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개월 아가는 말을 하지 못한다.

상담하는 아빠는 육아휴직 중(534일) - 77

by 차거

시간이 잘 가고 아이는 정말 쑥쑥 자라는 것 같다.


글들마다 조금의 에피소드를 풀었듯이, 숲이는 대체로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고, 잘 놀며 무탈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밥을 안 먹어서 걱정시킨 적도 거의 없었고, 그 흔한 배앓이도 없었으며, 대부분의 날을 통잠으로 마무리하며 부모를 기쁘게 해 줬다.


그런데 최근에 조금씩 말썽(?) 이란걸 부리기 시작했다. 때론 밥을 먹지 않기도 하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목욕을 거부하기도 하며, 응아 싼 뒤 엉덩이 씻는 것을 싫어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라면 너무나도 당연한 이러한 행동들이 그동안 그렇지 않았던 아이를 돌봤던 아빠 입장에서는 왠지 모를 힘듦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리고 요 며칠간 숲이가 잠투정이 많아졌으며, 잠드는 것에 힘들어했다. 그리고 새벽에도 한두 번 깨면서 짜증을 부렸고, 솔직히 밤에 아이를 케어하는 나 역시 숲이만큼 힘든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엊그제 계속 잠이 들었다 울면서 깨고, 다시 잠이 들었다. 울면서 깨고를 반복했다. '대체 왜 이럴까?'라는 의문에 휩싸였을 때, 배가 고파서 울었던 집에 온 둘째 날의 숲이가 떠올랐고, 숲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줬다. 한참 잘 시간이 넘었고, 잠이 들었다 깨다를 반복하던 숲이는 눈을 부스스 뜨면서도, 과장을 보자 입에 넣기 시작했고, 그렇게 세 개 정도의 곡물바를 먹고, 주스까지 마시고 난 뒤에 아주 평화롭게 잠이 들었다.


다음날은 어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저녁밥을 충분히 먹이려 노력했고, 혹시나 해서 자기 전에 간식도 조금 먹였다. 그 노력이 통했는지 숲이는 밤에 아주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갑자기 새벽에 일어나서 울기 시작했다. 나 역시 조금 힘들긴 했지만, 어제의 일을 생각하며 숲이가 짜증을 내는 데는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숲이를 않고 거실로 나갔다. 혹시나 배가 고플까 해서 과자를 줬지만 거부했고, 물이나 음료 종류도 모두 거부했다. 그렇게 않고 있다가 잠시 거실에 숲이를 내렸는데, 주섬주섬 본인이 옷이 있는 쪽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옷을 나에게 건넸다. 즉 '추워서' 잠에서 깼던 것이었다. 건넨옷을 입고 방으로 함께 들어가자 숲이는 다시 입면을 시도했고, 아침까지 편안하게 잠을 잤다.


물론 단순히 추워서가 아니었고,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아이가 짜증을 내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깨달은 것은 '그 이유들은 아이가 클수록 변화하고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이다.


아이가 '짜증'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었고, 많이 크고 자란 만큼 '인식'이 커졌기에 그러한 '의사'표현의 강도가 더 커졌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의 이 의사표현을 인지하기 위해 앞으로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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