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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19. 2024

'숲이'가 찾아왔어요(상)

 나와 아내는 2010년 대학생 시절부터 연애를 했다. 2016년 동거를 시작했고, 2018년 결혼을 했다. 그리고 2024년 우리는 세 가족이 되었다.


 나는 모든 일에 있어서 '심신의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식의 삶을 추구하지 않고, 나만의 기준점을 바탕으로 지내고 있으며,  무엇인가 '희생했다'라는 감정이 들지 않는 삶을 살아야 함을 주장(동시에 실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이유들로 결혼시기에 비해 자녀와 조금은 늦게 함께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학위과정 중에 동거를 시작했다. 양가 부모님께 허락을 받을 때 중점적으로 이야기했던 것은, 이미 서로 결혼에 대해서는 확고하기에, '하루라도 빨리 둘이 함께 사는 것이 심리적이나  물질적으로 더욱 좋은 것 같습니다'라고 말씀을 드렸다. 그리고, 내가 지금의 직장을 구하게 된 시점도 이때 즈음이다.


 학위과정이 쉬운 길은 아니다. 돈뿐만 아니라 시간과 감정도 함께 새어나간다. 그리고 동시에 실질적 삶을 위해 새어나간을 돈을  메꾸려 할수록, 시간과 감정은 더욱더 많이 그리고 빠르게 새어나간다.


 시작한 과업을 잘 마무리해야, 그다음과업에 충실할 수 있고, 무엇보다 내 과업을 희생해서 다른 과업을 이루는 것은, 나는 절대적으로 반대한다(물론 희생이 아니라, 내가 더 행복하기 위해 다른 과업을 선택하는 것은 찬성한다).


 특히나,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어도 우리나라에서 출산은 여성에게 굉장히 두려운 일이다. 출산으로 인해 한 순간에 자신이 쌓아온 커리어가 무너질 수도 있고, 실제로 무너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항상 '언젠가 무너지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에 살아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와이프의 학위과정이 마무리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와이프가 마음의 짐을 갖지 않도록 내 학위과정을 마무리하는 것 역시 중요한 과제였다. 그리고 우리는 일정 텀을 두고 둘 다 학위 취득을 이루었다.


 동거와 함께 나는 풀타임으로 직업생활을 했다. 반대로 와이프는 공부에 더 집중하며 파트타임으로 직업생활을 했다. 와이프는 본인 때문에 내가 희생을 하는 것 같다며 항상 미안함과 고마움을 표현했고, 나는 와이프가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항상 응원했다. 그리고 이 상황을 최대하 활용하기도 했다. 말뿐이 아닌 실질적인 보상도 있어야, 그 기간을 보내는데 수월하기 때문이다.

  신혼부부임과 동시에, 소득이 높지 않다는 것을 적극 활용했다.  우리는 이 같은 이유로'행복주택 아파트''국민임대 아파트'등에 당첨되어 거주했다. 시세대비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었고, 무엇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가에서 관리를 해주기에 '전세사기'에서 신경 쓸 일이 없었고, '이사'를 위해 시기를 맞출 필요도 없었다(엘에이치 등 국가임대 아파트는 내가 이사를 통보하면 보증금을 바로 입금해 준다).

 그리고 같은 기간 아파트 청약에도 당첨되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했던 것은 와이프가 대학생 때부터 꾸준히 관리한 청약통장 때문이었다. 그래서 난 와이프에게 말했다


'원래도 눈치 볼 필요가 없지만, 더욱 눈치 볼 필요 없어, 네 청약 통장덕에 우리는 이미 엄청난 금전적 이득을 보았으니'


 청약에 당첨된 아파트에 들어가기까지 3년의 기간 동안 우리는 모든 과업을 마무리했고, 소득 수준도 꾀나 높아졌다(사회적 기준이 아닌 우리의 절대적 기준에서). 그리고 같은 시기 우리는 논의 끝에 자녀를 맞이하기로 했다.


  물론,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우리는 양가부모님이 다 멀리 살고 계시고, 삶을 유지하기 위한 소득의 문제로 한 명이 육아를 전담할 수도 없다. 무엇보다, 아내는 아이를 만나고 싶은 바람만큼, 자신의 커리어가 끊길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심적으로는 서로를 지지하며 응원했고, 실질적으로는 '아이가 찾아왔을 때 우리에게 닥치는 다양한 경우의 수와, 그 해결책에 대해 연구를 했다. 그렇게 단 두 번의 시도(?)만에 '숲이'가 우리에게 찾아왔다.


 우리는 아이가 찾아온 것에 너무 감사했고, 부부가 서로를 응원하며, 앞으로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며  육아를 위한 대책을 잘 세우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문제가 찾아온다... 아이가 생기는 것도 힘들지만, 세상에 나오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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