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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19. 2024

'숲이'가 찾아왔어요(하)

 숲이가 찾아오고 나서 우리 일상의 변화는 없었다. 아이는 순조롭게 자라났고, 와이프는 소고기를 먹지 못하는 것 외에는 입덧 이슈도 거의 없었다. 정기검진에서도 아이는 계속 잘 자라났으며, 와이프의 혈압이 약간 높아진 것 외에는 와이프 건강도 괜찮았다(아! 와이프가 코로나19에 감염 되긴 했었으나 무사히 넘어갔다).


  그렇게 임신 23주쯤 어느 날, 와이프는 반복되는 자궁수축을 느꼈고, 증상을 서치 해본 뒤 심상치 않음에 우리는 새벽에 병원으로 향했다. 아직도 와이프의 증상을 설명해 주던 간호사선생님의 워딩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지금 아이가 밖으로 나오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아이가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나오지 못하게 하려고 이러이러한 조치를 하고 있어요'


 너무나도 간결하게 사실을 초현실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 주었고, 이게 그들의 역할이고 의무겠지만, 와우 순간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야간에 병원을 갔고, 우리가 다니던 병원은 야간에 한 개의 층만 운영이 된다. 즉 그 한 개의 층에서 산부인과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응급상황들이 다루어지고 있고, 그 공간에 있는 사람들은 그 상황을 거진 다 공유하게 된다.


 우선 간호사선생님께 저 말을 듣게 된 와이프의 심리적 불안감은 커져만 간다. 그런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태어난 새 생명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당연히 누구나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우리 아이도 저렇게 건강하게 태어날 수 있을까?


잠시 후 최악의 상황을 경험한다... 아이를 잃은 산모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듣게 되었고, 그 가족들의 슬픔과 위로를 간접적으로 공유하게 된다. 그때 우리 역시 굉장히 힘든 감정을 느낀다. 아이를 잃은 부모의 슬픔을 지켜봄과 동시에,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하는 불안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가히 정말 가혹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임신 23주~28주 기간 동안 와이프는 입원을 했다(불행 중 다행이랄까, 와이프 회사에서 와이프 상황을 이해하고 60일 병가처리를 해주었다). 퇴원 당시 퇴원의 조건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기''몸 안 좋으면 즉각 병원으로 달려오기'였다.

 그렇게 집으로 왔고, 얼마 후 또다시 응급실을 가게 되었다. 그 순간 나는 속에만 품고 있었던 가족 돌봄 휴직을 사용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바로 다음날 실행에 옮겼다(육아휴직 2년도 감사한 일인데, 두 달의 추가 휴직까지 허가해 준 회사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집에서 와이프를 간호했지만, 33주 차에 다시 입원을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산모는 고통스럽겠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잘 쉬어준 덕분에 뱃속의 태아는 정말 최고의 컨디션으로 스트레스 없이 지내고 있다'는 담당선생님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그리고, 병원에서 함께 지내며 자기 전 나누는 와이프와의 대화는 우리에게 굉장히 큰 힘이 되었다. 그렇게 35주 차까지 입원을 했고, '다음에 입원하면 아이 낳는 거니 걱정 마세요'라는 담당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안심(?)하며 퇴원을 했다. 


그렇게 잘 버티고 버텨 38주 차에 뱃속의 숲이를 세상밖에서 만나게 되었다(3.9킬로 지나치게 건강하게 태어났다). 


 임신 23주 차부터 몸이 아팠기에, 와이프는 병원과  집 외에 아무 곳도 가지를 못했다(집 앞 편의점을 한 번 갔는데, 그날 바로 조기수축이 와서 응급실을 가야 했다). 정말 답답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나는 너무 감사하기도 했다.


 우선 와이프가 휴식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와이프는 자신의 일에 굉장히 책임감이 크고 열정적이다. 임신 중에도, 자신이 홀몸이 아님을 망각하고 너무나도 회사일에 집중을 했다. 우리는 생각한다. 숲이가 '엄마 건강 좀 챙기라고 이런 일을 꾸민 것은 아닌지'

 그리고, 와이프와 온전히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음에 감사했다. 와이프가 아프면서 우리 부부 모두 휴직을 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굉장히 오랜 시간 함께 있을 수 있었으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집안에서 나름의 소소한 추억들도 쌓을 수 있었다. 정말로 잊지 못할 순간들이었으며 이 역시 '둘만의 시간이 이제 많지 않을 테니 소중하게 보내세요'하고 숲이가 만들어준 것은 아닌지 생각하곤 한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세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27일째 육아전쟁(?) 중이다. 다음글부터는 실제 육아를 하며 겪고, 느끼는 나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기록하고 함께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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