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508일) - 75
10월의 어느 주말 어린이집 '아빠의 날' 행사가 있었다.
아빠의 날 행사라서 아빠들을 위한 행사라기보다는 '아빠와 아이 둘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행사로, 토요일 인근 캠핑장을 빌려서 아빠와 자녀들이 함께할 수 있는 행사였다.
우리 집의 경우 엄마가 직장을 다니고 있고 아빠인 내가 휴직을 하면서 숲이를 돌보고 있기 때문에, 사실 이 행사는 엄마가 참여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아빠'라는 대명사 떡하니 박혀 있어서 아내가 참여할 수는 없었다.
행사 당일이 되었고, 행사장이 집에서 멀지 않았지만 차로 이동을 해야 했다. 내가 운전이 미숙해서 어쩔 수 없이 와이프가 행사장에 함께 갔고, 행사가 끝날 때까지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오전 프로그램이 지나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숲이 담임선생님께서, 결석 인원이 있으니 어머니도 함께 와서 식사를 하시는 게 어떠신지 말씀 주셨다. 와이프는 괜스레 어린이집 측이 항의를 들을까 봐 초반에는 거부했지만, 선생님들께서 같은 반 아범님들께 동의를 구해주셨고, 모두들 배려해 주셔서 함께 식사를 하고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숲이가 어린이집을 다닌 지 7개월이 되었지만, 사실 이 행사 때 와이프는 처음으로 숲이의 어린이집 라이프를 보게 된 것이다. 내가 매번 '숲이는 정말 어린이집에 잘 다니고 있어', '선생님들, 형누나들 한테도 인기가 많아',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와이프는 항상 걱정을 하고 있었다.
오늘 와이프를 처음 본 다른 반 선생님들도 와이프에게 '숲이는 정말 귀여워요.', '내년에 숲이 담임은 누가 할지 기대돼요', '숲이는 어린이집의 아이돌이에요'라는 이야기를 건넸지만, 와이프는 그냥 당연히 해주는 인사치레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았다.
그런데 밥을 먹다가 와이프가 숲이를 데리고 놀이를 하기 시작했고, 음악이 크게 나오자 숲이가 잔디밭의 중앙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잔디밭 중앙에서 노래체 맞춰 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숲이 주변으로 선생님들이 모였고 숲이는 너무나도 행복하게 춤을 추며 선생님들과 함께 놀았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며 와이프는 그동안 했던 어린이집 걱정이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자신에게 했던 숲이에 대한 나의 말과, 선생님들의 말이 모두 사실로 느껴지는 순간이라면서 말이다.
참... 부모가 돼 보니 알겠다. 타인이 내 자녀를 칭찬해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하지만 또 다짐한다. 타인의 칭찬을 받기 위해 내 자식을 너무 괴롭게 하지 않겠노라고, 집안에서 사랑받은 자녀가 밖에서도 사랑받는 것은 아주 당연한 이치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