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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유 Aug 28. 2018

영화 <서치>

#사적인 영화 26: 스크린이 지배하는 세상, 아빠의 고군분투 추적60분

* 어디까지나 개인적이며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8/29일 개봉) 




영화 <서치(Searching)>는 시작부터 뭉클하다. 애니메이션 <업>의 인트로를 떠올리게 하는 구성은 이 가족 서사를 깔끔하게 '보여준다'. 그것도 평소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디지컬 카메라, 노트북, 캠코더를 활용한다. 카메라에 담긴 가족 영상이나 사진은 SNS에 업로딩하고 각자의 PC 안에 저장하며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본다. 우리는 그들의 수많은 Follower 중의 한 명이 되어 랜섬으로 구경한다. 이미지의 파노라마 속의 가족은 즐겁고 행복한 모습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흔들림 없는 가족처럼. 전자 캘린더의 기록으로 가족 행사를 알 수 있고, 마우스의 이동을 따라 캔슬과 수정을 확인한다. 병원 메일을 통해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음을 직감하고, 검색어를 통해 병을 확인한다. 조깅 중에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아내가 흔들리는 카메라에 잡히고 곧이어 병원으로 이동한다.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엄마의 모습, 우리는 곧 그녀의 죽음을 예감한다. 노트북 배경 화면의 가족은 두 명이 되어 딸과 아빠만 나란히 서 있다.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이 연출을 통해 압축적으로 가족 서사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아이폰-유튜브-구글을 오가며 손가락 하나로 마우스의 커서를 움직이며 개개인의 행동과 표정, 덧글을 면밀히 살펴나간다. 이른바 스크린-라이프(Screen-Life)라는 새로운 영화 문법으로 사건을 추리해 가는 짜릿한 스릴러를 공개한다. 생활 전반을 장악하고 있는 모바일의 활용과 이를 딸의 행적을 추적하고 추리해 나가는 과정이 생생하다. 움직이는 마우스 커서와 타자 속도,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메신저의 메시지들 또한, 현실적인 생동감을 부여하며 재미를 부추긴다.     





스토리는 간단명료하다. 암으로 엄마를 잃은 한국계 미국인 가족이 있다. 아빠 데이빗 (존 조)은 평소와 다름없이  딸 마고(미셸 라)와 화상 통화하고 메신저로 부엌 쓰레기통을 비우라며 가볍게 주의를 준다.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라는 메시지는 잊지 않고 보내지만 '하늘의 엄마도 그럴 거다'는 마지막 문자는 망설이다 지워버린다. 데이빗은 아내 킴(사라 손)에 대한 이야기를 마고에게 꺼내지 못하며 시간만이 해결해줄 거라 믿으며 일에 몰두한다. 그러나 목요일 새벽, 딸에게 걸려온 세 통의 전화를 놓친 데이빗은 그 후 마고와 연락이 닿지 않자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다. 현실 어디에도 마고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데이빗은 그제야 자신이 딸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실종 신고를 하고 단서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는 메신저의 자신이 보낸 이미지 안에서 마고가 놓고 간 노트북을 불현듯 떠올린다. 그리고 서둘러 접속을 시도하는데, 이제까지 몰랐던 딸의 불안과 고민을 목도하게 된다.   






마고의 실종은 느닷없이 시작된다. 어떤 경고나 예고도 없이 사라졌다. 남겨진 아빠 데이빗은 어디서도 실마리를 찾을 수 없는 벽 앞에 좌절감을 느낀다. 메신저의 기록을 뒤져 봐도 딸과의 대화는 형식적이며 단편적이다. 심지어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눈 적이 언제인지조차 의심스럽다. 실제 자신의 딸이 어떤 사람이고 친구가 누구이며,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뒤통수를 맞는다. 과연 나의 딸은 누구인가. 오프라인에서 물을 수 있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자신은 그저 딸과 행복한 모습으로 찍힌 사진 속 인물로만 남아 있다. 같은 집에 살아도 그들은 핸드폰으로 대화하며 추억과 일상은 웹으로 공유한다. 어렵게 딸의 노트북에 접속한 데이빗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를 뒤지며 마고가 올린 사진과 영상을 클릭하며 웹의 파도를 넘나 든다. 이러한 데이빗의 절박함과 달리 온, 오프라인은 남 일 구경하듯 평화롭게 흘러간다. 심지어 실종된 마고와 친한 친구라며 우는 연기를 유튜브에 올리거나, 지금 자신과 같이 있다는 거짓 정보를 흘리는 철없는 클래스 메이트들은 과시나 자기 홍보용으로 마고의 실종을 이용한다. 이런 씁쓸한 세태를 보여주는 장면은 비단 과장이 아닐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안에서 뻗어가는 인간관계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허세, 과장되고 포장된 이미지, 눈에 보이는 것을 다 믿을 수 없는 허상들, 차가운 모니터 앞에서 그 누구라도 절망할 수밖에 없다.   







영화 <서치>는 1991년 생 아니쉬 차간티 감독의 데뷔작이다. 현대적 언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활용하여 감각적인 상상력을 펼쳐 낸 감독은 '설명'보다 캐릭터의 감정을 '보여주기' 방식으로 긴장감을 형성한다. 스토리의 신선함 대신 연출의 새로운 구성은 색다른 재미와 쾌감은 선사한다. 촘촘하게 구성된 서스펜스는 영민하고 재기 넘친다. 제작진은 이를 가리켜 스크린-라이프 형식이라 이름 붙였다. 현대인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스카이프 화상 회의와 인터넷 쇼핑, SNS은 우리의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즉, 영화의 모든 과정도 OS 운영체제와 모바일, CCTV 화면으로 구성했으며, 러닝타임 전체를 PC 화면으로 구현했다. 이 같은 영상의 제한적 도구를 활용함에도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 연기와 장르적 재미와 쾌감을 얻을 수 있음이 놀라울 따름이다. 






덧: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에 오롯이 한국인 가족이 설정된 것도 재미있었지만, 존 조가 연기한 데이빗을 보면, 사람은 역시 똑똑하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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