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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과잉보호 vs 안전불감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422일) - 69

by 차거

숲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하면서 어린이집 프로그램은 다 참여를 시켰고, 의문을 가지는 것도 없었다(사실 0세 반은 대부분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니). 그런데 처음으로 고민이 생겼다.


'물놀이 프로그램(0세 반도 참가)' 안내문이 온 것이다. 외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어린이집 외부데스크에서 기구를 설치하고 물놀이를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숲이는 물을 싫어하지 않는다.


한 번도 목욕을 거부한 적이 없으며, 샤워캡을 쓰기 싫어한 이후부터는 그냥 물을 맞으며 머리를 감을 정도이다.


그런 숲이 이지만, 지금 물놀이가 가능할까?라는 물음에 선뜻 '가능하지'라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다 계획이 있고 안전하게 진행될 터인데 내가 너무 과잉보호하고 있는 건가? 와, 1대 1로 돌보는 것도 힘든데, 소수의 성인이 다수의 어린이를 봐야 하는 상황이 확실히 위험할 것 같다.라는 생각이 충돌을 했다.


고민 끝에 담임선생님과 미리상의해서 숲이는 물놀이하는 시간대에는 등원하지 않고, 물놀이가 끝난 오후에 등원을 하기로 했다.


당일이 되었고, 어린이집을 좋아하는 숲이는 아침부터 어린이집가방을 질질 끌며 중문 앞에 앉아 시위(?)를했다. 왜 어린이집 갈 시간인데 가지 않느냐인 것이다(이런 것을 아는 것도 참 신기하다).


결국 강력한 시위(?)를 견뎌내지 못하고 산책을 할 겸 어린이집 구경을 갔다. 저 멀리 물놀이를 하는 친구들이 보였고, 다행히 숲이는 아기띠에 안겨 웃으며 지켜볼 뿐, 내려달라는 투쟁(?)을 하지는 않았다. 그 순간 우리를 본 숲이 담임선생님이 급하게 다가오셨다.


'아버님 숲이 지금 등원해도 될 것 같아요, 0세 반 부모님들이 오늘 아침에 다들 물놀이를 안 시키고 싶다고 하셔서 0세 반은 교실에서 물장구만 치기로 했어요'


순간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다!'라는 기쁨(?)과 동시에, 역시 부모마음은 다 비슷하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앞으로 숲이 와 함께하며 오늘과 같은 선택의 순간이 많을 것 같다. 과잉보호, 또는 안전불감이 되지 않도록 항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게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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