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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원 요청을 받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318일) - 57

by 차거

직장에서 가끔 본 적 있다. 어디선가 전화를 받고 급하게 조퇴를 하는 동료들을 말이다. 그 들은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들이었고, 본인들 외에 육아를 도와줄 다른 분들이 주변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때마다 '왠지 내 미래 같구나'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어린이집을 보낸 후부터 가장 무서운 전화는 '어린이집에서 오는 전화'이다. 어린이집에서 나에게 전화올일이 무엇이 있겠는가? 숲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말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어린이집에서 온 전화를 받을 때마다 선생님의 첫마디가 '숲이가 아픈건 아니구요'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어린이집에서 왔던 전화는 학부모운영위원회 관련 전화이거나, 투약의뢰서가 없는데 숲이 약이 왔을 경우, 혹은 숲이 약이 없을 때 진짜 약이 없는 건지 내가 잊은 건지 확인을 위한 전화뿐이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등원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간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고, 숲이 열이 39도 가까이되어 하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숲이가 아픈 게 가장 걱정이었으나, 하필 그 시간 나도 몸이 너무 좋지 않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기에 더 조바심이 났던 것 같다.


그렇게 숲이와 함께 집에 왔다.


나 역시 몸살기운과 열감이 있었기에, 내가 아픈 상황에서 하루 종일 아이를 돌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정말 다행히 숲이는 열감이 있었지만,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고, 놀기도 잘 놀았다. 그리고 밤이 되어서 해열이 잘 된 체로 편안히 잠에 들었다.


당장 숲이가 괜찮아지니 미래의 일이 걱정되었다. 지금이야 내가 휴직 중이니 이렇게 대처가 가능하지만, 내가 복직 후 이런 일이 발생하면 어찌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래 이렇게 적응하고 변수에 대응하며 연습하려고 육아휴직 2년 한 거지!'라며 억지로 긍정적인 생각을 한 체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나도 몸이 너무 아프다 보니, 숲이가 아픈 것이 걱정되는 게 최우선이지만, 솔직히 나도 너무 아픈데 숲이가 아파서 어린이집을 못 가니 내가 쉴 수가 없는 게 조금 슬프기도 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드는 내가 조금 멋이 없기는 했다...


고작 하원 이슈 하나로도 이렇게 많은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일어날지... 오늘은 숲이가 태어난 후 처음으로, 육아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걱정이 더 앞서는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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