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380일) - 64
오늘은 와이프가 조금 일찍 퇴근을 했다. 그래서 오래간만에 와이프와 함께 숲이 어린이집 하원을 가는 길이었다.
그때 놀이터에 귀엽게 다투는 아이들이 보였고, 그 순간 나는 와이프에게 말했다.
'숲이가 아무래도 크다 보니, 장난치다가 다른 친구 밀어서 그 친구가 날아가면 어찌하지?'
농담이었지만, 한 번쯤은 상상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숲이하원을 했고, 어린이집 밖으로 나왔는데, 담임선생님이 조용히 따라서 나오셔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셨다.
'오늘 숲이가 친구 손가락을 물었어요.'
상황을 들어보니, 친구가 손가락을 숲이의 입에 넣었는데, 그 순간 숲이가 친구의 손을 물었다는 것이다.
과거 아이가 없을 때, 어린이집에서 이런 일이 있다는 뉴스기사등을 접하면,
'왜 부모들은 사과를 하지 않고 이유를 찾지? 우선사과를 해야 일이 잘 풀릴텐데'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상황을 같은 상황을 맞이하니, 상대 아이가 걱정되는 것은 맞지만 맞지만 순간적으로,
'아니 아이가 입에 손가락을 넣을 때까지 어린이집은 무엇을 했지? 구강기가 절정일 아이들이데, 그런 거를 잘 봐줘야지'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나갔도.
하지만, 내 아이가 물림을 당했을 때라고 생각하고.
바로 사과를 하고 싶어 상대 아이 부모님 연락처를 받을 수 있는지 선생님께 여쭈어보았다. 선생님께서 상대 부모님께 전달을 하겠다 하셨고 그렇게 우리는 집으로 들어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고, 상대 어머님께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괜찮다고 전달해 달라 하셨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큰 갈등으로 가지 않게, 너그러이 이해해 주신 상대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우연히 상대친구 어머님을 단지에서 만났고, 정중히 다시 사과드렸다. 그러자 어머님께서 손사래를 치시며
'이나이때 다 그렇죠, 언제든 입장이 바뀔 수 있는 거잖아요. 정말 괜찮으니 염려 마세요'
이렇게 말씀을 주셨다.
나는 솔직히, 이 지역으로 이사 와서 딱 하나 아쉬운 것이 민도(?)가 좋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어머님의 말을 듣고, 내가 겸손치 못하고 함부로 판단했구나 하며 반성하게 되었다.
다른 이를 나처럼 생각하고, 진심을 다하면 상대방도 이를 알아주는 것 같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정말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정말 잘 넘어갔지만, 다음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쩌겠나. 그때도 감정을 꾹 누르고, 사과를 할 것이다. 그것이 갈등이 안 생기는 가장 좋은 길 이란 것을 알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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