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에 빠져 불안한 현실 사회
요즘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는 유튜버들이다. 하루 5 시간 이상 그들과 지낸다. 그동안 유튜브는 심심풀이 재미 거리였다. 바둑이나 당구 프로를 가끔 봤다. 그런데 요즘은 유튜브가 참새 방앗간이 됐다. 비상 계엄령 이후 그렇게 변했다. 책도 손에 잡히질 않는다. 글도 접고 밤 잠을 설치기까지 하면서 유튜브에 빠져 있다. 불면증으로 심신이 피로하고 무거운 상태로 유튜브에 매달려 지낸다. 하루하루가 답답하고 짜증이나 견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나마 내란 국면의 고충을 함께 할 유튜브라도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
요즘 같아선 가치를 공유하는 것보다 큰 위안은 없다. 유튜버들이 반가운 이유다. 속 시원하게 해주는 유튜버도 많다. 하지만 거친 표현이 싫고 싫증이 난다. 사고나 감정을 진정시키는데 별 도움이 안 된다. 좋아요를 누르지 않고 구독을 취소하는 경우다. 즐겨 애독하는 채널이 따로 있는 이유다. 매불쇼, 오마이 TV, 겸손은 힘들다, 새날 등이다. 거의 거르지 않는 편이다. 직접 취재한 내용의 유튜버도 좋아한다. 유시민 작가나 김갑수가 출연하는 프로도 챙겨본다. 이들이 아픈 상처와 고통을 잊게 해주는 처방전이나 다름없다.
손바닥만 한 화면으로 연결된 세상이다. 외톨이가 되지 않으려면 한시도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현대인들이다. 누구든 왕따는 싫어하기 때문이다. 휴대폰에서 한눈을 팔지 못하고 사는 모습이기도 하다. 15년 전만 해도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폰 중독자처럼 살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아날로그였던 것들이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삶이 완전히 변해버린 것이다. 실존이었던 것들이 가상현실 속으로 숨어버린 것이다. 디지털 미디어에 의존하다시피 하는 우리의 삶이 그러하다.
필드가 아니어도 스크린에서 골프를 즐기고, 운동장 대신 스마트폰 영상으로 시간을 보내는 문화로 변했다. 실재의 현상이나 경험이 허구의 허상으로 옮겨간 것이다. 디지털 혁명은 놀라운 성장과 발전을 가져왔다. 훨씬 편해지고 빨라졌다. 음성인식 말벗이 외로움을 달래주고, 애착 동물이 분리 불안을 대신해 주는 시대다. 아이가 태어나면 장난감 대신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를 쥐어주고 화면 조작 법을 가르쳐 주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디지털 미디어가 삶을 좌우할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살게 된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누구나 가상현실에 적응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가상현실을 현실로 그대 믿으면 곤란하다. 수치화된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사진이 실제 인물과 다르듯이 허상과 실체는 엄연히 다르다. 포장과 연출이 포함된 가상현실이다. 가짜 왜곡 논란으로 사회가 불안한 이유다. 가상현실에 이미 익숙해진 탓에 경계 구분이 모호해졌기 때문이다. 민낯을 허상에 감추고 사는 격이다. 유튜브 중독자로 지내면서 그들에 일희일비하며 사는 지금의 내 모습이기도 하다.
우물에 갇힌 개구리가 허둥대는 모습처럼 보인다. 실재와 가상현실도 구분 못하고 실의에 빠진 모습이나 다름없다. 수백만 구독자로 파급력이 커진 유튜브 시장이다. 각자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성벽에 갇혀 스스로 아우성치는 모습처럼 보인다. 서로 다른 진영에 둘러싸여 사고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태로 보인다. 비상 계엄령으로 내란 범죄를 저질러 처벌이 마땅함에도 이를 반대한다. 헌법을 부정하고 민주사회를 무시한 범죄자를 옹호한다. 가상현실에 심취해 탄핵 반대하며 사회를 혼란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격동기를 살았다. 평온한 삶을 원한다. 어떤 이유로든 남을 해치는 행위는 하면 안 된다. 비인격적이고 부당한 행위다. 더구나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져야 할 자가 파괴하는 행위는 방비해야 한다. 45년 전 군 시절에 아직도 자책과 자괴감을 느낀다. 군사독재자의 부역자나 다름없었다. 독재에 맞선 민주시민을 적으로 대하는 국난극복군 노릇을 자랑스럽게 여기던 나였다. 어리석고 사리에 어둡던 지난날이 새삼 수치를 느낀다. 요즘 삶에 더 불안이 느껴지고 우울한지도 모르겠다.
군사정권 시절의 악령이 되살아 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에 갈팡질팡하는 현대가 그렇게 느껴진다. 하루속히 내란 환난에서 벗어나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공동체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범죄자나 그들에 동조하는 세력들이 깨어났으면 한다. 12.3 사태는 뼈아픈 역사로 기억될 것이다. 애써 가꿔온 대한민국의 흑역사로 남게 될 것이다. 이번 내란 국면을 반면교사로 다시는 대한민국에 반민주세력이 준동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공동체를 어지럽혀 후퇴시키는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