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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을 간 후 하루도 빠짐없이 아프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312일) - 56

by 차거

숲이는 3.97킬로로 정말 건강하게 태어났다. 산후조리원에서부터 정말 잘 먹었고, 잠도 잘 잤다. 집에 와서도 그 흔한 배앓이 한 번 없었으며 설사나 변비도 없었다. 예방접종 주사를 맞아도 울지 않았으며, 주사를 맞은 날 고열이 난적도 없었다.


다시 말해, 숲이는 단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다(내성발톱 이슈 빼고).

어린이집을 가기 전 까지는 말이다...


그런데 어린이집을 간 첫날부터, 거짓말처럼 맑은 콧물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틀정도 뒤 노란 콧물로 바뀌었으며, 그다음 주부터는 기침을 하기 시작한다.

'그래도 열은 안 나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한 순간 열이 나기 시작했으며 병원에 가보니 중이염이라고 한다.

의사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아프니, 정말 마음이 아프고 어려웠다.

코를 풀지 못하고, 가래를 뱉어내지 못하는 숲이를 보면 가슴이 찢어졌다.


약을 먹어도 잘 낫지 않으니, 혹시 병원이 잘 맞지 않나?라는 생각에 병원도 이리저리 옮겨봤으나 소용이 없었다. 어느 병원에서든 같은 소리를 했다.


'어린이집을 가는 순간 어쩔 수 없습니다'


아이가 아프니 이런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어릴 때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서 숲이를 너무 아프게 한 건 아닐까?'


그래서 어린이집을 조금 쉬게 할까 마음을 먹으니, 그때부터 내가 아프기 시작한다. 숲이가 걸린 감기가 그대로 나에게 오는 것이었다.


주말 또는 어린이집 등원 전 소아과에 가고, 숲이가 등원을 하면 내가 병원에 가는 게, 최근 한 달간, 나와 숲이의 주된 일정이었다.


아이가 콧물이 흐르고 기침이 나도 '이 정도는 계속 아플 거예요'라면서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는 어린이집 선생님과, 둘째를 숲이 와 같은 반에 보내는 경력직 부모님들의 이야기에 안정(?)을 느끼며, 나는 또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육아의 세계로 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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