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by 유빈

여기, 색색의 컵들이 놓여있다.

빨강, 초록, 노랑, 색색의 컵들은

예쁘게도 생겼다.


컵은 크기도, 담긴 물의 양도, 모양도 다른 체

각자 채워진 자신들을 증명하듯 서있다.


어라, 보아하니 반도 못 채운 컵이,

이쪽엔 깨진 틈 사이로 흘러내리는 물이,

저쪽엔 완전히 비워진 컵,

그리고 검은 물이 아슬히 넘치고 있는 것,


줄곧 엄마의 컵은 바다처럼 넓었다고

나만 그렇게 생각했나 봐,


잔에 부딪힌 내 파도는 엄마의 마음을 강타해도

엄마의 바다는 이내 잠잠해졌으니까,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어느새 엄마의 물 잔에도 금이 가있어서,

깨진 틈으로 엄마의 물 잔이 비어지고 있다는 걸

잔잔한 척하는 내 바다가 알게 되었어,


내 잔에 담긴 많은 물이 어떻게 채워졌는지,

상기시켜주지 않고서야 알 수 없었으니까,

난 그만큼 엄마를 알았을까,

난 그만큼 엄마를 이해해 줄 수 있었을까,


나만, 몰랐던 거잖아,

그저 앞만 보고 달리느라,

깨진 줄도, 흐르는 줄도 몰랐어,


물살은 줄곧 안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언젠가 커다란 해일이 섬을 덮친다.

잠겨진 섬은 잘게 부서진 채로

흩어진다. 사라진다.


가족들의 시간은 유한하다.

바다가 될 수 없었던 건,

마음은 밀물과 썰물이 될 수 없었으니까,


만조와 간조의 개념은 애당초 없었어,

채워지면 시작되고, 빠지면 끝이야,

그리고 메마른 땅이 보이기 시작할 무렵,

우리들의 섬은 이어져있다는 걸 알게 됐어,


매번 엄마는 조각배를 띄워 보냈었는데,

항상 파도에 침몰해 잠기게 되더라,

이젠 내가 만들 수 있어도, 타고 갈 수도 없지만,

오래 걸리더라도, 걸어가 볼게,


언젠가 모든 것이 마르고

지친 내 물 잔이 비게 되어도,

엄마는 비가 되어 다가가

내 영혼을 채워주겠지,


사랑을 채우는 방법밖에 모르는,

엄마만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나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은,

채워진 사랑이 마르지 않게,

엄마란 섬에 도달하는 것.


주기만 했던 사랑,

받기만 했던 사랑,


그리고,


긴 시간 흘러 건네는 , 사랑.







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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