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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거 Aug 26. 2024

'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육아휴직 기간

 숲이가 태어난 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주택담보대출을 신생아특례대출로 대환 하고자 은행을 찾았다. 심사가 나와봐야 알지만, 이자가 최소 1.2퍼센트 이상은 줄어들 것 같다(이런 복덩이!).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 아뿔싸 하게 되는 은행원의 한마디

 '입주하신 아파트가 아직 kb시세가 안 나와서, 대출기준이 낮아져서요. 대환금액이 3000만 원 정도가 줄어서 그만큼 현금이 필요한데 준비하실 수 있으실까요?'

 다행히도 충분한 여유자금이 준비는 되어 있어서 문제는 없었지만, '목돈을 가지고 있어야지'라는 계획에 약간의 차질이 생길 것 같아 조금 신경이 쓰였다. 그리고 은행을 나서는 길에, '돈'에 대해서도 글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선 첫 글귀즈음에 내 기준에서 '최적임금'이 있다는 이야기는 했으니 이 부분은 생략하겠다. 대략적인 최적임금이 맞춰진 상태에서는 나는 돈을 '자유롭게' 쓰는 편이다. 여기서 자유롭게란, 마음껏 펑펑 쓴다는 것이 아니다. 내 지출 스타일과 소비패턴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기에, 굳이 하나하나 따져가며 가계부를 쓰거나 그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스타일에 대해 와이프가 우려를 한 적이 있다. 와이프는 돈을 막(?) 사용하는, 그리고 본인에게도 막(?) 사용하라고 이야기하는 내 모습에 순간 불안이 올라왔던 것 같다.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우리가 오랜 시간 함께했고, 내가 대략적인 소비패턴을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 눈치 보지 말고 편안하게 써도 돼, 무리가 갈 것 같으면 함께 논의할 테니'였다.


 나는 돈을 무턱대고 '막' 쓰는 것과, 본인의 급여 수준과 소비 패턴을 인지한 상태에서 '여유'롭게 쓰는 건 정말 다르다고 본다. 그리고 나는 후자에 속하는 삶을 살려고 항시 노력하고 신경을 쓴다. 이렇게 지내면 마음이 여유로워지기 에, 똑같은 돈을 벌어도 굉장히 상대적으로 부자처럼 살 수 있고, 똑같은 지출을 해도 굉장히 여유롭게 지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스스로 보기에도, 타인이 시선에서도 굉장히 긍정적인 느낌으로 비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된다.


(참고로 가계부를 쓰고 이런 것이 안 좋다는 게 아니다. 나나 와이프는 그런 것을 귀찮아하고, 스트레스로 주객이 전도될 것이 분명하기에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 와이프의 불안이 올라왔을 때, '두 달 정도 소비내역이 나에게 모두전달되게끔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분명 우리가 걱정 없이 써도, 우리가 계획했던 지출만 하고, 금액이 모여 있을 거라고,


 실제 두 달 정도 그런 삶을 산 뒤, 돈 이 계획했던 대로 사용되는 걸 확인한 와이프는, 지금은 걱정 없이 내 방식을 자기화시켜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다.


 서론이 길었고,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역시 가장 큰 걱정은 절대적인 급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 돈 때문에(사실 와이프는 직장을 가고 싶어 하기도 했다) 와이프는 원래 육아휴직 없이 출산휴가 후 바로 복직 예정이었다. 하지만 몸이 아프게 되어 6개월의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는데, 이게 웬걸 정부의 6+6 정책(부부가 육아휴직을 함께 쓰면 6개월간 육아휴직급여를 기존보다 많이 주는)이 생기면서, 금전적으로는 거의 보상을 받게 되었다. 이 변수를 제외하고


 나의 계획은 단순했다.

1년 차는 부모급여와, 육아휴직급여가 나오고, 내가 회사를 가지 않음으로 인해 집에서 요리를 할 수 있을 것이기에 지출이 감소할 것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다.

 문제는 부모급여가 줄어들고, 육아휴직급여가 없는 2년 차였다. 역시 단순계획을 세웠다.

'우리 급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절대적으로는 절대 저렴하지 않다)한 아파트에 입주했기에, 대출을 조금 더 받아서, 만약 2년 차에 모자라면 생활비로 조금 사용하자'라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현금을 많이 축적해 두고, 대출을 조금 여유 있게 받았다. 그런데 아뿔싸, 서두에 밝힌 것처럼 조금 더 받은 그 대출을 고스란히 갚아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계획이 틀어졌지만, 크게 걱정은 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여유'롭게 살기 위한 계획이었으니 그 여유를 조금만 참으면 된다. 그리고 솔직히 지금 와이프의 급여 수준이 일전에 내가 풀타임으로 일고 와이프가 파트타임으로 일할 때를 합친 급여보다 많기 때문이다(이 글을 보는 와이프는 '나 계약직이라고'를 외치겠지만).


 '돈'을 주제로 글을 쓰기에 객관적인 수치들을 기대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객관적인 수치를 제시해도 그 수치는 '내 기준'에 부합한 것이지, 글을 보는 당신의 기준에 부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우리 삶을 방해하는 것은,


'내 기준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접하게 되는 타인기준의 객관적인 정보'다.


 그리고 타인의 객관적인 정보들을 탐색하고 카피하는데 비해서 내 주관적인 상황을 탐색하고 형성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이 최소 1000배는 되어야, 아마 조금은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돈 역시 이 기준에 굉장히 부합하다.


 뜬 구름 잡는 이야기 같을 것이기에, 실제 예시를 간단히 들고 오늘 글을 마치려 한다.

3~4년쯤 부동산 폭등과 함께, 청약열풍을 포함한 부동산 광풍이 들었다. 솔직히, 모두가 아파트에 거주할 필요가 없는데'벼락거지'러 말이 유행하면서 일단 아파트에 살아야 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

 오 과정에서 우리도 청약이 당첨이 되었고, 현재 그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이때 나는 우리 상황을 객관적으로 생각했고, 입주 뒤 일상생활 여부까지 생각을 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데 사람들은 생각보다 저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그저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만 부러워하며 본인이 '벼락부자'가 되지 못하는 것이 '벼락거지'가 되는 거라고 착각을 하기 때문이다.


 기존에 살던 곳에서 지금 지역에 청약을 넣었을 때 다들 '왜?'라는 반응이었고 심지어 와이프조차 처음에는 당첨된 것에 굉장히 슬퍼(?)했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지금 이사 온 이 지역조차도 우리 수준에 비해 약간은 오버페이를 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략적인 사람들의 상황을 보니, 우리 부부정도의 급여(자산) 수준인 사람들 중 아무렇지 않게, 지금 내가 거주하는 아파트보다 2배 정도 금액의 아파트를 매매하는 사람도 많았고, 우리보다 급여(자산) 수준이 부족한 사람들도 우리 아파트 정도되는 곳을 거리낌 없이 매매하는 것 같다.


 물론 이렇게, 도전적으로 투자를 해서 부자(?)가 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적어도, 내 기준에서 내 수준에 맞는 선택을 했기에, 대출이율이 상승해도 크게 문제는 없고, 전기세 때문에 에어컨 걱정은 하지 않으며, 대출에 변수가 생겨도 크게 개의치 않는 삶을 살고 있다.


 내 글을 우연히 보는 분들 중 아직 명확한 자립을 이루기 전 사람들이라면 꼭 '내 상황을 이해하고 탐색하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이를 바탕으로 본인의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중점을 두길 간곡히 바란다. 그리고 육아휴직 또한 위 카테고리에서 고민해야 함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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