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데리러 가는 길

후퇴의 인지

by 루치올라

나는 내가 잘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매일 뭔가를 이뤄내고 있고,

어디론가 나아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걸으면 걸을수록,

목적지와는 더 멀어지고 있었다.

인지하고 보니,

나는 앞으로 가는 게 아니었다.

뒤를 향하고 있었다.

몸은 분명 지금 여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데

마음은 여전히 지난 시간 속에 머물러

도무지 나를 따를 생각을 하지 않는다.

현재를 살며 앞을 보고 걸어야 할 ‘나’와,

후회와 자책에 갇힌 채 과거에 머물고 있는

또 다른 내가

지금도 서로 다른 시간을 걷고 있다.

그 시간 차이만큼,

나는 자꾸만 엇박자가 나는 삶을 살게 된다.

생각은 과거에 멈춰 있고,

행동은 미래를 향해 끌려간다.

그 사이에서 진짜 나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그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는 것이다. 스스로는 앞으로 걷고 있다고 믿지만,

사실 마음은 이미 오래전부터 뒤로 걷고 있었기에..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인지의 오류는 덫이 되고,

그 덫은 감정의 관성을 만들어

자신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이 반복은 자기 처벌이라는 이름으로 굳어지고,

시간은 흐르지만,

제자리에서 점점 더 무너져간다.

반복은 진자운동과 같다.

같은 감정이 좌우로 흔들리며

되풀이되는 마음의 관성.

끝없는 반복은, 내가 나에게 주는 징벌이다.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처럼,

지금 아무리 마음이 조급하더라도

진짜 전진을 위해서는

가장 아픈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그 시간을 외면하면,

나는 끝없이 같은 자리에서 맴돌게 된다.



지금 가장 명약으로 쓸 수 있는 조언은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것이다.

삶이 나를 집어삼키려 할 때에도

바른 인지로 정신만 붙들 수 있다면,

그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우리는 다시 걸어 나올 수 있다.


수없이 후회로 자책으로 무너지던

어두운 과거의 끝에서,

이제는

내가 나를 데리러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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