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에 첫 발을 내디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414일) - 68

by 차거

숲이는 대근육 발달이 또래에 비해 늦은 편이었다.


부모의 눈으로 보기에 그 이유는 두 가지!


첫째는 스스로 자신의 큰 몸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 같았고,


둘째로 본인이 완벽하게 컨트롤을 하기 전까지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사실 제대로 기어서 움직인 지도 얼마 되지 않았기에 걷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변인들(조부모님 등)은 그 마음이 아닌 것 같았다.


'숲이는 언제나 걸으려나'라는 말을 들을수록 나도 모르게 '그러게 숲이는 언제 걸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린이집 친구들이 모두 걸어서 등원하는 모습을 보며 아주 조금은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물론 걱정이라기보다는 기대에 가까운 조급 함이다).


그렇게 숲이를 더 자세히 살피니 걷지 못하는 게 아니가 걷기를 싫어하는 느낌이 강했다.


스쾃자세를 아무렇지 않게 했으며, 제자리에서 손을 짚지 않고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그리고 몰래 몇 걸음 걷다가 들키기도 했다(엄마 아빠 앞에서는 시도도 안 했는데!).

걷기 싫어했다.


그러다 어느 날 숲이 와 넓은 실내공간을 갈 일이 있었다. 그러자 숲이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갑자기 걷기 시작했다. 마치 '누가 내가 못 걷는데?'라고 시위하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어찌 보면 숲이는 준비하고 있었던 같다. 본인이 걸을 수 있는 안전 하다고 생각되는 충분한 공간과 분위기를.


이런 성향을 보면 숲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걷는다는 게 성인이 되어서는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숲이가 걷는 것을 보면서 '첫발을 내딛다'라는 표현이 생각이 낫다.


우리는 무엇인가 처음 경험하는 것에 대해 '첫발을 내딛다'라는 표현을 하곤 한다. 첫 발을 내딛는 행위자체에 '신참의 새로운 시작'이란 의미가 부여되었다는 것은 인생에서 첫걸음마를 한 것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무엇보다, 또래보다 걷는 것이 느렸던 늦는 숲이를 질책하지 않고, 탓하지 않고, 온전한 사랑으로 기다려주었던 지금의 감정을 꼭 간직해야겠다. 이러한 온전한 부모의 믿음이 숲이의 인생에 아주 중요한 믿을 구석이 될 테니.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육아휴직 중 자격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