. 눈물과 웃음으로 위로하고 아껴주는 모습은 엄마와 딸, 이모 같은 친구로 이어지는 관계에서 알 수 있다. 모계로 이어지는 핏줄의 이어짐은 유연하면서 즐겁다. 모녀 중심의 서사는 감정적으로 더 한껏 충만된 행복을 준다. 그래서 자매가 부럽고 딸이 많은 집이 웃음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일까. 그런 의미에서 <맘마미아! 2>는 미묘한 공감과 즐거운 감동을 준다. 


전형적인 스토리의 해피엔딩의 결말은 식상할 수 있지만, 마음 따뜻하고 즐거운 무드를 느끼고 싶다면 아바의 노래를 들으며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다. 메릴 스트립은 과연 언제 나올까, 기다리며 보는 깨알 즐거움도 놓치질 말기를. 중년 배우들이 이렇게 총집합하기도 쉽지 않을 텐데, 우리 모두 저런 청춘의 시기를 거쳤다는 것 또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이 가장 눈부신 시기라는 것을,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으므로, 나이를 먹어 뒤돌아 봤을 때 후회 없는 젊음의 추억을 간직하길 바란다. 





PS: 영화 속 소피를 맡은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급 늙어 보여 놀랐다. 얼굴을 까맣게 태운 것도 역의 충실한 설정 때문일까. 섬에 있으면 당연히 피부가 탈 수밖에 없지만, 안쓰러울 정도로 얼굴의 살이 쏙 빠졌다. 물론, 인형 같은 외모는 여전하지만. 릴리 제임스를 보면 정말 신나서 연기했구나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춤과 노래가 격하게 느껴졌다. 주로 새침한 연기를 했던 전작에 비해 자신을 모두 풀어준 듯한 연기였다. 메릴 스트립은 존재감만으로도 영화 스크린을 압도한다. 콜린 퍼스의 나사 풀린 듯한 엉뚱한 사차원 캐릭터도 귀여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어느 가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