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345일) - 60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첫 카네이션은, 대학에 입학한 스무 살의 어버이날, 고향에 내려오기 위해 거쳐야 했던 수원역에서, '카네이션을 사볼까?'.라고 문득 생각이 들어 구입했던 화분이다(물론 그전에도 드렸을 수 있지만, 일단 내 기억엔 그렇다). 그리고 나중에서야, 아버지께서 '차거가 준 건데'라고 하시며 그 카네이션을 꽤나 오랫동안 키우셨단 걸 알게 되었다(아마 이 스토리 때문에 내 기억 속에 남았을지도 모르겠다).
또다시 5월이 왔다. 그리고 이번 5월에는 숲이가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연휴에 고향에 내려갈 계획이 있었고, 스승의 날도 있었기에 '뭔가 특별한 게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고! 결론은 '숲이 인간 카네이션'을 준비하기로 했다. 워낙 아가이기에, 카네이션으로 아이를 꾸미는 것은 아니고, 옷에 붙일 수 있는 스티커를 구입했는데, 스티커는'할머니 할아버지 사랑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문구들과 함께 카네이션이 함께 있었다.
고향에 갔을 때 숲이 옷에 그 스티커를 붙였고, 숲이가 귀여움을 독차지한 것은 물론, 우리 부모님까지 주변의 부러움을 받았다.
이렇게 반응이 좋다 보니, 우리는 '스승의 날에도 이렇게 입혀 보내면 되지 않을까?'라는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고, 숲이는 이날 역시 어린이집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하원을 하러 어린이집에 갔는데, 이게 웬걸,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있었다. 숲이의 사진과 함께 잘 꾸며진 어버이날 카네이션(모형)을 숲이가 들고 있었다.
어버이날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것이 아직은 익숙지 않았고, 숲이는0세 반이기에 진실로 아무 기대도 없었다. 그렇다 보니, 카네이션을 드리기 위해 챙길 생각만 했지, 우리가 받을 것이라는 상상도 하지 않았었다.
물론 숲이가 아니라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만들어주시느라 고생하셨겠지만, 그래도 가슴속에서 무엇인가 모를 찡한 감정이 올라왔다.
진짜 아무것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던 카네이션인데, 그 순간 내가 스무 살 별생각 없이 샀던 그 카네이션을 아버지가 그토록 정성스레 키우셨는지 아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뭐라 명확하게 설명을 할 수 없는 이 기분, 이것은 정말 부모가 되어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 같다. 그리고 자녀가 스무 살이 되어서야 첫 카네이션을 받았을 우리 부모님이 어떠한 감정이셨을까?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조금은 복잡한 감정이 드는 하루였다. 하지만 아무리 복잡해도 이 감정이 '행복'에 가까운 감정이라는 건 분명하기에, 동시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