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귀야행

by 유빈

망설임 없이 니 대답을 끊었다.

재차 묻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들어버리면,

날 떠나간다는 뜻이 정확해지니까,


좋았던 것들을 부정하게 되니까,

추억들이 경험이 되니까,

죽지 않을 정도로 아파해야 하니까,


차라리 내가 죽었으면 좋겠어,

너와 함께 있을 땐 아팠던 적이 없어서,

지금 이 순간을 지우고 싶을 정도로,

그만큼, 나 믿고 싶지 않은 거야,


잠시동안 내가 싫어진 거라면,

네가 괜찮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데,

넌 그 시간들 조차 싫증이 날 정도로,

내가 싫어진 거니,

내가 미워진 거니,


그렇다면 나, 네가 힘들어해도,

눈길 한번 주지 않을 거야,

집 앞 골목 두 번 다시 걷지 않을 거야,

너의 세상에 절대 나타나지 않을 거야,


그만큼 내가 보기 싫어졌단 거니까,

이제 추한 모습 보이기 싫어졌으니까,

흐르는 눈물은 지금 이 순간으로 충분하니까,

여기서, 전부, 태우고 갈 거야.


수많은 곡소리,

높은 손님들이 길들을 밝히고,

낮은 것들은, 그 빛을 숭배한다.


우리들의 노래가 동네 곳곳에 울린다.

치를 떨며 도망가는 사람들,

불타는 마을, 우리들의 염원,

모두 재가 되어 날아갈 때까지,


행진은 멈추지 않을 테니,


세상과 의 작별,

너와의 단절,

끝맺을 마침표.


안녕, 세상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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