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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20. 2024

산후조리원은 천국이 아니다.

  숲이가 건강하게 태어난 후, 병원에서 4박 5일 산후조리원에서 13박 14일을 보냈다.

병원에서 주변인에게 아이소식을 전했을 때 '지금이 많이 잘 수 있는 마지막 시기이니 즐겨 두세요'라는 말을 꾀나 들었다.


이를 가지고, 출산에 관심을 갖게 된 후 관심을 갖게 된 산후조리원... 이 산후조리원 시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산후조리원은 천국이다'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산후조리기간 동안  회사에 출근한 이틀을 제외하고 와이프와 12일 정도 산후조리원 생활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가 직접 경험한 산후조리원은 천국이 아니다. 사람들이 산후조리원 퇴소 후 실제 육아를 하면서 '산후조리원은 천국이었구나'라는 과거회상형 표현이라면 그나마 납득할 수 있을 것 같다.

내 생각에 산후조리원은,  오히려 군에 입대하고 자대배치받기 전의 '신병교육훈련소'와 비교하는 것이 더 적합한 것 같다.


 육아 관련 블로그를 쓰면서 이 산후조리원 기간을 포함한 이유는, '초산'이면서 '양가부모님의 도움 없이'  아이를 케어해야 하는 사람들(우리 부부가 그렇다)이 산후조리원 생활에 아주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많은 것들이 중요한 시기이지만 이 두 가지는 꼭 기억했으면 한다.


 첫째, '산후조리기간'임을 잊지 말자, 말 그대로 아이를 낳은 후 몸을 챙겨야 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산후조리원 하루 일과가 제법 빡세(?)다.

대략적인 하루일과를 적어보면


08시 아침식사

09~10시 오전 모자동실

11시 가슴마사지(매일은 아님)

12시 점식식사

13시~16시 전신마사지

17시 저녁식사

18시~20시 저녁 모자동실

여기에 더해 무려 3시간에 한 번씩 모유 유축까지 해야 한다.


 즉, 거의 쉴 시간이 없다. 그런데, 아이를 보고 싶은 생각에, 모자동실을 추가로 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아이를 보고 싶은 마음은 충분히 알지만 제발 '쉬기를 바란다'


 와이프는 모유수우 하는 순간을 '황홀'하다고 표현했다. 아이와 본인이 무엇인가 연결되는 느낌이고, 저 작은 생명체가 살기 위해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뭉클함이 온다고 한다.

 하지만 모유수유를 위해서는 엄마의 엄청난 희생이 필요하다. 젖량을 늘리기 위해 3시간 간격으로 유축을 해야 하고(최소 30분 정도), 계속해서 아이에게 젖도 물려야 한다. 유축은 단순히 잠을 못 자는 게 아니다. 모유가 엄마의 피로 만들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을 만큼, 유축은 산모에게 많은 피로감을 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산후조리원에서 일주일째 되던 날, 와이프에게 단유를 권유했다.

 우선은 와이프가 몸이 안 좋아지는 게 마음에 걸렸다. 4개월간 누워만 있다가 아이를 출산한 상태로  와이프의 체력이 굉장히 안 좋아진 상태에서, 첫째로 지금 산후조리원 기간에 온전히 몸을 치유하는데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컸고, 둘째로 모유수유하는 과정에서, 와이프 본인이 굉장한 체력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것이 아이를 돌보는데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 생각했다. 오해하지는 말자!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내가 모유수유를 선택해서 체력이 약해져서,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라고 자책을 하지 않길 바라 서다. 무엇보다도 단유를 권유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남편으로서 모유수유와 유축까지 하는 와이프를 온전히 케어할 자신이 없었다(식단조절부터, 체력관리까지), 나는 개인적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부정하며 그것까지 희생하 가면서 누군가를 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자신도 모르게 내가 희생했던 대상에게 보상심리를 갖게 될 것이고, 무엇보다 이 희생은 내 자녀가 바랐던 것이 아니기에 아이에게도 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 즉 결론적으로 나는 우리만의 기준에서 우리 가족이 더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단유를 제안했다.

 단유를 시작하고, 와이프는 '내가 몸이 약해서 아이에게 모유를 못 주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라며 자책했지만, 나는 절대 그런 것이 아니라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는 선택이라로 계속 위로를 했다. 무엇보다 다행인 것은 와이프가 '드디어 조금 쉬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고 그렇게 남은 일주일은 온전히 휴식에 집중할 수 있었다. 물론 모자동실시간 외에 추가로 아이를 돌보려는 것도 웬만하면 말렸다. 왜냐하면 산후조리원의 본질적 목적은 '쉼'이기에, 그리고 이곳에서 잘 쉬어야, 진짜 육아를 잘할 수 있기에...


 둘째로 산후조리원에서 꼭 생각했으면 좋겠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어서 놓치는 것들에 집중을 해라'이다.

 우리는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정작중요한 것들은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며 등한시하고, 뭔가 보여주기식의 스킬적인 요소들에 집중을 한다. 예를 들어, 내가 부모님들 대상으로 자녀들의 인터넷스마트본 관련 교육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와의 관계'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실제로 '자녀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인터넷스마트폰이 위험한 이유는 단순히 '중독이 되어서 공부를 안 하는 것, 잔혹성 또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위험한 것은 '그루밍 범죄에 노출되는 것' '온라인 도박에 빠지게 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럴 때 아이가 위험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사안이 발생했을 때 바로 부모님께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조건 인터넷스마트폰을 금지시하고, 흔히 말하는 '너 컴퓨터(스마트폰) 많이 해서 아픈 거야(안 좋은 거야)'로 모든 것을 일관하시는 부모님과 생활하는 아이들이 정작 저런 위험한 일이 닥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아이들은 숨긴다. 왜냐하면...'그러길래 왜 스마트폰을 했어!!'라며 혼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게 진짜 스마트폰의 위험성이다.

 즉,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우리 자녀가 스마트폰사용을 줄이고, 스스로 관리를 잘하는 방법 등 '스킬'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부모인 나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가장 기본적인 그리고 우리가 가장 잘했던 '자녀와의 관계'를 초심처럼 유지하는 거다.


 다시 산후조리원으로 돌아오서, 산후조리원 역시 그렇다. 기본적으로, 분유 먹여주는 것 기저귀 갈아주는 것은 관리사 선생님들이 다 해주신다. 모자 동실시 간단하게 방법들은 알려주시나, 실제로 요청만 하면, 기저귀갈이나, 아이들 수유 모두 관리사 선생님들이 해주신다. 실제 부모들은 거의 체험학습(?) 수준으로만 해도 문제가 없다.

 아가들의 그 기본적인 욕구는 관리사 선생님들이 채워주시는 건데, '우리 부부가 잘하고 있구나'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 모자동실시간에 아가들은 최고의 컨디션으로 방에 방문하기에, 부모들이 조금 미숙하게 대해도, 웬만하면 아이들은 아주 해맑은 표정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태열''배앓이''아토피' '청색증'등등 신생아에게 중요한 교육들을 해주고, 내가 이용한 산후조리원은 소아과의사 선생님과, 큐앤에이 시간도 있었다. 이것들은 만약을 대비해 꼭 필요한 지식들은 맞다. 아는 것도 중요하다. 그런데, 과연 밥 먹이는 것보다 중요할까??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기 밥 먹이는 법, 트림시키는 법, 기저귀 가는 법' 등등 가장 기초적인 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의문을 가지고 많이 물어보고 질문하고 실습하고 집에 왔으면 좋겠다.


정리하자면, 산후조리원에서 최대한 체력을 회복하는데 집중했으면 좋겠고, 아이가 이뻐서 긴 시간 바라보는데 시간을 쓰기보다는, 아기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최대한 기본적인 것을 많이 시도하고 배웠으면 좋겠다(억지로 모자동실 시간을 늘려가며 실습(?)을 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 동안 기회가 있을 때 잘 활용하라는 이야기다).


 산후조리원에서 들었던 강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과, 관리사 선생님이 해주신 한마디로 오늘 글을 마무리한다.


'태열, 아토피 등등 온도 조절하고, 좋은 성분 제품 써서 예방하면 참 좋습니다. 그런데, 잘 먹고 잘 싸는 아이들은 웬만하면 건강하게 잘 자라고, 혹여나 아픈 일이 있더라도 금방 회복합니다. 좋은 성분의 세재 쓰고, 화장품 쓰면서 예방하는 것 물론 좋지만, 아이들 잘 먹고 잘 싸게 잘 관리해 주세요. 그게 최고입니다.'


'아이는 안 울면 그게 이상한 거예요. 그러니 우는 것에 너무 힘들어 마세요'


너무나도 방대한 정보와 스킬들에 매몰되어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 역시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다짐 또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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