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우리 생각보다 부모의 눈치를 더 많이 본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476일) - 74

by 차거

숲이는 첫돌을 맞이하기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녔다. 이 이야기 역시 자주 한 이야기이지만, 처음에는 '내가 육아휴직을 하는데 이렇게 일찍 어린이집을 보낼 필요가 있어?'라는 마음이 강했지만 0세에 보내지 못하면 앞으로 쭉 보낼 수 없다는(경쟁률로 인해) 와이프의 말에 수긍을 하고 '어쩔 수 없이'어린이 집을 보냈었다.


하지만 나의 '어쩔 수 없음'이 얼마나 교만했는지 머지않아 잘 느끼게 되었고, 지금은 무한히 감사하고 있어며, 정말 다행히도 숲이는 어린이집을 너무나도 좋아하고 행복해했다.


어린이집을 등원시키면, 등원시 가기 싫어하는 친구들도 정말 많았고, 우는 아이들도 많았다. 담임선생님 외 다른 선생님들의 마중을 거부하는 친구들도 많았으며, 이는 숲이와 같은 반 친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숲이는 한 번도 운 적이 없었고, 가기 싫다며 나에게 다시 안긴 적도 없었다. 그리고 심지어 숲이는 담임선생님 외에 다른 선생님이 마중을 나와도 얼굴이 익숙한 선생님이라면 거부감 없이 잘 들어가곤 했다.


그런 숲이가 2주간 어린이집 등원 할 때 계속 눈물을 보였다. 다행히 처음 현관에서만 울고 교실에 들어가서는 너무나도 잘 논다는 담임선생님이 말씀에 안심하긴 했지만, 아빠로서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다 어제부터 울음을 딱 그쳤다.


모든 부모님들이 그렇겠지만, 나와 와이프 역시 숲이의 행동에 변화가 생기면 '왜 그럴까?'에 대해서 분석과 고민을 많이 한다.


숲이가 등원 시 울었던 2주간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전, 그리고 지금과 그 2주간이 무엇이 달랐지?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거기에 도달한 답이 첫째는 와이프의 회사 문제였다. 처음에 회사를 잘 적응에서 다니던 와이프가, 회사에서 이슈가 생겼고 그러다 보니 퇴근 후 숲이에게 집중하기보다는 회사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둘째는 나의 시험 준비였다. 나 역시 시험으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보통 같으면 와이프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숲이에게 집중했을 텐데, 와이프가 힘든 이야기를 하면, 나 역시 힘듦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말 톤들이 밝거나, 행복한 톤은 아니었을 것이고, 아무래도 숲이가 이에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는 싸움이라는 것은 거의 없으며, 서로 소리를 높이는 경우도 거의 없다. 항상 즐거운 이야기를 하는 편이고 항상 가족과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즉, 집안에서는 대체로 웃음소리가 나고, 행복한 분위기가 만연하다. 그런데 2주간 갑자기 이러한 부위기 없어졌음을 숲이가 인지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애들 앞에서는 숨도 조심히 쉬어야 한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숲이는 아직 의식보다 무의식이 강한 시기인 만큼, 논리적인 언행이나 설명보다 집안에서 풍기는 '분위기'자체에 영향을 확실히 더 받음을 느꼈다. 그리고 그 무의식의 경험이 성장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내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물론 부모도 감정이 있고 힘듦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나는 부모의 그 힘듦이 해소가 되어야 비로소 아이도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편이긴 하다. 그럼에도 스스로 다짐을 했다. 적어도 아이가 의식이 생겨 본인의 의지를 피력하기 전까지는, 아이가 부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분위기는 만들지 않아야 겠다고.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밥 먹는 게 이렇게 기쁠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