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354일) - 61
'돌잔치를 해야 할까?'부터가 고민이었다.
일단 와이프 가족과, 우리 가족의 문화가 조금 달랐다. 우리 가족은 어머니, 아버지의 형제들 즉 삼촌, 사촌까지 관계가 좋고 교류가 활발했지만, 와이프의 가족은 직계가족까지만 활발한 교류가 있었다. 그래서 만약 잔치를 하게 되면 손님의 범위가 너무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따고 가족끼리 식사만 할까?라고 생각을 해봤지만, 가족끼리 식사만 하더라도, 우리 외가, 그리고 친가에는 따로 식사대접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때 우리는 결정했다.
'그냥 돌잔치를 하는 게 오히려 가장 편하겠다'
그렇게 돌잔치를 하게 되었고, 준비는 어렵지 않게 진행되었다(사실 다른 이슈때문에 크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잔치 당일이 되었고, 우리는 출발 전 옷과 메이크업을 위해 출장 업체를 부른 상태였다. 그런데 이게 웬걸... 그렇게 자신만만하며 우리 앞에 추가일정을 잡았던 업체가... 일정을 딜레이 시켰고, 우리는 약속시간보다 30분 이상 늦게 행사장에 도착했다.
도착 전 사전스냅 촬영이 예정되어 있고, 자연스럽게 행사고 이어져야 했기에 우리는 굉장히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시작 전부터 꼬였다는 생각에 솔직히 걱정보다 화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돌잔치는 너무나 잘 마무리되었다.
우선, 평소에 자주 보기 힘드니 시간 되면 이야기 라도 하게 조금 일찍 오라고 했던 제자들이, 일찍 도착해서 우리를 마중 나와 있었고, 마음 급한 우리의 짐을 다 이동해 주고 에스코트해주었다.
스냅작가 역시 걱정하지 말라며 우리를 안심시켰고, 돌잔치 장소 스태프들은 정말 번개처럼 준비를 도와주었다. 무엇보다, 이날의 주인공인 숲이!!
정말 사전촬영부터 본 행사까지 단 한 번의 짜증 없이 일정을 소화해 주었다. 돌잔치에 가면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우리 주인공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잠시 쉬어가겠습니다'라는 멘트가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으니 말이다.
숲이는 사전 촬영과 본 행사 때 한 번도 울지 않은 것은 물론, 행사 후 손님들께 인사를 할 때도 한 번도 울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함께 해주신 손님들이 숲이를 한 번씩 다 안아봤을 정도였다).
손님들께서 '이렇게 착하고 순한 아이가 어디 있느냐'며 정말 숲이를 많이 이뻐해 주셨다.
첫 시작의 걱정과는 다르게, 너무 행복하게 숲이의 첫 잔치를 마무리했고, 얼마뒤 촬영 영상을 받아봤다.
우리는 숲이의 앞모습을 볼 수 없었기에 영상으로 처음 봤는데, 그 모습이 너무나 대견했다. 부모인 우리가 근심과 불안이 많아지자. '엄마 아빠 걱정 마요! 제가 다 잘해볼게요'라고 외치는 히어로 같았다고 할까나.
돌잔치에 있었던 몇 가지 에피소드로 급하게 글을 마무리해보려 한다.
1. 고모께서 '왜 여자아이인데 옷을 남자 옷을 입혔지?, 아이가 커서 보면 싫어할 수도 있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셨다고 한다. 그렇다. 고모는 전시되어 있던 숲이의 사진을 보고 숲이를 '여자'아이로 아셨던 거다.
2. 숲이는 엄마의 바람대로 돌잡이에서 '돈'을 집었다.
3. 내가 가끔 심장이 지나치게 빨리 뛸 때가 있고, 이럴 때 정말 숨이 너무 차서 서 있기 힘들 때가 있다. 그런데 이날 갑자기 그 증상이 일어났다. 내 모습을 보던 와이프의 제자가 내게 다가왔고 '선생님 괜찮으세요?'라고 물어왔다. 내 걱정이 되어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친구가 간호사가 된 게 떠올라 '맞아 oo이 이제 의료인이지?' 하면서 대화를 나누니 거짓말처럼 심장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4. 돌잔치가 결혼식보다 더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