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by 라벤더


2025년 11월 13일


아침부터 남편은 아빠를 모시러 마산으로 향했다.

눈뜨자마자 마산으로 가서 아빠를 모시고, 대구에서 하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전이는 없었다.

하지만 피부 조직을 떼어내 봉합까지 마치느라, 종일 함께 있었다.


나는 하루 종일 육아에 정신이 없었지만,

남편은 우리 동네까지 아빠를 모시고 와 함께 식사하는 시간도 가졌다.

오랜만에 뵌 아빠의 얼굴과 몸은 근육이 많이 빠져 있었다.

속으로 놀랐지만, 하늬를 보며 활짝 웃는 아빠의 얼굴을 보니 잠시 안도했다.

그럼에도 수척해진 모습은 쉽게 적응되지 않았다.


짧은 식사 후 헤어지기 아쉬웠는지,

남편이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자고 했다.

아빠를 다시 마산으로 모시고 돌아가야 하는 긴 여정임에도

남편은 피곤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


매번 다짐한다.

다른 모습은 몰라도, 이런 모습 하나만으로

내가 큰 빚을 진 사람이라는 것을.

일상 속에서 자꾸 잊는다.

내가 억울하다며, 힘들다고만 하며 살아가는 나를 반성한다.


돌아가는 길에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다.

아빠와 나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한 번도 뵙지 못한 친할아버지의 성함, 어느 이씨인지, 묘는 어디에 있는지.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가 나훈아인 줄은 알았지만,

어떤 노래인지는 몰랐다는 것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때 남편이 아빠에게 물었다.

“송서방은 100점 만점에 몇 점이에요?”

아빠는 잠시 웃으며 대답하셨단다.

“95점.”

-5점의 이유를 묻자,

“터미널에 내려달라 했는데 안 내려줘서”라고 하셨다며

남편이 웃었다.


지금의 이 모든 순간이

훗날 깊이 기억될 것 같다.

기억하지 않으면 잊혀질 시간,

그 사실을 생각하니 괜히 애잔하다.


오랜 친구 까미를 보내며,

잊힌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이 한순간임을 알았다.

그럼에도 자꾸만 망각한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해야 후회하지 않을까.

오늘도 감사하며, 반성하며,

부끄러운 마음들을 잠시 내려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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