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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26. 2024

나는 육아휴직 중 어떤 유희를 즐기고 있는가?

 물론 육아휴직의 본질은 육아이기에 유희라 할 것이 따로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나름 즐겁게 지내는 것들이 있기에 적어보려 한다.


 우선 아주 다행히도 나는 집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한다. 예전 코로나가 한창일 때 직장 직원의 감염으로 2주간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해야 할 때가 있었다. 그때 즐거워하는 내 모습을 보고 와이프는 '이 오빠는 진정 집돌이 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선 가장 큰 유희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직장이란 곳이 어쩔 수 없이 내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함께해야 하는 곳 아닌가? 그곳에 가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와이프, 그리고 숲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유희다.


  육아휴직을 하며 새롭게 시작한 것은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이다(블로그에 사전에 썼던 글들을 브런치 작가가 된 후 옮기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숲이의 성장기를 영상으로 남기고 있으며, 블로그는 보시다시피 내 육아일기를 남기고 있다.


 나의 반골기질은 앞서 밝혀서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성향은 sns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sns상의 고착된 룰(?)은 따르고 싶지 않고 내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사람들의 관심은 가지고 싶은??' 


 이것이 딱 맞는 표현 같다. 내 블로그 글을 보시는 분들은(아주 적은 수이지만) 저 말이 티가 날 것이다. 나는 지금 블로그 글을 쓸 때, 일필휘지로 작성한다. 가장 큰 이유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고, 글을 수정하고 검토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루틴은 써야 할 주제가 생각나면 우선 제목만 적고 비공개로 저장을 해둔다. 그리고 숲이를 돌보는 동안 어떤 내용을 쓸지 머리에 정리를 해두고 시간이 생길 때(보통 새벽에 숲이가 잠투정을 부리다 내 배 위에서 잠들었을 때) 수정 없이 한 번에 글을 써 내려간다.

그래서 문맥도 조금 어색하고, 오타도 굉장히 많을 거다. 실제로 블로그를 보는 와이프가, '제발 오타 좀'이라고 이야기를 할 정도니 말을 다했다. 그래도 글을 검토할 여력이 없다(그리고 솔직히 웹상에 올리는 비공식적인 내 마음대로 글은 초고가 가장 나를 잘 나타내고, 그게 나름의 매력인 것 같다). 그래도 나름 시간이 생겨 내가 쓴 글을 다시 읽을 때 보이는 오타들은 수정하는 편이다.


 인스타그램 역시 마찬 가지다. 그냥 날것의 영상들에 내 나름의 위트를 섞어 전체공개로 저장하고 있다. 우선 내가 즐겁고, 우리 가족들이 즐겁게 보고 있어서 그걸로 만족이다.


 가장 재미있는 건, 이렇게 내 마음대로, 수요자는 전혀 생각하지 않으면서 '인스타나 블로그가 갑자기 유명해지면 어떡하지?'라는 쓸데없는 상상을 즐겁게 자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 이전부터 운영하고 있는 학과동문들이 모여있는 익명의 단톡방에 가끔 글을 쓰고 있으며, 숲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운영했던 상담을 주제로 한 라디오 방송도, 곧 다시 해볼 예정이다.


 이것들이 어찌 보면 나의 성향을 아주 잘 나타내는 것 같다. 

 '유명해지고 싶지만 관심받고 싶지는 않고, 관심받고 싶지만 유명해지고 싶지는 않은'


 그리고 육아휴직을 하면서 경험하는 삶을 통해 명확히 느끼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재미있고 좋은 것을 많이 하는 것보다. 재미없고 싫은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나에게는 아주 행복한 삶'이란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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