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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19. 2024

시작하는 글

  급속하게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룬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거의 모든 세대가 겪었을 '급격한 사회 변화' 

국민학교를 3년 다니고, 초등학교도 3년 다닌 내 나이 또래 역시 급격한 사회변화를 겪었고, 우리 세대가 커가면서 겪었을 변화 중 하나가 바로 '가부장적 사회'로 대표되는 '고정된 성 역할의 관념'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나는 육아를 꼭 해야지'라는 생각을 꾀나 어린 시절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생각을 가지게 된 특정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기억 속에 '오랜만에 만난 자식을 반가워하는 아버지를 거부하는 어린 자녀'의 모습을 제삼자로 봤던 것, '아버지가 집에 오시는 주말을 딱히 반기지는 않았던 내 모습(성인이 되기 전까지 꾀나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집은 주말 부부 가정이었다) 등 이 남아있는 것을 보면, 무엇인가 우리 시대에 너무 흔했던 '어색한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가 꾀나 싫었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 상담하는 일을 직업으로 갖게 되면서, 육아를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은 더 커지게 되었다. 청소년과 청년 등 주로 젊은 세대 들을 내담자로 만나고 있는데, 일을 하면 할수록 '부모의 가치관' 그리고 '부모와의 관계 정도'가 한 사람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아! 혹시나 오해를 할까 봐 육아휴직을 갈망하는 내 심정을 심플하게 다시 정리하자면, '자녀를 행복하게 양육하고 싶다'가 주된 목적은 아니다. 그렇다면 주된 목적은 무엇이냐. 자녀를 위해 정말 열심히 일하고, 자녀를 정말 사랑하는데, 자녀와 사이가 어색한! 그런 '안타까운(불쌍한) 아빠'가 되지 않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기에,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육아휴직에 대한 열망 및 각오를 수시로 이야기했다. 그리고 입사한 지 대략 8년여 만에 사랑스러운 자녀가 찾아왔고, 그렇게 2년의 육아 휴직이 시작되었다.


 이 글을 시작하는 시점(2024년 6월)은 본격적인 육아휴직이 시작되기 전 개인 연가를 소진하고 있는 시기이다. 즉 이미 겪었던바를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있을 2년간의 이야기들을 기록해 나갈 것이다.


 시작하는 글부터 내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면 스크롤이 압박이 굉장할 수 있으니, 우선 간단한 하나만 이야기하자면

 '나는 돈만 있다면 사회생활(직업인)을 하지 않고 육아를 하고 싶은 사람'이다. 이 문장의 의미를 한 번 더 정리하자면 '자녀를 잘 키우고 싶어서 라기보다는 육아가 나에게 더 가치 있고, 의미 있고, 즐겁고, 행복한 즉 내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이와 같은 내 가치관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면 그 반응들의 시작은 '오 멋진데?'이지만 결국 끝은 대부분 두 가지 뉘앙스로 나뉜다. 


'육아 만만치 않다',  '그래도 남자가 사회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완전히 다른 두 뉘앙스의 공통점은 '결국 육아보단 일을 하는 것이다! 전자는 '육아가 힘들어 회사로 도망갈걸?' 후자는 '남자가 그래도 바깥일을 해야지!'


 나도 내 가치관이 육아휴직 종료 후 어떤 방향을 가리킬지 모르겠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계산을 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실전에서 느끼는 경험과 감정이 너무나도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 글을 시작하는 날이 산후조리원 퇴소 당일! 바로 부부가 온전히 자녀를 처음 돌보는 첫날이었고, 아이가 잠깐 잠든 사이 글을 쓰다 보니, 겨우 이 분량이 완성되기까지, 대략 20시간이 넘게 소요되었다...

기록이 중점이 아니라 육아가 중점이기에, 주객전도가 되지 않도록!

'글의 퀄리티와 규칙적인 기록에 집중하기보다는, 육아 중간중간 기적처럼 심신의 여유가 찾아올 때, 실제 육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로만 기록한다'라고 다짐을 하며 급하게, 시작하는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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