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301일) - 54
병원을 제외한 숲이의 첫 외출은 백일기념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 방문이었다.
우리 부부는 몸과 마음이 바빴다. 40분 정도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장거리(?)였기에, 숲이가 차를 잘 타고 갈지가 우선 걱정이었고, 외부에서 응가를 싸면 어찌할지, 분유는 어찌 먹일지, 낯선 사람과 공간을 싫어하면 어찌할지, 등등
걱정에 걱정이 꼬리를 물었지만,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마쳤고 어렵지 않게 스튜디오에 도착했다. 스튜디오로 올라가는 길 호기심 어린 숲이의 눈빛 또한 우리를 안심하게 했다.
그렇게 스튜디오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를 반기는 것은, 세상을 잃은 것처럼 소리 지르는 다른 아이의 울음소리였다.
그 쩌렁쩌렁한 아이의 울음소리와, 그 아이를 달래는 엄마의 간절한 목소리의 콜라보가, 우리를 다시 긴장하게 만들었다.
왠지 우리의 미래 같은 느낌이 들었달까?
불안해하는 엄마아빠의 마음을 아는지, 숲이는 다행히 얌전하게 있어줬다. 숲이의 남다를 피지컬로 인해 환복에 조금의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 외 별 탈 없이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촬영, 우리의 걱정이 무색하게 촬영은 거의 한큐에 끝났다. 오히려 작가님들이 웃는 사진을 조금 더 건지고 싶다며 추가 촬영을 진행할 정도였다.
그때 내 감정은 너무 잘 해준 숲이가 기특하면서도, '우리 숲이는 잘하는구나'라는 뭔가 처음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부모의 부심(?)을 느꼈던 것 같다.
시간이 흘러 200일 촬영을 하는 날이 다가왔다. 숲이는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100일 촬영때와는 다르게 편안한 기분으로 스튜디오에 갔다.
숲이는 100일 때와 마찬가지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촬영장을 둘러봤다.
그리고 시작된 촬영! 이게 무슨 일인가! 이번에는 미소까지 잘 지으며 너무나 잘하는 숲이!
숲이를 바라보는 작가님의 표정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밝아졌다. 촬영 막바지에는 거의 눈 빛이 하트로 변했을 정도..,
두 개의 콘셉트를 찍어서 중간에 환복까지 했으나 총 촬영 시간이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이 정도면 우리 할인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라는 유쾌한 농담과 함께 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돌잔치를 위한 마지막 스튜디오 촬영이 있었다. 이제 클 만큼(?) 큰 숲이는 어느 정도 낯도 가리고 장소에 대한 민감성도 커졌다. 낯선 공간이나 낯선 사람을 만나면 소리를 지르기도 했기에, 우리는 '이번은 쉽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촬영장으로 이동을 했다.
작가님들도 돌 촬영의 위험성(?)을 아시는지 그동안과는 촬영준비가 달랐다. 촬영 전 장난감과 함께 라포형성을 하는 시간이 있었고, 작가님들은 빠진 채 가족끼리 촬영장소에 적응하는 시간도 주었다. 덕분에 초반에 조금 울먹거리던 숲이가 촬영이 시작되니 평소의 컨디션으로 돌아갔다.
당연히(?) 촬영은 너무나도 순조롭게 마무리되었다.
가장 기억나는 장면은, 그동안의 경험들 때문인지 작가님들이 숲이에게 떡벙을 쥐어줄 것을 권유했다. 그러다 자연스러운 컷을 위해 떡뻥을 숲이에게서 뺏어(?)야 하는 순간이 있었다. 작가님들의 요청에, 나는 평소처럼 숲이 손에 있던 떡뻥을 낚아채 내 입으로 가져갔다. 순간 작가님들은 두 번 놀라시는 모습을 봤다. 나의 거침없는 행위에 '저 아버님 왜 이러시지? 촬영을 망치시려는 건가?'라는 당황의 눈빛, 그리고 아빠가 떡뻥을 뺐어 먹어도 아무렇지 않게 웃으며 촬영에 임하는 숲이를 보며 '갓기구나' 하고 환희에 찬 눈빛을 말이다.
너무 빨리 촬영이 끝나다 보니 원래 작가님께서 콘셉트를 추가해서 촬영을 해주실 정도였다(원래 2개의 콘셉트인데 추가로 2개를 더했다).
촬영이 끝나고 작가님들이 정말 너무 수월하게 잘해주었다고 칭찬을 해주었다. 그 말이 빈말은 아닌 것 같은 것이, 백일 촬영 우리를 반겼던 쩌렁쩌랑한 울움소리를 겪었고, 스튜디오를 결정하기 위해 후기들을 찾아보니, 촬영에 실패해서 추가로 방문을 하는 사례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자식이 누군가에게 이쁨 받을 때 느끼는 뿌듯함'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 뿌듯함이 과해져 혹여나 숲이를 내가 괴롭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부모가 된 후 생각지도 못한 것들을 많이 경험한다. 지금까지는 이 경험들이 긍정적인 것들 뿐이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