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침의 끝에서

균형의 필연성

by 루치올라

118년 만에 기록된 폭염의 절정

38도에서 40도를 넘나드는 햇살은,

더 이상 따뜻함이 아니었다.

그것은 살을 태우는 열이자,

피할 수 없는 질서의 무게였다.


햇빛은 바늘처럼 내리 꽂히고

하루가 버겁게 느껴질 만큼 길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극한에

더위는 불균형의 한복판 같다.

그럼에도 계절은

두 달쯤 후면

낮과 밤이 같아지는 날인 추분이 온다

계절은 이렇듯 언제나 균형을 준비하고 있다


여름을 사는 동안은

낮이 압도적으로 길게 느껴지고

겨울을 지내는 동안은

밤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듯하다


그러나

극으로 치닫던 세상도

춘분과 추분이라는

균형의 이치를 회복하는 시절에 도달한다

자연은 스스로를 되돌리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스스로를 고단하게 만드는 사람들

그들은 극의 한때만 존재하는 듯 치우쳐 살아간다

낮이 길거나 밤이 긴 쪽에서만

살고 있는 듯

모든 것을 단면으로 인식한다.


이런 인식은

극의 한쪽이 절대적이라 믿어버린다.

그래서

바닥을 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낼 때는

끝이 없을 거라 생각하고

높은 위치에 있는 시간도

영원할 것처럼 착각하게 된다.


그래서 어느 한쪽만을 살아가는 삶은

균형과 더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삶은

한쪽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모두가 반과 반의 균형으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두 가지로 살아간다.


이 같음을

계절도 절기로 말해준다

더위의 절정인 하지(夏至)도

추위의 극점인 동지(冬至)도

그 절정의 끝은 균형을 맞출

춘분과 추분이라는 질서를 품고 있다.


치우침은 결국

중심을 향해 돌아오고

극은 언제나

균형을 예비하고 있다


극에 홀린 시대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극적인 삶이 아니라

그 시간 속을 살아가는 나 자신이다


평범한 삶의 다른 표현은

균형을 유지하는 고요한삶인 것이다.

이런 삶은 평온함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다.


이 계절도,
이 더위도
결국은 지나간다.

지나감은 멈춤이 아니라
다음 이치를 향한 흐름이다.

변하지 않는 건 없다
지금은 단지,
순환의 한 장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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