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322일) - 58
우리 부부가 계획했던 과업들을 마치고 2세를 준비할 때 즈음 와이프가 내게 말했다.
'요새 1~2월에 맞춰서 자녀를 계획한데! 몇 개월 차이가 아이들의 성장에 큰 차이가 있어서!'
논리상 그럴 듯 한 말이었지만 나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와이프에게 말했다.
'oo아 우리 둘 다 빠른 생일인 거 알고 있지? 한 번이라도 뒷자리 안 앉아본 적 있어?'
그렇다. 나와 와이프는 1월생으로 둘 다 7세에 학교를 갔지만, 둘 모두 영유아시절부터 단 한 번도 신체적 외소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차피 크는 건 유전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계획을 실행했고, 그렇게 숲이는 5월의 천사로 우리에게 와줬다.
이전의 글들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숲이는 정말 우량아다. 정말 잘 먹고 잘 잤으며, 영유아 검진에서 몸무게는 99%를 받을 정도였다.
이렇게 잘 큰 것이 오히려 대근육 발달을 늦게 한 것 같았다. 개월수에 비해 대근육 관련 모든 것이 늦었다.
솔직히 나는 이것이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몸이 또래보다 크기에 그 몸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근육이 필요하고, 당연히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은 느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이프는 조금은 불안했나 보다. 아무래도 아이를 막 낳아서 키우는 와이프의 sns 알고리즘은 당연히 아이중심으로 이루어졌고, 그 알고리즘 중 아이들의 발달상황에 대한 이야기가 다수를 이루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숲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 불안이 조금 더 상승했던 것 같다. 숲이는 겨우 홀로 앉을 수 있는 상태에서 어린이집을 갔는데, 숲이를 제외한 모든 아이들은 다 배밀이와 기어가기를 할 줄 아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심지어 4월생 친구는 걷기도 했다).
'다른 이와 비교하지 말자' 이는 나의 철직 중 하나이고, 육아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와이프가 다른 아이들과 빗대어 숲이의 발달속도에 불안에 할 때마다. 잘 다독여 주었다.
하지만 불안과 별개로 나는 숲이의 걷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숲이도 드디어 긴다!'라는 성취감을 느끼고 싶은 게 아니라 '기어서 나에게 다가오는'그런 숲이의 모습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이집 키즈노트에 이런 문장이 써져 있었다.
'숲이가 드디어 교실에어 유희실로 스스로 기어서 갔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형 누나들이 박수를 쳐 줬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이가 기어서 와이프에게 안겼다. 그 순간 와이프의 모습은 '우리 아이도 드디어 긴다'라는 불안이 해소된 모습이 아니었다.
그저 '내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모습에 감격했을 뿐'
조금은 느리지만, 발달과정상 전혀 문제없이 숲이는 잘 자라고 있다. 아니 솔직히 느리다고 표현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 차라리 '숲이의 속보에 맞게 자라고 있다'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의 조급함이 숲이의 건강한 성장에 방해되지 않게 노력하며 앞으로도'언제'에 집중하지 않는 육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