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언어유예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작가와 정수윤 번역가와 함께, 국내 출간 기자 간담회

by 사유


2018년 8월 29일,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의 한국어판 출간 기념회에 초대받았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큰 소리로 작가의 등장에 환호하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여러 질문에 대답하는 작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흥미로운 이력의 소유자, 와카타케 치사코 작가는 63세라는 최연장의 나이로 제54회 문예상을 수상, 2018년 제 158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러한 그녀의 잠재적 힘은 어디서 흘러나온 것일까. 작가의 입으로 전해 듣는 작품과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파이팅 넘치는 기개와 자유롭고 여유로운 내면을 엿볼 수 있었다.



와카타케 치사코 작가는 “어릴 때부터 소설을 쓰고 싶어 했지만 무엇을 써야 할지 고민이 많았고, 지금까지 그 테마를 찾는 과정이었다. 나이를 먹어 늦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어쩐지 포기할 수 없어 여기까지 왔다. 남편의 죽음이 계기였다. 그래서 74세의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내 세워 내 생각을 전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납득하며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라는 테마를 정했고, 할머니의 인생철학을 꼭 쓰고 싶었다. 남편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쓴 것이 바로 이 소설이다. 이 작품이 생각도 못하게 수상하고 한국에도 출판되어 말도 못 하게 감격스럽고 행복하다.” 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그녀를 만나자마자 마치 나의 미래를 본 듯한, 분신 같은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제대로 번역했을까, 늘 의심하고 고민하지만 작가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나에게도 최선을 다한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독자들도 함께 느껴줬으면 좋겠다."라고 정수윤 번역가 또한, 3개월 동안 작품에 푹 빠져 지냈던 소감을 전했다.





Q1: 타인의 시선을 거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소설을 통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다면 무엇인가.


- '여성'이라는 것은 '주어진 역할'대로 살아가는 존재이다. 아내의 역할, 어머니의 역할... 여자는 자기의 역할이 주어져 날개를 펴고 싶어도 남편 옆에 있으면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날개를 접고 살아가는 삶이었다. 사회에서도 그런 경향이 크다. 하지만 할머니는 사회의 주어진 역할에서 자유롭게 해방될 수 있는 존재이다. 할머니는 자기 마음대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나를 따른다'는 할머니의 철학을 표현하고 싶었다. "나는 아직 싸울 수 있다. 나의 인생은 지금부터다" 그런 뜻과 의지를 할머니의 일상과 할머니의 삶, 살아오면서 경험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내가 생각한 철학을 쓰고 싶었다.



Q2: 무엇과의 싸움을 뜻하는가?


- 싸움의 대상은 자신 안의 약한 모습이다. "나는 이제 안돼. 나는 이제 끝났어."라는 내면과의 싸움이다. 혹은 사회 안에서 여자를 낮게 바라보는 시선이다. 가령 남성 위주의 사회와의 싸움이다. 그 안에서도 여성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일본도 여성 자신을 억제하며 자기의 꿈과 희망을 억누르고 살아가는 분위기이다. 그래도 말하고 싶은 것은 말해야 하고, 행동해야 함을 보여주고 싶다.


Q3: 소설 안의 자식과의 관계가 인상적이다. 자식에 의지하고 싶으면서도 자기 의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작가가 생각하는 자식과 부모의 이상적인 관계는 무엇인가.


- 일단 지금 사회는 고령화 사회이다. 사회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져 노인을 보호해야 하므로 사회 복지와 관계망이 잘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노인 자신들도 늙음은 역시 고독한 것이다. 그러나 고독은 결코 마이너스가 아니라, 자신과 맞설 수 있고 들여다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다. 결코 늙음을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그리고 자식은 자식의 인생이, 손자는 손자의 인생이 있다. 엄마는 자식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식보다 내가 중요하다. 이런 자세와 정신은 자식들도 고마워할 것이다. 부모가 자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관심을 쏟는 것은 자식에게 부담과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엄마는 너를 위해, 너만을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고 하면 아이에게는 부담이 된다. 엄마는 엄마로서,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면서 살아가는 인생관과 가치관이 오히려 자식들이 고마워한다. 부모의 자립은 그래서 중요하다.


Q4: 자신이 잘 살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재력, 건강, 가치관 등등 경험에서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면? 그리고 나이가 들어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


- 나의 경우에는 소설을 쓰는 것이 중요했다.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최고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면 주변 사람을 신경 쓸 이유도 없고 신념을 뺏길 우려도 없다. 본인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아직 젊다. (웃음) 앞으로가 승부라고 생각한다. 살아 있을 때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하지만, 혼자가 되면 혼자 살아가는 것도 행복이다. 왜냐하면 자기 주도권, 자기 결정권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좋으면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매일이 선택의 순간이 오기 마련인데, 자기 결정권을 갖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


Q5: 최고령 수상자인데 그전에 한 번도 습작이 없었는가? 아니면 사별 후 처음으로 쓴 성취라면 독자들에게 귀감이 될 것 같은데 그 과정이 궁금하다. 지금 한국 사회를 비롯하여 페미니즘 이슈가 화제이다. 소설에도 주인공은 남편이 원하는 여성이 되기 위해 노력했고, 본성을 최대한 줄이고 남편을 위한 삶을 살았다. 일본 사회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그에 대한 생각과 독자들이 어떻게 읽었으면 바라는가?


- 나는 초등학생 때부터 소설가가 되고 싶었고, 오래도록 써 왔다. 그러나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은 이 소설이 처음이다. 왜 이 작품이 일본 사회에 반향을 일으켰나 생각해 보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자도 자기 마음대로 살아볼 수 있다는 것, 남녀 모두가 똑같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 같다. 일본의 할머니 독자들로부터 모모코 씨는 바로 나의 이야기라는 편지를 자주 받았다.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좋아해 주는 것 같다.


페미니즘 문제는 한국처럼 일본도 같다. 일본은 의학부 시험에서 여자 수험생이 점수를 낮추고, 남자 수험생 점수를 높이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 일에도 사회가 분노하지 않는 분위기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자라서 어쩔 수 없다는 사회 분위기가 만연하다. 여자를 억제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여자 안에서도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건 큰 문제이다. 그건 바로 똑바로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기 생각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 제목은 비롯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이지만 다 함께 같이 가자는 의지도 포함되어 있다.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독자들이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Q6: 사투리를 쓴 부분이 인상적이고, 내면의 여러 목소리들이 뒤섞여 나오는데 어떻게 구상하게 됐는가.


- 실은 여러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은 나한테는 리얼이다. 정말 여러 가지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이와테 출신인데 실제 이와테 사투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가 표준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지는 생각들이다. 나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정신 나간 소리 같지만 진짜로 들려온다. (웃음) 모든 사람들이 고독하여, 내면과 맞서게 되면 대부분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혼자지만 혼자가 아닌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괜찮아, 괜찮아"라고 자기 스스로에게 고독하거나 힘든 일을 입 밖으로 꺼내게 되는 것 같다.


Q7: 언제부터 그랬나? (웃음)

- 여러 책을 읽으면서 그랬고, 남편과 사별 이후 본격적으로 들리기 시작했다. 소설로 써야겠다고 마음먹자 더 많은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Q8: 졸혼에 대한 결혼관이 유행이고, 중년 이상 부부들의 관심이 높았다. 졸혼에 관한 부부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서로가 싫어서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 한번 각자가 새로운 삶을 살아보자는 것은 아닐까. 두 사람이 헤어져서 남편은 남편의 길을 가고, 아내는 아내의 길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면, 졸혼도 가능할 것 같다. 나는 55세에 남편이 떠나 힘들었지만 시간이 흘러 남편이 나에게 시간을 줬구나, 이것을 헛되게 보내지 말자라는 것이 소설의 동기가 됐다. 남편이 죽지 않고 살아 있더라도 아내에게 자유로운 시간을 주고, 혼자 살아 있을 수 있는 시간과 여유를 준다면 좋을 것 같다. 젊은 시절에 깨달았다면 좋았겠지만, 나이가 들면 시간이 걸려도 내가 정말로 이것을 하고 싶었구나를, 진짜 원하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언제라도 출발할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부부가 서로에게 시간과 자유를 준다는 의미에서 졸혼은 있을 수 있는 선택인 것 같다. 자유롭게 살아가는 힘도 있어야 하고 여성의 경제적 자립도 필요하다.


Q9) 차기작이 궁금하다. 앞으로 무엇을 쓰고 싶은가.


- 사실 지금 난처하다. (웃음) 이 작품은 상상 이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짧은 시간 집중해서 쓴 작품이라 주변에서도 차기작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 같다. 나는 역시 노년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여자와 남자의 사랑에 관해, 여자 입장에서 절절이 고민하고 생각한 작품을 쓰고 싶다. 큰 기대 없이 기다려줬으면 좋겠다. (웃음)



Q10: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소감을 듣고 싶다.


- 어제오늘 행복한 기분이었다. 설마 하니 한국 서점에 나의 소설이 진열되어 있을 줄이야.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정말로 감사하다. 젊은 시절부터 작가가 된 사람과 달리, 나는 어릴 때부터 뭘 도전해도 안 되고, 뭘 해도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나에게도 신이 있었구나 깨달았다. 포기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여기 있는 여성 분들, 우리 모두 서로 열심히 합시다. 아직 싸울 수 있다, 언제든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시다.







* 본 출간기념회는 2018년 8월 29일, 기자 간담회 내용을 재구성했으며 오문 및 수정 사항은 문의 바랍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사랑의 정령, 에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