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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길성 Jun 07. 2023

한 번뿐인 인생 여행

후회 없는 삶을 사는 법

    인생 일장춘몽이라 한다. 우리네 삶을 한낮 봄 꿈에 비유한 것이다. 파란만장한 한평생인데 스쳐 지나는 꿈처럼 하찮다니! 인생무상이나 인생 새옹지마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를 인생을 빗댄 말이다. 허무한 인생 누구의 것이든 별 게 아니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 산전수전 겪는 격동적인 삶이라도 부질없는 것으로 규정하여 한탄하고 있다. 인생이 왠지 허탈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 살아 있으니 그저 살 뿐이라는 목적 없는 삶처럼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다. 


    66년 살아온 인생이니 그런 느낌이 들 수밖에. 요즘은 무슨 일이든 신이 나지 않는다. 설레는 삶에 주문을 걸어보지만 관심도 흥도 나는 일은 없다. 시들어 가는 꽃처럼 몸과 마음이 그런 것 같다. 의욕이 생기지 않고 자꾸만 귀찮아지기 때문이다. 삶이 생기를 잃은 꽃으로 변한 것이 분명하다. 꽃은 아름다움에 생명력이다. 향기와 매력을 뽐내기 위해 피는 것이 꽃이고 꽃이 좋아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꽃도 아름다운 생명력을 잃으면 벌 나비가 찾지 않는다. 


    지난달 친하던 후배가 세상을 떠났다. 성격이나 취향이 비슷해 좋아하는 후배였다. 워낙 가까웠던 터라 취직을 알선하고 처조카와 인연을 맺게 해 결혼도 했다. 하지만 십 년이 지나자 실직과 이혼으로 고독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던 그에게 뇌졸중이 찾아든 것이다. 통화 연결이 안 되는 걸 의심한 친구가 경찰에 신고하여 다행히 병원에 데려갔지만 그곳이 삶의 마지막 종착지가 된 것이다. 전화기에 저장된 번호마다 전송된 부음 소식에 그나마 장례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가 남긴 전화기 주소록은 12개 전화번호가 전부였다. 마지막 순간 삶은 세상과 거의 단절한 상태였던 것이다. 나 또한 그와 크게 다를 바 없다. 가끔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고작 30개가량이다. 수 백 개 전화번호가 수록된 시절에 비하면 156개 전화번호가 인생을 말해준다 하겠다. 별도로 등을 돌려 정리한 것도 아닌데 멀어진 것이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만났던 인연은 하나둘씩 떠나기 마련이다. 혼자 남는 순간까지 기억에서 지워지기 마련이다. 이별 예행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이별을 경험했지만 그와 작별은 너무 충격적이었다. 아직도 그의 비명이 들려오는 것 같다. 외롭게 사투를 벌였을 처절한 모습에 몹시 괴로웠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고통도 참기 힘들었겠지만 무기력한 자신이 암담한 기분이었을까. 쓸쓸한 그의 죽음에 한없는 눈물이 쏟아진 까닭이다. 한탄에 대한 미안함에 슬픔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마지막 작별 언제나 비통하기 마련이지만 그의 빈자리가 너무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었다.


   인생은 여행과 닮았다. 한 번뿐인 여행이 인생이다. 누구나 단 한 번의 미지 여행 기회가 있을 뿐이다. 지혜와 경험으로 원하는 여행을 마칠 수도 있지만 행운이 불행으로 끝날 수도 있다. 여행이 끝나면 모든 것이 소멸된다. 후회나 용서, 아쉬운 미련조차 흔적도 남지 않고 사라진다. 함께 여행을 하던 사람들과 나눈 그리운 사랑과 정이 그나마 추억으로 남을 뿐이다. 신나는 여행을 모두가 원하지만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인생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인생 이야기에 아쉬움으로 가득 찬 원인이 아닐까. 인생 여행은 초보 운전자가 처음 여행을 떠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기대와 설렘으로 시작하지만 목적지로 달리는데 바쁜 여행이기 때문이다. 앞만 보고 숨 막히는 드라이브 경쟁을 벌이는 인생 여행이라 할 수 있다. 사고나 장애물로 중간에 여행을 그만둔 이들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무사히 도착하고도 진땀을 닦기 바쁜 여행을 했을 뿐이다. 단 한 번의 초보 인생 여행의 한계가 아닐까 한다.


   무지와 어리석음으로 미지의 인생 여행은 만족과 성공의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불안하고 미완의 인생 여행인 셈이다. 불운한 삶 또는 후회 막급인 인생을 사는 원인이다. 욕망에 의존하는 존재가 탐욕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보다 탐욕에 지배당한 후회하는 삶을 사는 이유가 아닐까. 삶이 복잡하고 순탄하지 못한 까닭이기도 하다. 삶이 아쉽고 덧없는 생을 고민하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한다.

    

    사는 방식도 여행에 비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럿이 함께 하는 패키지여행과 혼자 즐기는 배낭여행이 있다. 그동안 패키지여행만을 즐겼던 것이 아닐까. 사랑하는 마음과 그리운 정이 사라지면  삶의 가치도 상실하는 것인 줄 알았다. 아끼고 배려하는 자아에 집착하며 살아온 자신이기에 덧없는 인생을 아까워하고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남은 여생은 패키지여행 대신 가고 싶은 곳이 생각날 때마다 홀로 떠나는 배낭여행을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는 삶이니 그래야 할 것 같다. '나도 언젠가 죽는다(Memento mori)'는 사실을 외면하면 안 될 것 같다. 정승이 죽으면 문상객이 없어도 정승집 개가 죽으면 문상객이 찾는다는 웃픈 말이 생각난다. 인생 여행은 사후에 성패가 판가름 난다. 화려한 꽃으로  독재자의 죽음을 장식한다고 싸늘한 민심은 변하지 않는다. 바보 노무현은 사후 민심이 더 그를 그리워한다. 인생 여행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하는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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