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450일) - 71
휴직 중 숲이에 대한 나의 글들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숲이는 상대적으로 편안(?) 한 아이이다. 기본적으로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저 기본적인 것들을 잘하지 않을 때 오히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큰 걱정이 들고는 한다.
한 밤중에 갑자기 일어나서 숲이가 울기 시작했다. 밥도 잘 먹었고, 열도 없었으며 평소와 다를 것이 없던 상황이었다. 일단 안아서 달래 보았지만 큰 소용이 없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우는 숲이를 보며 마음이 불안해졌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오늘 아침에 평소에 짜증을 부리지 않는 숲이가 짜증을 부린다면서 무슨 일이 있는지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었는데 이거와 관련 있는 건가?'
'일주일간 숲이 담임선생님이 휴가인데 그래서 힘들어하는 건가?'
'혹시 내가 시험준비를 하느라 다섯 시에 하원을 하고 있는데 그게 문제인 건가?'
억지로 재우려 하기보다는 거실에 나가 함께 책을 읽었고, 조금 안정이 된 숲이는, 백일즈음에나 잠들단 방식인 재물자세로 잠에 들었다.
아직도 숲이가 왜 울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그저 분명 충족되지 않은 부분이 있었을 것이고, 부모인 우리가 그 부분을 채워주어야 한다는 것만 알 뿐.
내가 이 정도로 힘들고 답답한데, 이를 알아주길 바라는 숲이는 어떤 마음일지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다음날 평소처럼 아무렇지 않게 웃으면서 일어날 숲이를 바라며 어렵게 잠이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