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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의 노래

고래의 꿈

by 유빈

우린 다시 만날 겁니다.

비록 갈라진 서로이지만

당신과 나의 필연적인 만남이

운명처럼 올 거라고, 그렇게 믿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당신과 함께라면 늘 새로웠습니다.

같은 일상에 녹아들어도,

당신과 함께라면 늘 즐거웠습니다.


늘, 당신은 저를 새롭게 태어나게 합니다.


함께한 산책을 기억하십니까,

함께한 춤을 기억하십니까,

함께한 작별인사를 기억하십니까,


언제나 당신은 제 곁에 있었습니다.


당신을 위험에서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지느러미로 우산을 만들어 주었고,

당신에게 감사함을 전달하기 위해

커다란 춤사위로 경쾌한 물보라를 일으켰고,

당신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위해,

저의 노래를 들려드렸습니다.


제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행위지만,

비로소 당신을 보게 되었으니,

이타적인 삶도 즐거운 것 같습니다.


작은 당신이,

제 그늘에서 쉬어가시며, 무슨 생각을 하셨습니까,

안심이 되셨습니까, 충분한 휴식이 되셨습니까,


다행입니다.


뭐가 되었든,


잘했단 걸 알고 있으니까,

잘하고 있음을 느끼니까,

잘될 것을 믿고 있으니까,


그렇게, 앞으로 나가는 겁니다.

뒤돌아 보지 않는 겁니다.

저를 떠나 더 넓은 바다로..

저를 넘어 광활한 세상으로..


이제, 우리는 여기까지, 안녕,

안녕, 혹등고래여, 끝없이, 안녕,


혹등고래는 울었다.

혹등고래는 아쉬웠다.

혹등고래는 사랑했었다.


그날의 인사는 아름다웠다.

나 다웠다.

뛰어 오른 내 몸이 다시금 바다로,

추억도, 사랑도, 파도에 떠밀려 사라진다.


그이 는 잘 지낼까,

나의 즐거운 거품 소리를 기억할까,

나의 흥겨운 춤사위를 기억할까,

나의 애절한 노래를 기억할까,


기억, 기억 …


기억하지 않을까,


하지만


우리 다시 는 못 보지 않을까,


마음이, 아려와서,



혹등고래의 노래는 새벽 내내 울렸다.

나무라는 이 하나 없이,

고요하게, 그렇게,


그리움으로 잉태되어

낡아져 간다.

사라져 간다.

자처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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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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