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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방학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426일) - 70

by 차거

'방학' 어릴적부터 참 설레는 단어 아니었는가.


초등학교 때 친구들끼리 누가 누가 방학이 더 긴지는 항상 이슈였고, 개학이 가까워 올수록 남아있는 방학숙제는 항상 나를 괴롭힌다는 거를 알 지언정 숙제 따위는 미루어둔 체 방학을 온전히(?) 즐겼다. 무엇보다 나에게 방학에 대한 가장 행복한 추억은 2주일 정도 순창의 시골 외가에 사촌들이 모두 모여 보내는 시간이었다(부모들 없이 사촌들만 모였다).


외가 들어서기 전 마지막 문명의 전선인 읍내에서 우리는 낚시도구를 가장 먼저 샀으며 외가에 도착하자마자 뒤뜰에서 대나무대를 들고 와 낚싯대를 만들었다. 리고 바로 집 근처 강(지금 생각하면 시냇가)으로 나가 낚시를 했고, 붕어 메기 등 많은 생선들을 낚았다. 그렇게 매일 낮에는 미꾸라지 낚시, 황소개구리 낚시 등 육체 활동을 했고. 저녁에는 보드게임과 비디오게임을 했으며,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텐트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고등학생 때 방학은... 단 5일 정도였지만 정말 가뭄에 단비처럼 큰 힘을 주었고, 대학생 때 방학은, 온전한 쉼과,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아주 기나긴 시간이었다.


취업을 하고 사회에 발을 디뎠을 때 가장 먼저 했던 말 중 하나가 '더 이상 내 삶에 방학은 없겠구나'였다.


그런데, 방학이 다시 찾아왔다. '다른 의미'로 말이다. 어린이집에 가지 않은 5일이란 시간은 정말 길게 느껴졌다. 이제야 과거 직장에서 자녀방학이라며 괴로워하던 동료들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고, 어린이집방학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학교 들어가면 진짜 시작이라던 주변의 소리들도 떠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복직 후 이 방학들을 어찌해야 할지 생각하니 막막함만 남아있었다.


문득, 어릴 적 방학 때 '왜 이번에는 시골외가댁에 못 가?'냐고 투정 부렸던 내 모습이 기억이 난다. 지금생각해 보니 그때 엄마의 속마음은 '내가 차가 너보다 몇 배는 아쉬워!!!'이지 않았을까?


이제 다른 의미의 방학을 어찌하면 현명하게 보낼 수 있을지 아주아주 잘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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