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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 갑작스러운 아이의 울음소리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376일) - 63

by 차거

오랜만에 고향집을 방문했다.


요새 들어 30분 이상 운행길에 카시트 타는 것을 싫어했던 숲이였기에,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무탈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돌이 지났기에, 한결 짐이 가벼워졌다. 몇 번의 방문을 경험으로 생각보다 필요 없는 짐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혹시나(?)하고 챙겼던 물품들은 역시나 사용할 일이 없었고, 정말 긴급으로 필요한 것들은 이곳에서도 충분히 조달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집으로 올라가는 길에 부모님께서 일용할 양식을 한가득 주시기에, 우리의 짐을 필히 줄일 필요가 있었다.


숲이는 여전히, 할머니 할아버지를 기쁘게 했다.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으며 어딜 가듯 방긋방긋했다.

밥양이 평소 집에서보다 줄었고, 배변활동 역시 덜했으나, 이는 이전 고향집에서와 비슷한 증상이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저녁이 되었다. 6시 반이면 잠이 드는 숲이었지만, 잠이 들지 않은 상태였고. 오히려 산책을 나가면 잠이 들곤 했기에, 겸사겸사 어머니의 저녁운동을 따라나갔다.


숲이는 아기띠를 한 나에게 안긴 체 입면을 시도했고, 평소 같으면 분명히 잠이 들었어야 할 신체적 신호들이 다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숲이가 잠에 들지 않는 거다. 이때부터 조금씩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운동을 끝내고 집에 들어온 시간은 9시 진작에 꿈나라에 들었어야 할 숲이는 여전히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조금의 잠투정이 있었지만, 다행히 잠이 들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어머니의 휴대폰이 울렸고, 그때 눈을 뜬 숲이는 자지러지게 울기 시작했다.


정말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너무 당황스러웠다. 아무리 달래도 달래 지지 않았고, 혹시 배가 고픈가 해서 음식을 먹여봤지만 이도 거부했다. 숲이는 그렇게 40분가량을 계속 울었다.


가족들은 병원을 가보자고 했고, 나 역시 병원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이 말이 떠올랐다.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어서 응급실로 급하게 가면, 응급실에 도착하는 순간 아이가 얌전해진다.'


침착하게 숲이를 다시 살펴봤다. 열은 전혀 없었고. 기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가족들에게 십 분 정도만 숲이를 달래보고, 그때도 계속 울면 병원에 가자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숲이와 단둘이 방으로 들어가, 숲이에게 계속사과를 하며 안아서 달래기 시작했다.


다행히 숲이는 우는 걸 멈추었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혹시나 아픈 건 아닐까 하고 밤새 걱정을 했지만, 한 번도 깨지 않고 잘 잤으며, 다음날 역시 너무 재미나게 일상을 즐기는 숲이었다.


숲이의 이야기를 들을 수는 없으니, 속단할 수는 없지만, 그날 밤 숲이의 행동은 일종의 '꼴'즉 화 표현이었을 것 같다. 진작에 잘 시간이 지났는데, 잠을 재워주지 않고, 겨우 잠에 들었더니 시끄럽게 해서 깨우고, 그렇게 생긴 짜증을 격하게 분출한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다.


아이가 평소와 다르면, 그래도 평소에 맞출 수 있게끔 해줘야지, 억지로 어른의 스케줄에 맞추지 말자라는 다짐을 했다.


그리고 숲이도 이렇게 짜증을 내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아 평소에 우리가 숲이의 마음을 잘 알아줘서 짜증이 없었던 거구나'라는 긍정적인 칭찬과 함께 고향집 방문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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